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사태가 바꾼 정규직화 인식…‘차별 금지’에서 ‘역차별 반대’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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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알바가 연봉 5000만원? 팩트 아닌데
오해에서 비롯된 비판 여론…빅데이터에도 나타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 1900여 명을 직접 고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정규직화 대상인 공항 보안요원의 처우를 두고 각종 억측이 쏟아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오해에서 비롯된 질투가 정책에 대한 인식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정규직 차별 해결하라’에서 ‘기회 박탈하는 역차별 반대한다’로

인천공항 사태는 ‘비정규직’에 대한 반응을 바꾸고 있다. 다음소포트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비정규직 관련 감성어가 21일을 기점으로 뒤바뀌었다. 이날은 인천공항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을 발표한 날이다. 17일부터 24일까지 2만8000여 건의 트위터·블로그·기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별’이 ‘역차별’이 됐다는 점이다. 17일부터 20일까지 비정규직 관련 감성어는 ‘차별·촉구하다·요구하다·논의하다·해결하다’로 나타났다. 그러나 21일 이후로는 ‘역차별·반대하다·이상하다·분노·기회박탈’로 바뀌었다.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을 해결하라”는 요구가 “기회박탈을 초래하는 역차별에 반대한다”는 주장으로 뒤바뀌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다음소프트 썸트렌드
ⓒ 다음소프트 썸트렌드

이 같은 비판 여론은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지탄하는 움직임으로 옮겨갔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5일 오후 5시 기준 2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인은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것이 평등이냐”고 반문하며 “(비정규직의 정규화는)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다”라고 주장했다.

 

오해 부른 ‘알바인데 연봉 5000만원’ 사실 아냐

그러나 논란이 된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처우를 따져보면, 알려진 바와 동떨어진 점이 있다. 당초 이번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포함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22살에 알바로 보안검색 요원이 된 뒤로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만원 소리 질러! 서연고 나와서 뭐하나, 니들 5년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등의 대화내용이 공개되면서 취업준비 청년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우선 보안검색요원은 아르바이트로 업무를 시작할 수 없다. 항공보안법상 보안검색 근로자는 두 달 이상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평가를 최종 통과해야 한다. 알바몬과 알바천국 등 단기근로 구직사이트에도 인천공항 보안검색 관련 공고는 게재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독 근무하는 보안검색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알바생이 정직원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연봉이 5000만원’이라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평균 임금수준은 전체 직원 평균 보수 8393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3630만원이다. 1인당 복리후생비 505만원을 포함해도 4000만원대 초반에 그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해도 같은 수준의 임금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최근의 분노는 오해에서 비롯된 셈이다.

 

“분노한 청년 탓할 수 없어…경제구조 바로잡아야”

왜 이 같은 가짜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한 걸까.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문제가 청년층의 분노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자리의 총량이 줄었다기보다 직종 간,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가 벌어지면서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가짜뉴스에 현혹될 만큼 정서가 피폐해진 청년들을 탓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기존 정규직 1400명보다 많은 (보안검색요원) 19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하니까 논란이 커진 것”이라며 “애초에 인천공항에 정규직이 적었던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재 인천공항의 전체 직원은 1만1400여명이며 이중 정규직은 12%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하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더 늘려야한다”며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면 단기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노동자의 업무숙련도 등이 늘어나 결코 기업경쟁력에 손해가 생기지 않는다”며 “적정한 노동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면서 건강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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