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6년 전 이미 예견됐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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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13년 인용 보고서…“일본이 소재·부품으로 쓰나미 일으키면 한국은 모래로 흩어질 것”

일본의 수출 규제가 ‘무역보복’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2013년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예견됐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소재산업 강국인 일본이 조립·가공으로 돈을 버는 한국을 옭죄는 시나리오도 언급된 바 있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전략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2013년 12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일부 조립·가공 산업이 일본을 앞섰다고 해서 소재·부품 산업이 강한 일본을 경제적으로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산업은 모래성과 같아서 일본이 소재·부품을 무기로 쓰나미를 일으키면 한순간에 모래 알갱이로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뼈아픈 지적을 남겼다. (☞ 2013년 12월3일 시사저널 '일본이 부품 끊으면 삼성전자·현대차 공장 멈춘다')

2013년 12월3일자 시사저널 기사 '일본이 부품 끊으면 삼성전자·현대차 공장 멈춘다' ⓒ 시사저널 캡처
2013년 12월3일자 시사저널 기사 '일본이 부품 끊으면 삼성전자·현대차 공장 멈춘다' ⓒ 시사저널 캡처

"일본산 소재 없으면 당장 전 세계 전자산업 스톱 가능"

당시 박 연구원은 ‘일본은 어떻게 소재강국이 되었나’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소재산업은 전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액정편광판 보호필름, 리튬이온전지 소재, 포토레지스트 등 일본산 소재·부품이 없으면 당장 전 세계 전자산업이 멈춰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반도체 재료인 포토레지스트는 7월4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 뽑은 3가지 품목 중 하나다. 

한국이 그 사이 소재산업을 등한시한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걸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소재부품산업정책관’ 부서를 신설했다. 소재부품 수출액은 2013년 2630억 달러에서 지난해 3161억 달러로 20% 가까이 뛰었다. 산업연구원은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우 대부분 한국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반도체 분야에선 여전히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펴낸 백서에 따르면, 2012년 포토레지스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9%였다.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국내 기업이 수입한 포토레지스트 중 일본산 비중이 93.2%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수출 규제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산 비중은 84.5%, 고순도 불화수소는 41.9%다. 

박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자면 일본이 고의적으로 소재·부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납품일을 준수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한국 산업을 괴롭힐 수는 있다”고 경고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이 경고는 얼추 들어맞았다. 일본 정부는 전략품목 수출 절차를 간소화한 대상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일본 기업은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7월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월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3년 '금융보복' 가능성도 제기돼

무역보복에 이어 ‘금융보복’ 가능성도 한때 흘러나왔다.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은 2013년 11월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韓?の「急所」を突く!)’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여기엔 한국을 정복한다는 뜻의 단어 ‘정한론(征韓論)’이 등장했다. 이 매체는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부터 ‘이제는 더 참을 수 없다’며 새로운 정한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의 금융기관이 한국의 기업이나 경제에 대한 지원·협력을 끊으면 삼성도 하루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을 실었다. 

이와 관련, 국내에 풀린 일본계 은행의 자금은 올 5월 기준 24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전체 외국계 은행 대출금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대출 연장을 거부하면 한국은 일시적으로 돈줄이 묶일 수밖에 없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7월16일 임원회의에서 “일본계 자금 동향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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