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에 수출규제까지…SK하이닉스, 결국 “생산량 줄인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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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상품인 D램·낸드플래시 감산 발표…공장 설비 확장 시기도 재검토

1·2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기록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친 데 따른 극약처방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감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7월25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변화된 시장 환경과 추가적인 대외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6년 10월6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건물 전경. ⓒ 시사저널 고성준
2016년 10월6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건물 전경. ⓒ 시사저널 고성준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을 올 4분기부터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생산량은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엔 D램 서버용 수요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wafer·반도체 원판) 투입량도 줄인다. 원래 투입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이기로 했지만, 이번에 그 감소폭이 15% 이상으로 늘었다. 청주 공장의 클린룸(clean room·반도체 제조를 위한 청정실) 확보와 이천 공장의 장비 반입 시기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9.6%로 5위 안에 든다. 상위권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감산에 돌입하면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고육책을 꺼낸 데엔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 일본 수출규제가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초 수출규제가 공식화됐을 때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주가엔 큰 변동이 없었다. 회사 측도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차진석 부사장은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위기의식을 내비쳤다. 

이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6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5조5739억)보다 89%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54%에서 올 2분기 10%로 떨어졌다. 올 1분기에 이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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