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옆에서 농사를?…‘후쿠시마 공포의 쌀’ 사진의 진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7 17: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의문의 사진…실제 2016년 '대피구역'으로 지정됐던 日 마을 모습

벼베기가 한창인 논밭. 맞은편엔 정체불명의 검은색 비닐봉지가 잔뜩 쌓여 있다. 벼논 가장자리에서 샛길만 건너면 닿을 거리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 퍼지고 있는 사진이다. 이는 '후쿠시마 공포의 쌀' '후쿠시마 원전 인근 근황' 등의 제목으로 공유되고 있다. 또 "방사능 폐기물을 담은 봉투 옆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진짜일까. 이 사진은 2016년 11월자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실렸다. 기사 제목은 "방사성 토양의 임시 저장소가 후쿠시마 농부들을 방해한다"이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일본 환경성(한국의 환경부)이 농부들을 대피시키고 280곳의 임시 저장소를 만들었다"며 "이곳엔 방사능에 오염된 흙과 풀, 나뭇가지 등을 담은 봉투가 700만개 이상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인터넷에서 제기된 주장과 다르지 않다. 

 

7월13일 인터넷 게시판 '더쿠'에 "충격적인 후쿠시마 쌀농사 장면"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 더쿠 캡처
7월13일 인터넷 게시판 '더쿠'에 "충격적인 후쿠시마 쌀농사 장면"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 더쿠 캡처
7월12일 인터넷 게시판 'SLR클럽'에 "후쿠시마 쌀농사 근황"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 SLR클럽 캡처
7월12일 인터넷 게시판 'SLR클럽'에 "후쿠시마 쌀농사 근황"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 SLR클럽 캡처

 

2016년 10월 촬영된 후쿠시마 가쓰라오촌 모습

신문에 따르면, 해당 사진 속 마을은 후쿠시마현 가쓰라오촌(葛尾村)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약 25km 떨어져 있다. 이 마을 대부분은 2016년 6월까지 대피 구역으로 지정돼 방사성 폐기물 임시 저장소로 활용됐다. 그런데 사진이 촬영된 시점은 2016년 10월이다. 4개월이 지나 일부 주민들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폐기물이 방치돼 있는 모습이다. 

그 이유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가 2014년 7월부터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의 협상이 지연돼 계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기사가 보도될 당시 일본 정부는 계획했던 저장시설 부지의 10%(170만㎡)만 확보했던 걸로 알려졌다. 

결국 갈 데 없는 방사성 폐기물은 220만㎡ 규모의 가쓰라오촌 벼논을 뒤덮게 됐다. 이는 마을 벼논 전체 면적의 30%에 달한다. 마을 농부 히사요시 시라이와는 마이니치신문에 “방사성 폐기물이 남아있는 한 농부들은 의욕을 잃고 농업을 이어갈 사람들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도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자사 블로그 '심플리인포'를 통해 방사성 폐기물이 널려 있는 가쓰라오촌 사진을 2016년 6월 공개했다. 당시 심플리인포는 "가쓰라오촌의 방사성 수치는 연간 20~50mSv(밀리시버트·방사선량 단위)"라며 "일부 지역은 50mSv가 넘었다"고 전했다. 일반인의 방사선 노출 안전기준은 연간 1mSv, 원전 근로자의 안전기준은 20mSv다. 심플리인포는 "원전 근로자 안전기준은 성인 남성만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라며 "여성과 아이들은 방사선 노출에 더 취약하다는 걸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11월20일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가쓰라오촌 사진. ⓒ 마이니치신문 인터넷 사이트 캡처
2016년 11월20일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가쓰라오촌 사진. ⓒ 마이니치신문 홈페이지 캡처

 

후쿠시마 원전에 관해 로이터가 운영하는 블로그 '심플리인포'에 2016년 6월 올라온 가쓰라오촌 사진. ⓒ 심플리인포 캡처
후쿠시마 원전에 관해 로이터가 운영하는 블로그 '심플리인포'에 2016년 6월 올라온 가쓰라오촌 사진. ⓒ 심플리인포 캡처

 

'근황'은 아니지만 원전사고 여파는 지금도 있어

그런데 이들 사진과 기사가 공개된 건 2016년이다. 3년 전 내용이라 국내 인터넷에서 주장하는 '근황'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는 지금도 마을에 미치고 있다. 

올 3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가쓰라오촌에는 초등학교 8곳과 중학교 6곳 등 14개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새학기가 시작되는 올 4월엔 또 임시 폐교될 예정이라고 한다. 신입생이 없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작년에 14개 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총 135명"이라며 "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기 전 입학생 수의 3.4%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