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로 “군 기강 무너뜨린 靑 안보실장과 국방장관 물러나야”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3 14:00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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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성 출신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
“부하에게 책임 묻는 국방장관이 어디 있나”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 내 유일한 장성 출신이다. 육사 30기로 육군3사관학교 교수부장과 보병70사단장 등을 지냈다. 같은 국방위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도 육사(39기) 출신이지만, 대령으로 전역했기에 장성 출신으론 김 의원이 유일하다.

전북 군산 출신인 김중로 의원은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정치권에 입문,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원내에 들어왔다. 원내에서 김 의원은 ‘소신이 뚜렷한 국방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7월16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김중로 의원)이 합참의장과의 통화 내용을 그대로 공개한 것은 아주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김 의원은 “선배 입장에서 군을 사랑하는 마음에 이래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공개했는데, 그걸 갖고 마치 대단한 걸 폭로했다고 말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정경두 장관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합참의장(박한기 대장)하고 대화한 내용에 뭐 대단한 비밀이 있나. 3월3일, 4일 사이 ‘거수자(거동수상자) 사건’에 대해 해군2함대에서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은 것뿐이다. 짜깁기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공개한 것인데, 그걸 갖고 중요한 국가기밀을 폭로한 것처럼 발언해도 되는가.”

제보 과정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
“그건 힘들다. 지금 군에서 제보자를 찾으려 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하게 밝히긴 힘들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원인 제공을 누가 했느냐다. 선배 입장에서 다분히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아는데 나는 야당 의원을 떠나 우리 군과 안보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군이 이 사실을 왜 은폐하려고 했을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게 진짜 적폐다.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축소, 은폐하려고 한다. 상급자일수록 처벌받는 걸 두려워한다. 부하에게 책임전가를 한다(해군2함대 사건의 경우, 거동수상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 간부가 일반 병사에게 허위자백을 권유하고 사건을 은폐해 논란이 됨). 나는 군에서 이렇게 배웠다.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고.”

군의 적폐가 심각한 수준인가.

“군은 특성상 폐쇄된 조직이지만 규율을 생명처럼 지킨다. 국민들도 그래서 군을 ‘최후의 보루’로 보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규칙을 안 지킨다. 그게 체질화돼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철통같이 지킨다며 ‘말의 성찬’을 늘어놓는데 그걸 실천하지 않는다. 그 핵심에 헌병, 기무, 감찰이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참모조직 아닌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하라고 했는데 하나같이 군에 유리하게 결과를 내 지휘관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잘못을 병사에게 뒤집어씌운다는 게 말이 되나.”

거수자의 신원은 확인된 건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대공 혐의점을 끝까지 조사해야 하는데 그냥 단시간에 끝냈다. 안보는 0.001%라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일반 부처 장관하고 다른 자리다. 국가안보는 국가가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사업은 망했다가도 일어나지만 안보는 한 방에 끝난다. 정 장관이 취임한 지 6개월가량 지났다고 하는데, 대통령과 전화통화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 독대한 적도 없다고 하더라. 국방부 장관은 국방 분야에 있어 최고 책임자다. 그런데 정 장관은 결기가 없다. 의지와 신념,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삼척항 목선 사건에서 보듯 책임을 부하들에게 미루지 않는가. 부하인 사단장, 군단장은 징계하고 본인은 유체이탈식 화법을 구사하니 부하들이 따르겠는가.”

전임 송영무 장관하고 비교하면 어떤가.

“단순 비교는 힘들다. 정 장관이 깨끗하고 정직한 군인인 것은 맞다. 다시 말하지만 국방부 장관은 결기가 있어야 한다. 군인은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들 아닌가. 싸움꾼이 싸움꾼 같지 않으면 안 된다. 송영무 장관은 결기라도 있었다. 추진력도 강한 편이고. 정 장관의 문제는 현역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바다. 이럴 정도면 군의 지휘체계가 무너진 거 아닌가. 그러니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거다. 권위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 본인만 모르는 거 같다. 군에 있는 후배들을 만나면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한다.”

청와대의 월권이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정 장관에게만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게 아니다. 청와대 안보실장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 듣기로 국정원을 포함해 청와대 안보실에서 국방부를 자기 멋대로 주무른다고 하더라. 9·19 군사합의서만 봐도 그렇다. 국방부 장관이 준장 인사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인사권이 없는데 뭐가 제대로 되겠는가.”

9·19 군사합의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육·해·공 모든 안보분야에 심각한 문제를 만들 것이다. 5~7개 사단을 구조조정한다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는 절차와 방법, 과정을 지키지 않고 막연하게 평화, 안보만 말하고 있다. 그걸 밀어붙이다가 실패하니까 불안해하는 거 아닌가. 그 과정에서 한·미, 한·일, 한·중 관계도 나빠졌다. 특히 한·미 관계가 나빠지니까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거 아니겠는가. 일련의 사건은 9·19 군사합의서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이다. 삼척 사건이 그랬는데 불과 1주일 후에 2함대 사건이 터지지 않았나. 이런 사건이 계속 터질 것이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군 내부의 시선은 어떤가.

“정말 심각한 문제는 장군들을 비롯해 군 간부들이 생각과 행동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하라고 하니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니 영혼 없는 군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의 ‘군 길들이기’가 심각한 수준인가.

“군사정권 시절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해 그런지 이상하게 현 정부는 군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육·해·공을 하나로 합친 통합군을 만들어야 조직이 효율적으로 바뀐다. 지금 우리 군은 ‘돈 먹는 하마’다. 사관학교 3개만 합쳐도 예산이 얼마나 줄어드는가. 그런데 통합군이 생기면 군 권력이 하나로 합쳐져 쿠데타가 벌어질까 염려한다. 세계 10위 선진국에서 쿠데타가 말이 되는가.”

 남북화해협력이라는 정권의 기조와 충돌한 거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를 만들겠다는 집념과 신념은 높이 평가한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한·미 관계가 훼손돼선 안 된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평화가 있었던 것은 한·미 동맹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였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도 그래서 된 거다. 우리 역사상 1000번의 침략을 받았다고 하더라. 평균 5년에 한 번꼴로 전쟁이 났는데, 지금 60년 넘게 전쟁이 없었다. 다 그게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은 한·미 동맹과 민족의 위대성이라는 두 축이 만들어낸 거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비교하면 어떤가.

“그때는 주적의 개념이라도 남아 있었다. 그러니 병사가 경계근무라도 섰던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적이 없는데 왜 경계근무를 서겠는가. 이번 삼척항 목선 침투 사건도 결국 따지고 보면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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