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의 저주’에 다시 발목 잡힌 태광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6 08: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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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 지원, 상품권‧김치 강매 논란 이어 골프 접대까지

‘황제 보석’ 논란으로 재수감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또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지난해 불거진 수천 명에 달하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접대가 이뤄진 골프장은 지난해까지 이 전 회장 개인 소유이던 휘슬링락컨트리클럽(휘슬링락)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골프장은 건립 때부터 이 전 회장의 손을 떠나기 직전까지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4개월여 전에도 이 전 회장은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골프장의 저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번 수사의 진원은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 태광그룹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다. 이들 단체는 최근 이 전 회장과 김기유 티시스 사장을 업무상 배임과 뇌물공여,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해 현재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고발장에서 시민단체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300여 명에 달하는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시사저널 포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시사저널 포토

시민단체 골프 접대 의혹 관련 고발장 접수

접대가 이뤄진 휘슬링락은 250명 전후의 소수 회원제로 운영되는 최고급 골프장이다. 회원권 가격도 개인 13억원, 법인 26억원으로 국내 최고가 수준이다. 지난해 매각 전까지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티시스가 운영해 왔다. 사실상 이 전 회장 일가의 개인  골프장이었던 셈이다.

골프 접대 리스트엔 고위급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김종훈 전 새누리당 의원,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태광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른바 ‘모피아’라 불리는 전직 경제관료들도 태광의 ‘배려’로 휘슬링락에 많이 드나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이 휘슬링락을 이용한 비용은 태광그룹 계열사 법인카드나 이들 기업이 구매한 골프장 상품권 등으로 결제됐다.

이 전 회장이 휘슬링락과 관련해 골머리를 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논란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시작됐다. 공사비 2500억원 중 792억원을 계열사 9곳에서 끌어모은 것이 문제가 됐다. 부당지원 행위의 결과로 태광은 2011년 공정위로부터  44억80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2011년 개장 이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영업부진으로 계속 당기순손실을 낸 것이다. 부진한 영업 상황은 무리수를 낳았다. 계열사들이 업무추진비로 상품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손실 보전에 나선 것이다. 이 일로 휘슬링락과 상품권을 구매한 계열사들은 경찰 수사를 받았다. ‘회장님 골프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휘슬링락에서 생산한 김치를 모든 계열사에 고가로 강매해 직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다. 이 일로 공정위는 지난 6월 태광에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과 태광그룹 계열사 19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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