인사청문회 취지 빛바래고 정쟁만 남았다
  •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07.24 15:00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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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곧은소리] 부정적 측면 최소화, 행정부와 시민 간극을 메울 방안 고민할 때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가 임명됐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인사를 임명한 것은 현정부 들어 16번째다. 이를 계기로 인사청문회 제도 무용론이 다시 불거졌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도입된 이후 청문 대상을 확대해 나갔다.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외에 국무위원, 헌재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방송통신위원장, 합동참모의장 등 고위 공직자 외에 한국방송공사 사장 등 공공기관장이 청문 대상이다.

인사청문제도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대통령과 국회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정치적으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공개적인 검증을 통해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고위 공직자의 주권자에 대한 수직적 책임성(vertical accountability)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청문회 제도가 대통령제의 권력구조에서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일부 부정적 의견도 있으나, 시민 각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공직자 인사에서 대통령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방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고위 공직자 검증 제도는 후보자의 덕성과 자질, 업무역량 등을 공개적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함으로써 국민의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정책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7월8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8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 제도는 과연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는가.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시민과 공직자의 간극을 줄이는 데 기여했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문회 취지는 바래고, 청와대·여당 등 집권세력과 야당이 청문회 정국에서 충돌하고,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치의 적대적 대립 구도를 강화하는 정쟁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통과 여부는 후보자 요인과 정치적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여야의 정치적 갈등 수위가 높거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등이 여야의 민감한 쟁점과 연계될 수 있는 경우에도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청문회는 정치적 변수로 등장할 수 없다. 야당이라도 무작정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는 대단히 희소하다. 청문회 후보자들은 시민 일반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사회의 구조상 편법과 탈법 없이는 ‘성공한 자리’에 갈 수 없는 사회 생태계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이른바 7대 의혹, 즉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병역기피, 위장전입 등의 결격 사유를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고, 후보에 따라서는 여권의 방어에도 불구하고 여론 악화로 낙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 청문회 통과 여부가 다른 사안과 연계되면 후보자의 운명은 본인의 자질보다는 정치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통령의 지지도나 여당 정당지지율이 높을 때는 야당의 반대에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명분이 있기 때문에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임명권은 그만큼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당은 정치 공세, 여당은  무조건 두둔

후보에게 제기되는 흠결을 과장해 정치공세와 정국 주도권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야당과 합리적 보편적 기준에 입각해 볼 때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후보임에도 무조건 두둔하고 방어하려는 여권의 양극단적인 퇴행적 행위가 청문회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또한 대통령 지지율이 의미 있는 수치라 하더라도 임명을 강행할 때 제기될 수 있는 여야 대치와 정국 경색, 국회의 권능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행태들은 청문회 본래 취지의 퇴색은 물론 인사청문회가 정치공학의 도구로 전락하는 근본적 요인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예외 없이 제기되는 지적은 청문회 제도와 여권의 후보자 추천 방식의 개선이다. 우선 청문회에 대한 정치적 의미의 문제다. 국회 임명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공직의 경우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 행사와 대통령 인사권의 견제라는 인사청문회 본래 의도의 훼손 사이의 논리적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다. 

이 두 모순되는 지점을 여하히 절충하느냐는 청문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공직 임명의 경우가 아닌데,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삼권분립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문회 제도가 대통령과 의회의 극단적 대립을 추동하는 퇴행적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면도 간과할 수 없다.

‘공개와 비공개 검증 영역 분리’ 고려할 만

이의 대안으로는 비공개 검증과 인사청문회에서 공개 검증 영역을 나누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개인의 도덕성, 사생활 영역은 국가기관들을 동원해 사전에 면밀히 검증함으로써 흠결이 발견되면 아예 후보자로 추천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과한 후보자의 경우는 청문회에서 업무 관련 자질과 능력, 후보자의 역량과 소신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한다면 상당 부분 현재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아예 단수후보를 추천하면 권력 속성상 청와대와 국가기관이 사적 영역에서의 검증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복수의 후보에 대한 검증을 맡기고 도덕적 흠결이 발견될 때 아예 내정하지 않는 법규나 내규의 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내정된 후보에 대해 야당이 무조건 반대로만 일관할 수 없을 것이고, 공개적 인사청문회 때 업무능력에서 현저히 결격이 발견된다면 대통령도 임명할 명분이 없어진다. 이러한 관행이 정착된다면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구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청문회 제도에서 정치적 요인을 최대한 줄이지 않으면 이 제도는 성공적으로 착근할 수 없다. 당파적이고 정략적인 이해를 앞세우려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기실 권력구조, 공천제도 등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이러한 후보자 외적인 요소들에 대한 개혁이 중층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인사청문제도 폐지는 민주주의의 자기지배 실현과 국민 주권의 원리에 위배된다. 따라서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행정부와 시민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들을 내년 총선에서 여야 정당이 공약으로 내걸고 유권자의 평가를 반영한다면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주권자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청문회를 단순히 후보자 임명의 과정으로만 협애하게 해석하면 안 된다. 정치적 퇴행을 막고 시민의 정치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갈등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본령에 다가가려는 인식이 전제될 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적대적 공생의 거대 양당제 독점 카르텔 체제에서 가능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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