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공화국] 악플 쓰는 ‘광장의 노인들’, 왜?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4 10: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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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주도하는 청년세대에 대한 반발”…“과한 경계는 표현의 자유 억압해”

“‘빨갱이’ 욕을 못 하면, 여기가 ‘빨갱이 세상’이지 뭐야!” 10월30일 서울 종각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신환씨(가명·71)는 ‘악플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말했다. 김씨 옆에서 장기판을 정리하던 최복남씨(가명·68)는 “나라가 바로 서려면 싫은 소리도 해야지, 그걸 다 막으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며 혀를 찼다. ‘잘돼라’는 의미로 쓴소리와 욕을 남긴다는 노인들. 과연 증가하는 ‘노인 악플’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회 및 심리학 전문가의 의견을 정리해 봤다.

보수단체들이 10월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보수단체들이 10월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댓글로 드러난 보수·권위적 시각”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20대 여성과 가장 간극이 큰 대상이 60대 이상 남성이다. 굉장히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품었던 신념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이런 노인들이 SNS와 유튜브 등을 사용하게 되면서, 속으로만 하고 있던 생각을 댓글로 표출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때문에 노인들이 선동당하거나 변한 게 아니다. 원래 노인들은 (악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교육을 받은 10대나 각종 사건·사고를 접한 20대는 이제 악플이 범죄가 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노인들이 악플을 조심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여론 주도하는 청년세대에 대한 반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젊은이들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있다. ‘나이 들었다고 가만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론을 어린 세대들이 주도한다는 생각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확산까지 독려하고 있다. 옳은 말을 하고 있다는 태도는 도덕적인 합리화로 이어지고, 이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스스로의 각성이 어렵다면,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 나아가 인터넷 실명제를 한시적이라도 도입해, 노인들 스스로 자정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

“과도한 경계는 표현의 자유 제약해”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아직 악플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컨센서스(합의)가 없다. 악플의 문제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의가 어렵다면 함부로 악플러라 불러서도 안 된다. 현 시점에서 악플은 내용보다는 표현의 수위 차이다. 노인들이 댓글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그만큼 표현을 많이 하다 보면 감정이 격앙돼 과격한 표현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단지 누군가에 대해 나쁘게 말했다고 해서 악플이라 구분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글을 악플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탓한다면 ‘근거 있는 악플’까지 문제가 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상충되는 지점이다.”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댓글 문화가 전 연령대로 넓어지고 있다. 연령과 상관없이 악플과 얽힌 문제가 복잡해 하나의 해법을 말하긴 어렵다. 다만 악플을 방치하지 않고 지우는 등의 역할은 포털사이트가 해 줄 수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포털사이트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악플러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악플러 중에는 악의 없이 본인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도 있다. 모든 악플러를 강력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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