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논란’ 한 방에 잠재운 윤석열의 승부수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09 11:00
  • 호수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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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초기 ‘측근 챙기기’ 검찰 내 불만…“총장 중심으로 뭉쳐야” 분위기 반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 수장으로 파격 발탁된 윤석열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23기)이 취임한 지 40여 일이 지났다. 윤 총장은 역시 뉴스메이커였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그는 정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검찰 내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기점으로 “조직 장악력에 대한 강점은 확실하게 드러냈다”는 윤 총장에 대한 평이 적지 않다. 조 후보자와 관련한 수사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가 앞으로 윤석열호 검찰의 순항 여부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전히 특수부를 중심으로 한 측근 챙기기에 대한 내부 불만이 잠재돼 있지만, ‘조국 수사’ 여부에 따라 이런 논란도 일거에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월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이동통로를 걸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9월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이동통로를 걸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전격적인 ‘조국 수사’로 국면 전환

윤석열 총장은 지난 6월17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58·사법연수원 18기)의 후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뒤 7월25일 공식 취임했다. 윤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검찰의 형사법 집행 권한은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선 안 된다”며 정치적 중립을 중요 키워드로 제시했고,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선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우선적 가치로 내세웠다.

전임인 문 전 총장보다 5기수를 낮춘 파격 발탁으로 관심을 끌었던 윤 총장이 내놓은 2가지 키워드는 정치권과 재계 등으로부터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이제 중앙지검장을 넘어 검찰 수장이 된 만큼 형사법 집행 권한을 갖고 있는 검찰의 책임이라는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취임 직후 법무부에서 단행한 중간간부 인사에 반발해 70명 가까운 검사들이 항의성 줄사표를 내면서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특수통 라인 등 윤 총장 측근들은 대거 승진한 반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여권을 불편하게 했던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들은 좌천성 인사가 이뤄진 것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첫 인사를 낸 지 이틀 만에 추가 인사를 단행하는 등 상당한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한 차장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 취임 직후 인사 문제로 내부가 상당히 술렁거렸던 게 사실”이라며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억울하게 한직에 내몰린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내부에선 ‘저분은 안 그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까보니 ‘역시나’였다. 자칫하면 수혜를 받은 측근들을 제외하고 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차장검사는 “앞으로도 측근 챙기기만 계속된다면 검찰 내부가 확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고위 간부는 “과거에 여권에 아픈 수사를 하면 수사 당시엔 화를 내거나 지적을 하더라도 최소한 인사에 있어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총장이 보호벽이 돼 주곤 했다. 검사가 일이 주어지니 열심히 한 것일 뿐이지, 뭔가 의도를 갖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번 인사는 분명 그러지 못한 결과였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열심히 일한 검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도록 방어막이 돼 줬어야 할 윤 총장도 그런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사를 둘러싼 내부 반발에 직면했던 윤석열 총장에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 일가의 각종 의혹에 대한 전격 수사는 국면 전환의 기점으로 작용했다. 인사 반발 이후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던 ‘윤석열호 검찰’은 여야가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잠정 합의한 이튿날인 8월27일 조 후보자 일가의 의혹과 관련된 곳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이니만큼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검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났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아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나서 ‘피의사실 공표’ 카드로 검찰을 압박했다.

이 같은 여권의 강력한 반발에 공개적 대응을 자제하던 검찰은 또 결정적 시점에 보란 듯이 추가 펀치를 날렸다. 9월2일 총 11시간가량 진행된 조 후보자의 대국민 기자간담회가 끝난 지 7시간도 채 안 된 3일 오전 9시쯤부터 대대적인 추가 압수수색과 핵심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인 것이다. 

 

“윤 총장의 확실한 조직 장악력 증명된 것”

이 같은 여권과 검찰 간 갈등 구조는 검찰 내부적으로 다소 흔들렸던 윤 총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또 다른 간부급 검사는 “처음 인사로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조 후보자 수사 문제로 검찰 내 다른 이슈들은 묻혀버렸다”며 “여권에서 조 후보자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한다’ ‘정치검찰’이라는 쪽으로 주장하니 검찰 내부는 총장을 중심으로 뭉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경(在京)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보안이 철저하게 지켜진 것을 보면 윤 총장의 조직 장악력이 확실하다는 게 증명됐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윤 총장이 (수사)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는 것 같다. 매우 치밀한 사람이고, 자기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평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수사가 윤석열호 검찰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한 부장검사는 “윤 총장 개인도 그렇고 검찰로서도 이번 수사는 명운이 걸린 수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급 검사는 “이렇게 강제수사에 돌입한 만큼 (혐의를) 못 밝혀내면 우리는 죽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경 고검의 한 부장검사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한 사실관계만 밝히면 되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윤 총장에겐 앞으로 비전 제시나 조직 관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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