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시민단체 ‘시정평가’ 놓고 정면충돌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6.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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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광주시와 참여자치21 각각 기자회견·입장문서
민선 7기 2년 광주시정 ‘성과’ vs ‘낙제’…엇갈린 평가

광주시와 시민단체가 민선 7기 반환점을 돈 이용섭 광주시장의 시정 평가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6월 29일 오전 민선7기 시정 2년을 평가하는 양측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기자회견 내용은 시장은 스스로 후한 점수를 준 반면, 시민단체는 혹평을 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용섭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해묵은 현안들을 속속 해결하고, 광주의 미래 지도를 바꿀 수많은 성과들을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광주의 한 시민단체는 이 시장의 인사 정책과 주요 시정은 ‘대참사’에 가까웠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발끈한 광주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참여자치21 “‘정의롭지 않은 불통’ 리더십” 혹평

양측은 기자회견 시간에서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당초 참여자치21은 이날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예고했으나 이용섭 시장이 같은 시간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하자 30분 앞당겼다. 참여자치21은 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의 2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사실상 ‘낙제점’을 매겼다. ‘참사’라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참여자치21은 민선 7기 광주시정 2년 총평에서 “민선 7기 2년은 정의도, 혁신도 없는 ‘불통 리더십’으로 ‘시정 참사’가 난무했다”면서 “이용섭 시장은 자신이 내세운 인사원칙과 절차적 정의조차 무시하고 강행했던 선거캠프 출신 측근인사 임용 결과를 통해 불통 리더십만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참여자치21 민선 7기 시정 2년 평가 기자회견 ⓒ참여자치21
참여자치21 민선 7기 시정 2년 평가 기자회견 ⓒ참여자치21

참여자치21은 또한 “민선 7기 핵심정책인 ‘광주형일자리 사업’ 제1호 자동차공장 법인 대표이사의 모럴해저드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며 “사실상 혁신 자체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2년이었다. 여기에 사회복지, 청년, 도시정책 등 이용섭표 정책과 어등산 관광단지조성, 제2순환도로 재협약 문제 등 시정 현안에 대한 대응전략과 구체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로드맵이나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 단체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산업단지 조성 및 개선, AI중심 산업융합복합단지, 에너지산단 지정 등 미래먹거리 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시정 운영은 대한민국 평균적 수준의 정의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어 상당히 우려가 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참여자치21은 지난 1998년 공동체적 삶을 위한 새로운 운동을 기치로 창립했다. 진영 논리를 떠나 자치단체와 권력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물론 숱한 대안 정책을 제시하는 등 광주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꼽힌다. 

 

이용섭 시장 “혁신과 소통으로 확 달라진 2년”

하지만 이용섭 시장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전혀 다른 평가를 내놨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청사 5층 브리핑룸서 민선 7기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과 소통으로 2년 동안 광주가 확 바뀌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주로 경제적인 성과를 거론하며 “떠나는 광주에서 찾아오는 광주가 됐다”며 “새로운 2년은 정의롭고 풍요로운 ‘인공지능 광주시대’를 개막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른바 지역 경제 양 날개인 광주형 일자리, 인공지능 중심도시 조성 사업 등 2년간 성과를 돌아봤다. 광주형일자리 성공, 상생형 일자리사업 지정, 인공지능 중심도시 도약,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성공 개최, 도시철도 2호선 착공, 경제자유구역 지정, 24개 도시공원 조성, 코로나19 대응과 민생안정 대책, 저출산 문제 극복 노력 등을 성과로 꼽았다.

특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광주공동체를 안전하게 지켜낸 핵심동력은 혁신과 소통으로, 선제적 대응, 대구와의 병상연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이 시장은 탁상행정을 경계하며 현장행정을 강화했다고 역설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百聞不如一見)’를 기치로 내걸고 시민과의 소통에 주력하며 시정의 변화와 혁신을 꾀했다는 것이다.

이용섭 시장은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한 뒤 3수 끝에 2018년 시장직에 올랐다. 이 시장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답게 ‘정책통’으로 꼽힌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위원회의 사실상 수장으로 일자리정책을 수립하는 최전선에 섰었다.

이용섭 광주시장 취임 2주년 기자회견 ⓒ광주시
이용섭 광주시장 취임 2주년 기자회견 ⓒ광주시

“혁신없는 2년, 시정 참사 난무” vs “현안 해결에 혁신·소통 뒷받침”

먼저 양 측은 혁신과 소통을 둘러싸고 각을 세웠다. 참여자치21은 시정 전반에 있어서 “혁신이 없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이용섭 시장의 리더십을 ‘광주시민을 배신한 정의롭지 않은 불통 리더십’으로 규정하며 “시정감시와 견제를 시정 발목잡기로 치부한 ‘불통 시장’이었다”고 이 시장을 정면 비판했다. 참여자치21은 “민선 7기 광주시가 과연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지방정부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지, 대한민국이 도달한 ‘평균적 수준’의 정의에라도 도달했는지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고 융단 폭격했다.

