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라고 믿고 싶은 트럼프, 지지율 추락
  • 김원식 국제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2 15: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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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미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에 평균 8%p 뒤져

“50% 이상의 지지율이고, 그것도 두 자릿수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런 경우는 드물다. 내일 대선이 실시된다면, 트럼프는 참패할 것이다.” 미국의 한 주요 신문이 최근 대선 상황에 관해 평가한 내용이다. 오는 11월3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결로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것처럼 일제히 바이든이 앞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CNN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55%의 지지율을 기록해 41%에 그친 트럼프보다 무려 14%포인트나 앞섰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절반을 넘은 것은 물론 트럼프를 두 자릿수 이상으로 추월한 셈이다. CNN뿐만 아니라 최근 실시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공동조사에서도 53%(트럼프 43%)가 나온 것을 비롯해 몬머스대 여론조사에서 52%(트럼프 41%), 에머슨대 조사에서 53%(트럼프 47%), NPR방송과 PBS방송 공동조사에서 50%(트럼프 43%)를 각각 나타냈다. 시간이 갈수록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고 또 트럼프를 두 자릿수 이상 추월 하는 결과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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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인 ‘경합주’에서도 거의 바이든이 앞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50% 이상, 즉 절반을 넘겼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를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섰지만, 50% 이상의 지지율은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평균 42%의 지지율로 트럼프를 2~4%포인트 앞서는 상황이었다. 결국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여론조사를 뒤집은 결과를 연출해 여론조사 회의론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이는 당시 지지율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크게 따돌리면서 2016년 대선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 정치 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5월28일부터 6월5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기준으로 바이든의 지지율은 49.6%로 41.6%를 획득한 트럼프를 8%포인트 차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방송매체는 물론 대학의 여론조사 연구기관까지 모든 미국의 여론조사를 평균해도 바이든이 8%포인트나 앞선다는 결과는 한마디로 트럼프가 완전히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의 대선은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간접 투표제다. 전체 대선 선거인단은 538명이며 각 주(州)에는 해당 주를 지역구로 삼는 연방 상·하원 의원 수와 같은 규모의 선거인단이 배정된다. 따라서 전체 선거인단의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대선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선후보가 확보하는 선거인단 수가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의 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주가 이른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느 한 주에서 상당한 득표를 획득했어도 불과 몇 표 차이로 졌다면, 그 주에서 획득한 표는 의미가 없는 사표(死票)가 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전국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대선에서 패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트럼프보다 전국적으로 287만 명 정도 많은 지지를 얻었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77명이 적어 대권을 놓친 바 있다. 결국 1표라도 많이 얻는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다 보니 양측의 지지율이 팽팽한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가 미 대선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전국 지지율에서는 밀렸지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도 경합주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지율 싸움이 팽팽하다는 경합주도 지금 거의 모두 바이든 쪽으로 기울고 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가 지난 5월 대표적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플로리다주에서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미 바이든이 트럼프를 3%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취합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경합주인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애리조나주 등에서 모두 3%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며 트럼프를 앞질렀다.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만 겨우 0.3%포인트 앞선 상황이다.

CNN방송은 애리조나·오하이오·위스콘신·텍사스 등 경합주들의 여론조사 결과로 선거인단 배정을 예측한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아무리 미국 대선이 간접선거지만, 경합주에서도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면, 실제 대선에서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인 셈이다. 이대로 내일 대선이 실시된다면, 트럼프가 참패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국정 지지율도 급락해 최악의 상황

이 같은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는 가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는 최근 CNN방송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CNN의 여론조사는 그들의 보도와 마찬가지로 가짜다. (4년 전) 사기꾼 힐러리와 겨룰 때도 비슷한 수치이거나 더 나빴다”면서 “민주당원이 미국을 파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모든 여론조사는 ‘순간적인 열광’에 기반을 둔 것일 뿐,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가짜(Fake)라는 것이다. 특히 2016년 대선 때 여론조사에서는 졌지만, 결국 자신이 승리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지지자들의 동요를 막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대선 당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클린턴이 2%포인트 정도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앞선다는 점을 들어 당선을 예측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대다수 선거 분석가들은 지금과 같이 큰 격차가 계속된다면, 지난번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뒤집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 큰 문제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대선 여론조사뿐만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CNN방송이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38%에 그쳐 지난 5월보다 7%포인트 급락했다. 또 응답자의 57%는 그의 직무수행에 반대했다. 다른 주요 방송의 국정 지지도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지고, 국정 수행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고 있다. 대다수 정치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이어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사태까지 미 전역으로 번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근래에 실시된 역대 미 대선의 경향을 보면,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해 결국에는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 그나마 트럼프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실낱같은 희망 사항’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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