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 귀화 프로젝트로 월드컵 숙원 풀까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5 10: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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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 감독 ‘축구굴기 계획’ 가동…”선수 능력 너무 떨어져” 비관도

중국의 축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평균 관중 2만 명을 가뿐하게 넘어서며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슈퍼스타 영입 경쟁이 극에 달했던 2017년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유럽 주요 리그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적료를 쓴 리그가 됐다. 승부조작 등의 범죄가 이면에 존재하지만 축구를 향한 중국의 애정이 특별하다는 걸 부인할 이는 없다. 21세기판 황제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며 이런 현상은 더 커졌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 주석의 눈에 들기 위해 일반기업과 국영기업 가릴 것 없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구단주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2010년부터 적극적인 투자로 AFC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한 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상무위원으로 거듭 선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광둥성의 지방 부동산 재벌이 파벌과 서열이 극심하기로 유명한 공산당 정치 세력 내에 진입하며 전국구 인사가 된 것은 대단한 이슈였다. 시 주석의 마음을 사는 법을 파악한 중국 재벌들은 축구에 투자하는 정치 로비를 시작했다.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광저우 구단의 지분 절반을 사들였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도 2015년 다롄 이팡을 인수해 투자를 시작했다. 돈이 모여들자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던 특급 스타들이 중국 무대로 건너왔다. 오스카(전 첼시), 야닉 카라스코(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무사 뎀벨레(전 토트넘), 마루앙 펠라이니(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돈이 아니라면 아시아 무대에서 뛸 리가 없는 선수들이 현재 중국 프로축구인 슈퍼리그에서 활약 중이다.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브라질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엘케손 ⓒ 연합뉴스
마르첼로 리피 중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브라질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엘케손 ⓒ 연합뉴스

카타르 대회 목표로 ‘비장의 카드’ 꺼내

선수 면면의 화려함과 거대한 씀씀이, 뜨거운 열기는 유럽 최상위 리그에 근접한 말 그대로 ‘슈퍼’한 리그다. 하지만 중국 축구의 근본적인 고민은 해결되지 못했다. 바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사상 최초로 본선 무대에 올랐던 중국이지만 당시엔 아시아의 강호인 한국과 일본이 본선에 자동 진출하며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덕을 봤다. 이후 중국은 네 차례 월드컵 예선에서 모두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2006년, 2010년, 2014년 대회 때는 최종 예선조차 오르지 못했다.

시진핑 주석은 ‘축구 굴기(蹴球崛起·축구로 우뚝 선다)’를 외치며 월드컵 본선 진출과 우수한 성적을 최종 목표로 못 박았다. 세계 경제, 정치, 군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신감을 축구를 통해 증명하겠다는 21세기판 중화사상으로 해석될 정도다. 이런 투자와 국가적 열망에도 월드컵 본선 진출은 어려운 문제였다. A매치에는 고액 연봉으로 영입한 세계적인 선수를 투입할 수 없었다. 자국 선수들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했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는 중국 대표팀은 아시아 정복과 거리가 멀었다. 월드컵 우승을 이룬 바 있는 세계적인 감독 마르첼로 리피를 데려와도 해결이 안 됐다. 지난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중국은 3승 3무 4패로 A조 6개 팀 중 5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올해 초 열린 아시안컵에서는 16강에서 고전 끝에 태국을 꺾었지만, 8강에서 이란에 0대3 완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축구굴기는 장기적 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 내에 5만 개의 축구특성화학교와 6만 개의 구장을 지어 ‘중국판 호날두’를 배출하려고 한다. 그러나 올해로 축구굴기를 국가 정책으로 삼은 지 8년째지만 연령별 대표팀은 베트남, 태국 등에 패하며 망신살만 뻗쳤다. 중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월드컵을 개최하지 않는 한 본선행은 무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결국 중국축구협회는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한 달 앞두고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귀화 선수를 대표팀에 합류시켜 전력 강화를 꾀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아스널 유스 출신의 미드필더 리커(본명 니콜라스 예나리스)를 대표팀에 선발했던 중국은 이번에는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엘케손도 귀화 선수로 선발했다. 리커의 경우 모친이 중국인이지만 엘케손은 중국 혈통과 전혀 상관없는 순수 브라질인이다. 2011년부터 중국에서 뛴 엘케손은 5년 이상 거주 시 귀화를 통해 새 대표팀에서 뛸 수 있다는 FIFA 규정을 통과했다. 중국으로 오기 전 브라질 A대표팀에 선발된 적이 있지만 출전하지는 않아 이전 국가에서 A대표팀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FIFA의 조건도 충족시켰다.

귀화 선수 프로젝트는 리피 감독이 중국축구협회와 합의한 내용이다. 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뒤 사임했던 리피 감독은 중국의 끈질긴 구애에 재취임하는 조건으로 귀화를 통한 전력 보강을 요구했다. 유럽에 있는 중국계 선수를 찾고 엘케손처럼 귀화 의사가 있는 특급 선수들과 접촉했다. 중국 언론은 “엘케손은 시작이며 내년에 굴라트, 페르난지뉴 등 브라질 선수들이 귀화 조건을 충족시킨 뒤 추가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엘케손이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중국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는 간판 공격수 우레이(에스파뇰)와 엘케손이 호흡을 맞추면 아시아 최고의 공격 조합도 가능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중국 무대에서 130골을 넘게 넣은 엘케손은 상하이 상강 시절 우레이와 함께 뛴 적이 있다. 귀화가 확정되자 엘케손은 광저우로 바로 이적했다. 중국 국가대표가 대거 뛰는 광저우에서 호흡을 맞추며 대표팀 승선을 준비하는 차원이다. 귀화 선수와 혼혈 선수가 공격을 맡고, 기존 선수들이 수비를 맡는 형태로 가는 중국 대표팀의 새 전략은 숙원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시리아, 필리핀, 몰디브, 괌과 함께 A조에 속했는데 이때부터 귀화 선수들이 투입된다.

 

김신욱 활약에 ‘물음표’ 찍힌 귀화 효과

그러나 이런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경기력을 위해 한 나라의 축구 시스템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에 외국인의 기능만 더하는 극약처방이 옳은 것이냐는 지적이다. 국가도 부르지 못하는 선수가 즐비한 카타르의 방식과 다른 게 무엇이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귀화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중국인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브라질의 경우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어, 국적 복귀가 수월하다. 현재 중국이 추진하는 귀화 선수 대부분이 브라질 출신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물만 빼먹고 결국 브라질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엘케손의 경우 귀화 후 광저우에서 연봉 130억원을 받게 된다.

귀화 선수들이 실제 전력 상승에 효과를 줄지도 물음표다. 카타르는 이미 오래전부터 귀화 선수를 대거 활용해 왔지만 조직력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며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했다. 자국 선수들이 뒷받침을 해 줘야 하는데 그 수준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김신욱의 맹활약이다. 지난 7월 전북 현대에서 중국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김신욱은 5경기에서 해트트릭 포함해 8골 2도움을 올리며 그야말로 맹폭격 중이다. 김신욱이 한국 국가대표팀의 중심과 거리가 멀고 러시아월드컵 이후엔 한 차례도 선발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중국 축구계엔 상실감을 준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하는 스트라이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국 수비수들로는 귀화 정책을 반쪽짜리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다. 결국 급한 불은 꺼도 장기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시선이다. “한국이 김신욱을 안 쓸 거면 우리가 귀화시키면 안 되냐”는 한숨 섞인 발언에서는 대표팀을 바라보는 중국 팬들의 씁쓸한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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