비슷한 시각 이 시장은 광주시정 ‘2년’을 혁신과 소통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민선 7기 광주시정 2년을 관통하는 핵심가치는 혁신과 소통이다”며 “광주시는 혁신행정으로 세계 유례없는 노사상생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켰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인공지능 광주시대의 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16년간 지역사회를 갈등하고 분열시켰던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공론화로 해결하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저비용 고효율’의 흑자 대회로 성공 개최한 것 또한 혁신과 소통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통없는 보은성 인사 되풀이” vs “시장 도왔다는 이유로 비난 부적절”

인사에 있어서는 더욱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참여자치21은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광주복지재단 이사장, 사회서비스원 원장을 선임할 때 소통하지 않은 채 보은성 코드 인사를 반복했다”고 저격했다. 특히 사회서비스원 원장과 관련해 시의회 인사청문 절차를 생략한 것에 대해선 “광주정신을 뿌리로 두고 있는 광주 민선7기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선 광주시가 나섰다. 시는 이날 오후 대변인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공공기관장 선임은 전문성, 혁신적인 리더십, 방향성의 3대 원칙 하에 적임자를 매우 신중하게 선임했다”며 “광주사회서비스원 원장은 시의회 추천인사 등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의 ‘1순위’ 인사로, 단지 시장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맞받아쳤다.

 

“사과는커녕 아무런 입장도 안 밝혀” vs “사법부 결정 기다려야”

참여자치21은 포문을 뜨거운 논란이 됐던 민간공원 2단계 특례사업으로 돌렸다. 이 단체는 “정종제 전 부시장이 민간공원 2단계 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비리 의혹이 불거져 불구속기소 되고, 이 시장의 동생도 유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점을 지적하면서 사과는커녕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는 무책임한 행보를 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광주시는 “민간공원특례사업 관련 사항은 이전의 잘못된 행정행위를 바로잡는 적극행정 차원에서 우선 협상자를 변경한 것이므로 미리 예단하지 말고 사법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응수했다.

참여자치21은 비판 전선의 폭을 넓혀 “민간공원특례사업 수사과정서 벌어진 정종제 전 행정부시장의 직권남용혐의 등에 따른 기소와 민주당원 불법모집에 광주시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광주시는 “정 전 행정부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건은 극소수 일부 공직자의 개인적 일탈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등산사업 4대강처럼 엉터리 개발” vs “4대강 사업과 비교는 잘못된 시각”

참여자치21은 15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도 끄집어 냈다. 이 단체는 “‘복합소핑몰’이 지역관광의 거점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이명박의 4대강과 비슷한 엉터리 개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가 면적을 2배 늘리고 의류업을 1만9336㎡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은 ‘복합쇼핑몰을 위한 사업’을 의심하게 한다”며 “‘개발을 위한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광주시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는 “어등산관광단지는 지난 2005년 조성계획이 수립돼 추진하고 있는 합법적 사업인데 이를 4대강 사업과 비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시각이다”며 “5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을 민간투자로 유치해 명품 시민휴식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제2순환도로를 바라보는 양 측의 시각도 달랐다. 참여자치21은 제2순환도로 관련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시 담당자들이 최근 광주지방법원 1심에서 징역형 등을 선고 받은 것과 관련 “제2순환도로 1구간 재협약이 사기계약이었음이 법원 판결로 확인됐다”며 “광주시는 제2순환도로 문제에 대해 공익처분이 힘들다는 소극적 입장만을 밝혀왔다. 사업시행자 지정취소나 관리운영권 회수 등 공익처분을 적극 검토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광주시는 제2순환도로 재협약은 민선6기에서 진행된 사업으로 모든 문제가 마치 민선7기에서 발생한 것처럼 비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부터 제2순환도로에 대한 공익처분을 꾸준히 검토 중으로 현재 ‘제2순환도로 공익처분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을 진행 중에 있다”며 “민간사업자간 민·형사 소송이 마무리됨에 따라 소송 결과 등이 공익처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 용역에서 추가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방역 대응은 훌륭” vs “사실 왜곡에 유감”

참여자치21은 포퓰리즘 성격의 시책도 도마 위에 올렸다. 단체는 “이용섭 시장이 ‘쓴소리’도 마다 않겠다며 제시한 ‘쓴소리위원회’에 대해선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것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히 하고 이를 시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 실효성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면피용 들러리 위원회가 하나 더 만들어지는 것뿐이다”고 우려했다. 반면 코로나19 방역관리와 대구 병상나눔, 광주형일자리 지속 노력과 시민 자치역량 강화 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자치21은 끝으로 “민선 7기에 기대하는 것은 분권과 공정, 정의와 책임을 제도화해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나가고, 끊임없이 참여와 자치를 확장해 나가는 혁신적인 시정이다”며 “이용섭 시장은 남은 2년 동안 시민을 위한 정의를, 시민 참여자치를 위한 혁신을 ‘청렴과 소통’ 시스템으로 제도화하고 실천하는 시정을 펼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광주시는 참여자치21의 시정평가에 대한 입장문에서 “건전한 비판은 과감하게 수용해 시정의 나침반으로 삼겠다”면서도 “몇 가지 단편적인 사안을 묶어 불통으로 정의하며 침소봉대하거나 사실과 다른 판단으로 왜곡하는 시각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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