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교과서 새로 쓰는 코로나19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6.30 14:00
  • 호수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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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도 기세 꺾이지 않아…인간의 행동이 중요

독감 바이러스는 북반구에서 보통 11월에 시작돼 이듬해 4월쯤 끝난다. 코로나19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80% 유사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겨울에 등장해 여름에 소강상태를 보였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높은 온도와 습도에서 생존력이 약화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날이 더워지면 확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예상은 빗나갔다. 오히려 더 기세등등하다.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6월 들어 발생한 감염자 수는 이미 5월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인도에서는 한 달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하루 1만6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하루 3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서울 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6월10일 시민들이 서울 청계천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6월10일 시민들이 서울 청계천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기온과 습도를 무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동서로 확산하던 코로나19는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러시아 등 남북으로 퍼지는 형국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보다 더운 나라인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브라질, 멕시코 등이 4월부터 급증세를 보인다. 검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통계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됐을 것이다. 온도나 습도는 감염병에서 보조변수일 뿐 유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감염병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로 코로나19는 기존 감염병의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온이나 습도 같은 계절적 요인이 코로나19 전파에 미치는 영향은 관련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중국 베이항대·칭화대와 미국 코넬대·코네티컷대 연구진이 5월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 바이러스 전파 속도를 낮출 수는 있지만 확산세를 잡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19일~2월10일 중국 100개 도시와 3월15일~4월25일 미국 1005개 카운티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와 기온·습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R0는 감염자 1명이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평균 인원을 의미한다. 이 값이 1을 넘으면 유행이 전파되며 1보다 낮으면 유행이 사그라든다. 논문에 따르면 기온이 30도, 상대 습도가 25% 상승하면 R0는 0.89로 낮아진다. 연구진은 “고온·다습한 상황에서 전파 속도가 떨어지는 인플루엔자와 유사하다. 그러나 다른 조건을 고정한 채 기온과 습도만으로 R0를 1 미만으로 떨어뜨려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R0 값을 3에서 1 미만으로 낮추려면 기온은 87도까지, 상대 습도는 256%까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환경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달성하기 힘든 수치”라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6월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여름철에 코로나19 유행이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맞지 않았다. 결국 사람 간 밀폐된 곳에서 밀접 접촉이 계속 일어나는 한 유행은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코로나19 유행을 부른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우리의 행동이 운명을 바꾼다’는 뉴욕타임스의 말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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