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보사 사태’ 해프닝쯤으로 여긴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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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보사 관련 집단소송 진행 중인 엄태섭 변호사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신약이었던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몰락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며 판매 중단에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인보사에 들어간 것으로 기존에 알려졌던 연골유래세포가 사실 신장유래세포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시작됐다. 신장유래세포는 무한히 증식해 종양을 유발할 수 있어 인체 사용이 사실상 금지된 세포이기 때문이다. 인보사 판매가 중단된 올해 3월31일까지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는 모두 3707명에 달한다. 의약계의 새로운 영역인 바이오 신약이기 때문에 인보사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넷째 아들”이라고까지 표현했던 인보사는 수천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 767명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른 한편에선 식약처가 허위자료 제출을 적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시작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7월16일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를 만났다. 전날인 15일 코오롱티슈진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소송 청구인의 모든 청구취지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힌 다음 날이다. 엄 변호사는 “코오롱은 여전히 이 사태를 하나의 ‘해프닝’쯤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코오롱 측이 밝힌 후속조치 역시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현재 집단소송에 나선 소송 규모가 얼마나 되나.

“3월31일 식약처가 판매 중단을 발표하기 전까지 처방받은 환자는 모두 3707명에 달한다. 이 중 집단소송에 참가한 환자는 767명이다. 향후 집단소송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손해배상 규모는 1인당 1000만원으로 잡았다. 이는 최소 금액이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손해배상 요구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다.”

 

“코오롱 여전히 ‘문제 없다’는 입장만 반복”

어제(7월15일) 코오롱티슈진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뒤 30일이 지나서 입장자료를 보내왔다.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더라. 가히 ‘어벤저스급’ 변호인단이다. 입장 내용은 한마디로 모든 의혹을 부인한다는 취지다. ‘청구인의 모든 청구취지를 부인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허가받지 않은 세포를 사용했다는 것도 부인한다는 의미다.”

인보사는 본래 골관절을 재생할 수 있는 ‘기적의 신약’ 정도로 여겨져왔는데.

“맞다. 인보사가 개발된 이유는 없어진 관절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이 약에 연골재생 효과가 없다면 사실상 기존의 관절염 약들과 큰 차이가 없다. 2017년 4월 중앙약심위에서 불허를 받은 이유도 연골 재생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2개월 만인 2017년 6월 약심위원이 교체된 뒤 열린 중앙약심위에선 통과됐다.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통과된 뒤 2017년 11월에 시판되기 시작했다.

“당시 소비자가격이 약 700만원이다. 무릎 양쪽에 약을 쓴다고 가정하면 1400만원씩 들어간 셈이다. 환자의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자녀들이 일종의 ‘효도상품’처럼 이 약을 부모님들에게 선물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인체에 사용하지 않는 신장세포를 부모에게 놔준 셈이 됐다.”

판매 중단 직후 코오롱 측의 반응은 “몰랐다”는 입장이었는데.

“코오롱은 올해 2월 미국 FDA에서 실시한 유전자 검증 과정에서 당초 허가받은 세포인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점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2017년 3월에 이미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해명이 바뀌었다. 이제는 ‘이미 알았던 사안이고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5월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이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이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상 환자를 ‘인체실험 대상’ 삼은 셈”

신장유래세포는 인체 사용이 금지된 것인가.

“무한 증식 가능성이 있어 인체 사용이 사실상 금지되고 있는 세포다. 양성이든 악성이든 종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식약처 검증 과정에서도 핵심 기능인 연골 재생 기능은 그다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오롱 측은 방사선으로 증식력을 억제했다며 괜찮다고 하지만, 선행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5년간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겠다는 지원 방안을 내놨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2017년 세포가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코미디 같은, 웃기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표현했다. 일종의 ‘해프닝’쯤으로 치부한다는 태도로 보였다. 지금 환자들은 관절염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지내고 있다. 이게 피해자에게 보일 태도인가 싶다. 지역 병원들과 연계해 환자들에 대한 추적 관찰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 역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모두 빠져 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아들’이라는 표현까지 썼던 신약이다.

“이 약을 개발한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이 전 회장과 고등학교 동창이다. 1999년에 이 약에 대한 개발을 시작하면서 코오롱티슈진이 설립됐고, 2017년에 시판되면서 ‘바이오 신약’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이 전 회장이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코오롱은 미국 임상3상 재개를 추진한다는데.

“무서운 얘기다. 코오롱은 그동안 모든 의학계가 궁금해한 ‘신장유래세포의 인체 사용 사례’를 만들어버렸다. 환자들을 사실상 ‘인체실험 대상’으로 삼게 된 셈이다. 연구가 많지 않던 분야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미국 FDA는 임상3상을 중단했다. 이를 재개하면 모든 일이 풀린다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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