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vs 롯데 vs 쿠팡 ‘유통 전쟁’
  •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9.08.07 14: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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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선점 위한 경쟁 치열…“결국 한 업체가 시장 지배할 것”

유통업계는 지금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온라인 장바구니가 대형마트의 쇼핑카트를 대체하고 당일배송은 일상이 됐다. 대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실상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업계 관계자의 전언은 유통업계 내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이 전쟁에서 이기는 자가 온라인 패권을 지배하고 ‘승자 독식’이라는 전리품을 상당히 오랜 기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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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새벽배송 ‘왜?’

최근 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새벽배송을 도입하고 있다. 아침에 주문한 상품이 늦은 오후에 도착하는 ‘당일배송’이 자리 잡나 싶더니 이제는 아예 늦은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에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이 온라인 쇼핑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마켓컬리가 장악한 새벽배송 시장에 롯데와 신세계가 대규모 투자로 맞불을 놓았고, 쿠팡의 가세로 시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롯데는 마트와 슈퍼에서 지난해 4월부터 서초와 강남·용산·송파 등 일부 지역에 대해 ‘롯데 프레시’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올해 6월에는 신세계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를 통해 총 1만여 개 상품의 새벽배송 서비스에 들어갔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차별화가 시장에서 통하자 지켜만 보고 있던 대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새벽배송 분야는 소위 짭짤한 시장은 아니다. 실제 마켓컬리는 2015년 54억원, 2016년 88억원, 2017년 123억원, 지난해 3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유통 대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이 새벽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물류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보냉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장 기술과 이에 따른 자금 투입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후발주자인 신세계의 경우 첫 주문하는 고객에게 최대 9시간의 보냉력이 유지되는 ‘알비백’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실한 승자가 없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지면 투입된 매몰비용 수천억원을 그냥 땅속에 묻는 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전체 독식을 위한 전략 일환

새벽배송을 선점하기 위한 유통 대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은 사실 온라인 전체를 독식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유통기업들은 이미 대세가 온라인으로 기울어졌다고 판단하고 돈이 안 되는 매장은 과감하게 폐점 절차를 밟으면서까지 온라인에 전사(全社)의 기운을 집중시키고 있다.

롯데쇼핑은 7월25일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 등 9곳을 약 1조629억원에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쇼핑은 앞서 지난 5월에도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에 넘기고 약 4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쇼핑 측은 “신(新)성장 사업 재원 확보”라고 자산매각의 이유를 밝혔다. 부동산을 매입해 전국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했던 롯데가 온라인 유통에 전력투구하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바꾼 셈이다.

백화점과 마트가 그룹의 핵심이었던 신세계도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던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하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앞으로의 성장은 온라인 신설 법인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당시 신세계는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로부터 1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신세계는 온라인 신설 법인의 물류·배송 인프라, IT 향상 등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온라인에 3조원을 투자하고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8개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는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 업계 1위를 공언했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의 온라인 시장 선점 경쟁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역시 ‘쿠팡’이다. 쿠팡은 100조원 펀드를 굴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등에 업고 있다. 이미 손 회장은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쿠팡에 20억 달러(3조3400억원)의 추가투자를 단행하며 자금력을 입증한 바 있다.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던 금융투자업계는 쿠팡의 기업 가치를 10조원으로 평가하며 향후 유통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롯데와 신세계 그리고 쿠팡 간의 경쟁은 유통업계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내 유통 대기업과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간의 대결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결국 하나뿐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를 중심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의 경우 소비자들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익숙함을 좇는다. 결국 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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