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國3色 코로나 대응 성적표가 말해 주는 것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6.30 14:00
  • 호수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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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봉쇄’, 대만 ‘전문성’, 스웨덴 ‘집단면역’이 준 교훈 

세계 각국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6월25일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40만 명, 사망자는 48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 유행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아 여전히 하루 약 15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몇몇 국가는 지역사회 감염 0명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뉴질랜드와 대만이다. 뉴질랜드는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고 대만도 코로나19 청정국이 됐다. 코로나19는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감염병이어서 국제 표준 대응법이 없다. 각국의 대응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와 대만은 어떻게 대응한 것일까. 또 대다수 국가가 채택하지 않은 집단면역 전략을 시도한 스웨덴에서는 왜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할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장기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세 나라의 대응법에는 우리가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다.

6월13일 뉴질랜드에서 열린 럭비 경기에 약 4만 명의 관중이 모였다. ⓒAP 연합
6월13일 뉴질랜드에서 열린 럭비 경기에 약 4만 명의 관중이 모였다. ⓒAP 연합

●뉴질랜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봉쇄한 나라

4만여 명이 경기장에 모여 럭비 경기를 관람하며 환호했다. 영화 《아바타》 속편을 촬영하는 장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 뉴질랜드의 최근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약 15만 명 이상이 매일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에서 이런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지역사회 감염이 5월22일부터 2주일 이상 발생하지 않았고 마지막 입원환자가 퇴원한 6월8일 뉴질랜드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폐지했다.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셈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뉴질랜드에서 또다시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실패로 해석할 수는 없다. 지금으로선 뉴질랜드 내에 바이러스 전파를 없앴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6월15일 이후 이따금 한두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경우다. 뉴질랜드는 국경 통제, 진단검사, 접촉자 추적 등을 유지하면서도 공공·민간 행사가 열렸고 상점, 호텔, 대중교통 등이 정상화됐다.

뉴질랜드에서는 2월28일 첫 환자가 발생했고 이후 이따금 한두 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3월17일 4명, 3월18일 8명이 감염되자 뉴질랜드 정부는 3월19일 봉쇄령을 내리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그런데도 3월22일 신규 확진자가 50명으로 껑충 뛰자 경찰서, 소방서, 필수 산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과 상점을 폐쇄했다. 특히 4월2일과 5일은 각각 8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방역 당국은 전국에 휴교령을 내렸고 일반인의 대중교통 이용도 금지했다. 국민을 대상으로 자택 대기령과 5주간 야간통행 금지령도 발동했다. 이후 감염자는 점차 감소해 5월 들어 신규 확진자는 5명 이하로 통제됐다. 5월22일부터 6월14일까지 3주 이상 신규 확진자는 없었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봉쇄 조치를 시행한 나라로 꼽힌다. 뉴질랜드가 빠른 시간에 코로나19 청정국이 된 배경에 대해 숀 헨디 오클랜드대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유지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한두 명씩 발생하자 뉴질랜드 정부는 군부대 인력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윌리엄 하나지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과학 전문매체 파퓰러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는 일찍 국경을 폐쇄해 대규모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질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호주에서 2000km 떨어진 고립된 섬나라인 데다 인구 밀도가 낮은 점(16명/㎢)도 뉴질랜드가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쉬웠던 배경으로 보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6월25일 기준 뉴질랜드 확진자는 1519명이고 사망자는 22명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뉴질랜드는 경찰관·소방관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하곤 집에 머무르도록 했고 대만은 사태 초기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6월6일 대만의 ‘무지개 마을’을 관광객이 둘러보고 있다. ⓒEPA 연합
6월6일 대만의 ‘무지개 마을’을 관광객이 둘러보고 있다. ⓒEPA 연합

●대만: 전문가가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이 실천한 나라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대만은 가장 위태로운 나라로 꼽혔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코로나19가 퍼진 중국과의 거리가 130km에 불과하고 왕래도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얻었다.

2월16일 첫 감염자가 나온 이후 대만에서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것은 3월20일 27명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6월25일 기준 대만의 누적 확진자는 446명이다. 사망자는 7명으로 5월11일 이후 사망 사례가 없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6월7일 “8주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어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식당, 관광지, 야구장, 학교 등에 대한 규제를 풀었다. 또 6월22일부터 뉴질랜드·호주·베트남·태국 등 코로나19 저위험 11개국의 상용 목적 입국자와 유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국·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4개국의 비즈니스 목적 입국도 허용했다. 현재 치료 중인 환자 4명이 퇴원하면 대만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위태로운 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데는 2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교훈을 잊지 않은 점이 주효했다. 당시 대만은 병원 응급 시스템이 마비돼 346명의 감염자와 37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수습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스 유행으로 뼈아픈 경험을 한 대만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마자 우한발 항공기의 검역을 시작했다. 1월 들어 우한에서 감염자가 폭증하자 1월20일 컨트롤타워인 중앙감염병지휘센터를 가동했다. 중앙감염병지휘센터는 2월 초순 중국과 통하는 모든 하늘길과 바닷길을 차단하고 중국, 홍콩, 마카오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대만으로서는 경제적 희생을 감수한 조치였다.

