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신 채권으로 갈아타는 자산가들, 왜?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7.23 17:00
  • 호수 15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국내 투자자 채권 투자액 사상 최대치
경기 침체 가능성에 안전자산 쏠림 현상 가속화

국내외 경기 회복 가능성이 안개에 휩싸이면서 주식보다는 채권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도 경기 하락 국면에선 채권 투자를 권하고 있다. 주식 투자로 인한 수익 기회보다 위기 가능성에 따른 안전자산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 흐름은 이미 채권시장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과 투자업계는 향후 국내외 경기 둔화가 예상되고 있는 점, 금융시장 변동성이 여전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채권 투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최근 한국을 상대로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외국인 상장채권 보유액 역대 최고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액은 124조5400억원이다. 앞서 5월에도 119조202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8월(114조2820억원) 이후 9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6월에만 외국인은 상장채권을 5조8010억원 순매수했다. 전월에도 외국인의 상장채권 순매수 규모는 7조760억원을 기록하며 2009년 10월(6조1400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은 3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장채권에 대한 순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 투자 선호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심리가 커진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면 투자자들은 양호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시장을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미·중 무역전쟁이 극으로 치달으며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라 채권 강세가 뚜렷했다. 정부나 기관, 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은 예측 가능하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채권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맡길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올해 상반기 국내 회사채 발행 금액은 48조7811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12.7% 늘었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도 낮은 금리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6월에만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와 SK종합화학, 롯데제과, 호텔롯데, 예스코홀딩스, KB증권 등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75%)보다 낮은 금리로 만기 3년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박진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회사채) 발행시장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차익 또한 기대할 수 있어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시장도 채권형이 강세를 보였다. 7월15일 기준 전체 채권형 펀드에는 396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534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06억원이 빠지며 9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채권 투자에도 눈을 돌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매수 금액은 362억6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보다 70% 늘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국내외 경기 둔화가 예상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금리가 떨어져 기업들은 회사채를 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투자자들 역시 불확실성이 큰 주식시장 대신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채권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세계 경기와 금융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가능성을 내놓기 힘든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국내 대출 규제와 경기둔화 전망에 따라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유로존 채권시장도 강세

채권시장이 강세인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중국 위안화 채권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7개월 연속 중국 채권 투자를 확대했다. 6월말 기준 외국인의 중국 채권 투자 규모는 총 1조6861억 위안을 기록했다. 6월에만 417억 위안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중국 채권시장에 유입됐다. 중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2017년 6월 1.92%에 불과했으나 현재 3.08%까지 확대됐다.

염지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회복세 지연은 중국채 매력도를 더욱 높인다. 예상보다 심화된 미·중 갈등은 산업생산, 투자의 동반 부진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중국) 정책 당국 또한 자본시장의 개혁·개방은 물론 채권시장 개방 확대도 강조하고 있어 외국인들의 중국 채권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유럽도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유럽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향후 미국과의 통상마찰 등 추가 악재가 남아 있어 적극적인 통화 완화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정되면서 ECB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렇지 않아도 유로존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통화 완화를 지지하는 라가르드 내정으로 유로존 채권시장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