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손흥민, 이젠 멘털 제어하는 법 키워라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8 17:00
  • 호수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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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견제에 곧잘 흥분…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잘할 수 있어야 

토트넘 올해의 선수상, 이적료 가치 1000억원 돌파, FIFA 베스트 11과 발롱도르 후보 진입 등 거침없던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 큰 시련이 닥쳤다. 경기 중 시도한 태클이 상대 선수를 크게 다치게 하며 부상을 유발한 가해자가 됐다. 손흥민은 자신으로 인해 큰 부상을 당한 동업자를 보며 큰 충격에 빠져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도 정신이 나간 듯한 그의 모습은 이번 사고가 심리적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안겼다.

손흥민은 한국 시간으로 11월4일 새벽 리버풀의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2019~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전에서 후반 33분 충격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포르투갈 출신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후방에서 태클을 시도했는데, 밸런스를 잃고 발을 헛디디며 넘어지던 고메스는 옆에 있던 토트넘의 수비수 세르주 오리에와 충돌하는 바람에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느린 화면으로 확인했을 때 발목이 90도 가까이 돌아가는 심각한 골절이었다.

11월3일(현지시간) 손흥민이 EPL 경기 도중 상대팀인 에버튼의 안드레 고메스의 부상을 보며 괴로워하고 있다. ⓒ PA 연합
11월3일(현지시간) 손흥민이 EPL 경기 도중 상대팀인 에버튼의 안드레 고메스의 부상을 보며 괴로워하고 있다. ⓒ PA 연합

“우발적 사고” 손흥민 옹호하는 현지 분위기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고메스에게 의료진이 달려와 후송을 준비했다. 그 곁을 떠나지 못한 손흥민은 눈물 범벅이 된 채로 미안함을 표현했다. 오히려 양팀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손흥민을 위로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처음엔 옐로카드를 꺼냈던 마틴 앳킨슨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을 확인한 뒤 레드카드로 변경했고, 손흥민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손흥민은 인터뷰를 고사했다. 델레 알리를 비롯한 토트넘의 동료들은 “손흥민이 라커룸에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메스는 발목 골절로 인해 다음 날 수술을 받았다. 회복과 재활에는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상대 선수에게 중상을 입힌 가해자가 됐다.

보통 큰 부상이 발생하면 피해자에게는 우려와 위로가 가지만, 가해자에게는 커다란 비판이 따른다. 과거 이청용의 정강이 골절을 유발한 톰 밀러나 애런 램지에게 오른 다리 복합골절 부상을 입힌 라이언 쇼크로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손흥민을 향한 반응은 결이 다르다. 과거 사례의 경우 가해자들이 정면에서 무리하게 들어간, 무지막지한 파울로 ‘살인 태클’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손흥민은 그 의도성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우발적 사고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리버풀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명수비수로 현재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인 제이미 캐러거는 “손흥민은 단지 고메스를 저지하려고 했을 뿐이다. 발이 걸리게 되며 뜻밖의 부상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토트넘의 동료들은 손흥민의 평소 행동과 성격을 강조하며 결코 누구를 해하기 위해 태클을 할 선수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알리는 “손흥민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좋은 인성을 지녔다”고 말했고, 벤 데이비스는 “누구를 해치기 위해 경기장에 나서는 선수가 아니다. 이날만 해도 그보다 거친 태클을 구사한 선수가 셋은 더 있었다. 이런 사고도 축구의 일부분”이라며 옹호했다.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은 의도를 갖고 문제를 일으키는 선수가 아니다”며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뜻을 전했다. 경기 후 에버턴의 주장인 시무스 콜먼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토트넘의 라커룸을 방문해 손흥민을 만났다. 그는 “네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갔다. 현지 언론도 손흥민에 대한 비판 뉘앙스는 크지 않다. 아시아권 선수로서 편견에 시달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손흥민의 언행과 인성에 대한 호감이 컸다는 방증이다.

11월6일(현지시간) 손흥민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고 안드레 고메스에게 사과하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 EPA 연합
11월6일(현지시간) 손흥민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고 안드레 고메스에게 사과하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 EPA 연합

손흥민 “힘들지만 더 집중하고 열심히 뛰어야”

오히려 논쟁은 손흥민의 파울에 대해 처음 옐로카드를 꺼냈다가, VAR 판독 후 레드카드로 바꾼 앳킨슨 주심의 선택에 쏠렸다. 부상 정도와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과도한 판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선수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기 때문에 퇴장을 결정했다”며 앳킨슨 주심의 판단을 설명했다. 그러나 징계를 결정하는 잉글랜드축구협회는 6일 손흥민에게 내려진 퇴장과 그에 따른 3경기 출전 정지 처분 철회를 발표했다. 당초 11월까지 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던 손흥민은 다음 경기부터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해졌다.

이제 중요해진 것은 손흥민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스포츠 심리상담 전문가인 강성구 중앙대 교수는 “부상을 당한 사람은 물론 입힌 사람도 트라우마가 나타날 수 있다. 크나큰 죄책감이 불안을 야기하고 공포로 전이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들의 전방 압박 가담과 적극적인 수비는 필수적이다. 손흥민의 경우도 높은 지점에서 상대 공격 전개를 차단하기 위해 시도한 태클이 고메스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만일 심리적 상처가 커지면 유사한 상황에서 손흥민이 소극적인 플레이나 활동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토트넘은 이번 사건 이후 곧바로 심리치료사를 손흥민에게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후 휴대폰을 끈 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손흥민은 당초 7일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도 불참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손흥민은 하루 휴식 후 5일 원정을 위해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치료를 당분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죄책감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상대 선수와의 만남, 화해가 빠르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손흥민 스스로 경기 중 멘털을 제어하는 법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FC서울과 FC안양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이상우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경기 중 손흥민이 상대 견제에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고, 그것이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 경험 많은 선수들일수록 무리하지 않는다. 손흥민에게 상대의 집중 견제는 이제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을 했다.

당분간 경기장 밖에서는 손흥민이 힘든 시간을 겪겠지만, 많은 경험이 쌓였고 집중력이 높은 선수니만큼 그라운드 안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손흥민은 11월7일(현지시간)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4차전 원정경기에 출전해 멀티골을 터뜨리며 개인 통산 123골을 쌓았다. 이 골로 손흥민은 차범근 전 감독이 1989년 세운 한국인 유럽 최다골(121골)을 뛰어넘는 등 우려했던 것보다는 빨리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은 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며칠 동안 정말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렇지만 나는 팀에 집중하고 더 열심히 뛰어야만 한다. 그것이 나를 응원해 준 분들에 대한 올바른 보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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