대만 방역 당국은 ‘전자 울타리’라는 휴대전화 위치추적 시스템으로 자가격리자를 관리했다. 휴대전화 위치가 주소지에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거나 휴대전화기 신호가 15분 이상 잡히지 않으면 지역 공무원이나 경찰이 15분 이내에 해당 주소지에 연락하거나 방문해 격리 대상자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외출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배경은 코로나19 대응을 의료인에게 맡긴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원 방역학 박사 출신이면서 2004년 세계 최초로 중앙감염병지휘센터를 설립해 대만 방역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천제런 부총통이 코로나19에 대한 정책을 총괄했다.

실무는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이 지휘했다. 천 부장도 치과의사 출신으로 2017년부터 중앙감염병지휘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지휘관’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강행군을 하며 ‘철의 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5월초 여론조사에서 천 부장의 지지율은 93.9%에 달해 차이 총통(74.5%)을 능가했다. 그만큼 방역 당국의 지침을 신뢰한 국민의 참여도 대만이 코로나19 청정국 반열에 오른 밑거름이 됐다. 병원, 학교, 관공서,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개인 방역을 지켰고 야외에서 1m, 실내에서는 1.5m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엘리베이터 등 거리 두기가 안 되는 곳에서는 대화하지 않는 문화도 생겼다.

제이슨 왕 미국 스탠퍼드대 예방의료연구센터 교수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기고한 논문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고 엄격한 대응에 힘입어 대만 정부는 중국 인접국임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대만 정부가 일사불란한 지휘통제 체제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적절한 조치를 한 것이 지금까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섀프너 미국 밴더빌트 의대 교수는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감염병 전문가, 과학자, 의사로부터 조언을 구했고 그대로 실행했다. 이는 매우 좋은 전염병 대처 공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뉴질랜드와 대만의 사례를 연구해 국내 대유행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뉴질랜드와 대만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 사례에서 봤듯이 전국 대유행이 된 후에는 뉴질랜드와 대만과 같은 코로나19 청정국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전국 대유행이 오기 전에 코로나19를 막아야 한다. 지역사회 전파가 없는 코로나19 청정국가로 만든 다음엔 입국자만 관리하면 된다. 그러면 경제활동과 학습활동도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월25일 스웨덴 말뫼시에 있는 시장에 사람들이 운집했다. ⓒEPA 연합
4월25일 스웨덴 말뫼시에 있는 시장에 사람들이 운집했다. ⓒEPA 연합

●스웨덴: 집단면역 전략으로 고령자 사망 늘어난 나라

스웨덴은 국민의 자율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의존하며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응법을 취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3월 스웨덴은 5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면서도 학교, 카페, 식당, 체육관 등을 열어두고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도심 카페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스웨덴은 의사가 부족해 외국인 의사도 적지 않다. 병상, 검사키트, 마스크 등 의료자원도 태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이 선택한 방법은 집단면역 전략이다. 집단면역은 한 집단 구성원의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되면 지역사회가 감염병에 저항력을 갖게 되는 단계에 도달한다는 면역학적 개념이다. 이렇게 집단 내의 다수가 면역을 가지면 감염병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춘다.

집단면역을 달성하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백신 접종으로 국민 대다수가 항체를 획득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백신이 없으므로 상당수가 감염된 후 항체를 형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60%가 항체를 보유해야 집단면역 효과를 볼 수 있다.

느슨한 방역 탓에 4월부터 5월까지 하루 300~500명의 감염자가 속출했다. 집단면역 전략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의사, 바이러스 학자, 연구자 등 22명은 4월14일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N) 논평란 기고에서 “스웨덴 보건 당국은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접근법을 완전히 신속하게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단면역을 기대한 스웨덴 국민의 항체 형성률은 얼마나 될까. 스웨덴 공중보건국이 6월1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서 수집한 시료에서 6.1%의 항체가 발견됐다. 세계 각국의 항체 형성률도 3~14% 수준에 불과하며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뉴욕주의 항체 형성률도 약 14%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6월25일 기준 스웨덴의 확진자는 6만2324명이고 사망자는 5209명이다. 6월3일에는 가장 많은 2200명의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하루 사망자도 수십 명에 이른다. 실제로 스웨덴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이웃 나라 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의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4배 많다. 사망자의 90%가 70대 이상이고 이 중 절반은 노인요양시설에서 숨졌다. 스웨덴은 노인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는 8월까지 1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최근 TV 인터뷰에서 입원 건수가 급감했으며 록다운(봉쇄)을 하지 않은 스웨덴의 전략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노인요양시설의 사망자가 많은 것은 집단면역 전략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률은 높은 편이지만 환자의 증세가 가볍고 입원환자 수가 4월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스웨덴은 최근 식당 및 상점의 영업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통제를 시작했다. 집단면역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다. 그동안 집단면역을 주장해 온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은 “만약 2차 유행이 있다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동선 추적 등 더 적극적인 방어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 미국 존스홉킨스대·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6월24일 기준
자료: 미국 존스홉킨스대·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6월24일 기준

한·중·일이 서양보다 코로나19 확산을 잘 막은 배경

코로나19 최초 발생국인 중국과 그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은 2~3월보다 확산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등 서양 국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정책에 협조적인 국민성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 사생활 침해 비판이 제기됐던 위치추적, 감염자 동선 공개가 한국에선 큰 거부 반응 없이 진행됐다. 일본도 도쿄올림픽 무산을 우려해 소극적인 방역이 이뤄졌지만 시민이 정책에 최대한 따라 감염 확산이 최소화됐다는 분석이다. 공산국가인 중국에서는 우한시를 통째로 격리했을 때도 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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