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이영상에 얼마나 가까이 있나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4 10: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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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대 평균자책점 유지하면 안정권, MVP 수상은 쉽지 않을 듯

LA 다저스 류현진의 역대급 시즌이 마지막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애틀랜타 원정에서 주춤하며 5.2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해 4실점하며 50일 만에 패전을 안았지만 그의 성적은 아직 굳건하다.

일단 8월20일 현재 12승3패로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 공동 3위에 올라 있고 평균자책점 1.64는 2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이크 소로카의 2.41보다 무려 0.77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선발 투수로 10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 중 1점대 평균자책점은 류현진이 유일무이하다.

8할의 승률이 2위에 올라 있는 점도 눈길을 끌지만 또 다른 절대적 1위는 무결점 컨트롤을 가늠할 수 있는 9이닝당 볼넷 허용 수치다. 그의 볼넷 허용은 1.092개로 9회를 완투하면 볼넷 하나 정도만 허용한다는 결론이 된다. 삼진과 볼넷 비율은 7대 1로 맥스 슈어저에 이어 2위에 랭크되어 있다.

9이닝당 홈런 허용은 0.73개로 3위며 또 다른 놀라운 기록은 리그 평균자책점과 구장 팩터가 감안된 조정 평균자책점 수치다. 이 수치는 시대에 따른 편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당해 평균적 선수들의 수치를 100으로 잡고 그 이하는 평균보다 일정 %가 떨어지는 선수를 말하며 그 이상의 선수는 몇 % 이상 평균 선수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부문에서 류현진은 무려 254포인트로 올 시즌 리그 평균적인 투수들보다 무려 2.5배 이상 뛰어난 활약을 한다는 수치인 것이다.

이렇게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는 류현진이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고 MVP까지 가능한 수치가 얼마일지 살펴보았다.

류현진이 8월9일(현지 시각)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등판했다. ⓒ 연합뉴스
류현진이 8월9일(현지 시각)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등판했다. ⓒ 연합뉴스

MLB 사이트 “류현진, 사이영상 0순위”

우선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에서는 류현진이 리그 사이영상 0순위로 진단하고 있다. 일단 압도적인 평균자책점과 핀포인트 컨트롤을 검증하는 볼넷 수치가 이런 분위기를 견인한다.

최근의 사이영상 투표 양상은 다승보다 평균자책점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2009년 15승을 거두고 사이영상을 받았던 팀 린스컴부터 시작됐다. 당시 15승은 13위에 그쳤지만 2.48의 평균자책점은 전체 3위였다. 그리고 탈삼진율 1위로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로는 사이영 수상자 역대 최저승이었다.

이 기록은 바로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에 의해 깨진다. 그는 13승에 그치며 다승 1위와 무려 8승이나 차이 났지만 2.27의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였다. 이 기록도 오래가지 못하며 작년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의 10승 수상으로 지워진다. 역시 1.79의 평균자책점으로 내셔널리그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발 투수였다. 물론 승리와 평균자책점이 조화를 이루고 여기에 탈삼진율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로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해진다.

이런 최근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류현진에게 1승보다 더 소중한 것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사이영상을 받지 못한 선수는 2005년 로저 클레멘스, 2015년 잭 그레인키 단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레인키는 또 다른 1점대 제이크 아리에타에게 뺏긴 것이다. 이미 다승 3위인 류현진이 1점대 평균자책점만 유지한다면 최근 추세상 15승 정도만 거두어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MVP 수상은 다른 얘기가 된다. 우선 미국 현지에서는 MVP는 야수의 몫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투수들에게는 이미 그들만의 전유물인 사이영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본적으로 야수는 전 경기를 소화하지만 선발 투수의 경우는 풀타임으로 등판한다고 해도 32경기 남짓이다. 즉 매 경기를 뛰는 야수의 공헌도와 시즌의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수들의 경기 수는 비교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1911년 MVP가 리그 공식 상이 된 이후 10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양대 리그 MVP를 다 살펴봐도 투수는 25명에 그쳤다. 그나마 1956년 사이영상이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11명의 투수만이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2000년대에는 2011년 저스틴 벌랜더, 2014년 클레이튼 커쇼가 유이하다. 당시 벌랜더는 24승5패 2.40, 250탈삼진을 기록했다. 14년 커쇼는 16승9패 1.83, 239탈삼진이 기록이었다.

기록상으로 본다면 류현진은 벌랜더의 11년 기록보다 팀 동료 커쇼의 14시즌 기록에 더 근접해 있다. 그리고 이 두 선수와 비교해 류현진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는 바로 탈삼진이다. 8월19일 현재 류현진은 148.1이닝을 소화했고 삼진은 126개를 잡아내 9이닝당 7.6개를 기록 중이다. 본인의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인 8.0보다도 적은 수치다. 여기서 삼진 수치를 강조하는 것은 강력한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야수에 비해 불리한 입장의 투수인지라 강한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류현진은 아무래도 열세다. 메이저리그의 전통적인 분위기상 쉽지 않아 보이는 MVP 경쟁에서 류현진이 그나마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낮은 평균자책점이 요구된다.

현재 류현진의 1.64 평균자책점은 1920년 이후 5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그리고 마운드가 현재의 20cm로 낮아진 1969년부터는 1995년 그렉 매덕스의 1.63에 이은 2위에 올라 있다. 이 점이 열쇠가 될 수 있다. 마운드의 높이가 낮아지며 1점대 평균자책점은 꿈의 수치가 되었는데 류현진이 ‘낮아진 마운드 시대’의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 가능성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팀 동료이자 가장 강력한 리그 MVP 후보인 코디 벨린저, 그와 함께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크리스찬 옐리치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레이스가 될 것이다.

개인 성적에 치중한 사이영 투표에 비해 팀 공헌도를 많이 보는 MVP 경쟁에서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인 WAR 수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류현진은 벨린저와 옐리치에게 꽤 큰 차이로 떨어져 있다.

결국 1점대 평균자책점과 15승 전후는 사이영상으로 가는 지표이고 매덕스의 기록 갱신은 MVP 투표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제 7번 정도의 등판이 남아 있는 류현진의 시즌 마무리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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