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의 가치’ 기업 경영에 녹이겠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비주안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6 12:00
  • 호수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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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선주조 조우현 대표, 대선소주 부활시켜 부산 시민들 사랑 회복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인 ㈜대선주조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 범일동에서 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90주년을 맞는다. 비엔(BN)그룹 계열사인 대선주조는 긴 세월 동안 부산을 지키며 대선·시원블루·시원 등 소주를 생산하며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 사직동에 본사를 두고, 공장은 기장군 명례일반산업단지로 옮겨 연간 4억320만 병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40대 젊은 2세 경영인인 조우현 대표는 2003년 BN그룹 자회사인 비아이피(BIP)에 입사했다.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13년간 혹독한 경영수업을 거쳐 2016년 1월 대선주조 전무 겸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인 ㈜대선주조 조우현 대표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대선주조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인 ㈜대선주조 조우현 대표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대선주조

옛 ‘대선소주’ 복고풍 일으키며 ‘뉴트로’ 바람 주도 

조 대표는 대선주조 대표를 맡은 이후에도 부친인 조성제 BN그룹 회장(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너는 왜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느냐” “도대체 사무실을 지키지 않고 어딜 그렇게 가냐” 등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는 자신의 가치관과 충돌이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밖으로 나가려 하고 부친은 사무실에 있으라고 하니 서로 이해를 하기보다는 사이가 벌어졌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건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사업마저 성공시키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의 '동물적인' 사업 감각을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죠." 그는 지역 경영계에서 지적하는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는 “아버지는 40여 년 전 직접 회사를 차려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다양한 노하우와 깊은 혜안을 가진 분”이라며 “대선주조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회사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대학생 마케팅 공모전을 여는가 하면, 판매가를 400원 인하한 순한시원 스페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빼앗긴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 대표는 “한때 지역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대선소주가 2017년 당시 20% 초중반대까지 떨어졌던 현실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대선소주는 2017년 5월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부산 시장에서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부산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로 나선 것이다. ‘대선으로 가자’라는 슬로건이 네티즌들을 통해 입소문이 돌았다. 대선이라는 소주 브랜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 대선소주의 부산 시장 점유율은 수직상승했다. 

소주에 복고의 옷을 입히고 옛 대선소주의 상표를 그대로 가져와 선보인 대선소주는 주류업계 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대선소주는 출시 2개월 만에 판매량 300만 병을 넘어섰고, 매달 60% 이상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선주조는 소주시장의 ‘뉴트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부산 지역 소주시장을 선도하게 됐다. 디자인은 과거풍이었지만 맛은 현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옛 대선소주와는 다르게 16.9도로 출시됐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도 주요 판매 요인 중 하나였지만, 결국 소비자는 맛있는 소주를 찾는다는 대선주조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출시 3년이 되지 않아 지역 소주 제품으로는 드물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극복 협력’ 위해 의료용 알코올 지원

대선주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한글로만 표시되어 있던 기존의 대선소주 라벨을 한글 버전과 한자 버전으로 새롭게 리뉴얼했다. 한글 버전 라벨은 기존 대선소주와 동일하게 한글로 ‘대선’을 표기했다. 한자 버전 라벨은 뉴트로적인 해석을 더해 1965년 출시된 최초의 대선(大鮮)소주 필기체를 살려 ‘大鮮’으로 표기했다. 두 가지 라벨 모두 하단에 파도를 상징하는 물결을 넣어 과거부터 이어져온 대선소주 고유의 개성도 놓치지 않았다. 2017년 1월 부활한 대선소주는 출시 15개월 만에 누적판매 1억 병을 달성했다.

이렇듯 소주 ‘대선’이 지역민들에게 다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소주시장에서 품질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연구인력을 대폭 보강해 신제품과 신소재 관련 연구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조 대표는 소주시장의 위기감을 전했다. "예전에는 자도주(1도 1사)에 관한 법이 있어 50%는 지역에서 지역 소주를 팔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법이 없어져 공룡기업들만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국내 전체 소주시장의 65% 정도를 진로가 장악하고 있어 지역 소주들은 각개격파(各個擊破)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전국을 상대로 하는 대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마케팅 비용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마케팅 비용은 비교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 소주시장은 호남 지역이 먼저 타격을 받았고, 그다음은 경북, 경남입니다. 이제는 부산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선주조도 다른 지역 소주들을 보면 위기감을 많이 느낍니다.” 조 대표는 “지난 2002년 99.7%의 부산 시장 점유율을 자랑했던 대선이 지금 절반 이하로 크게 하락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영업방법을 개선하고, 신제품 개발 등 경영혁신에 나선다면  99.7%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주조는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협력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선 의료인들과 함께 지역에서 큰 힘을 보탠 것이다. 대선주조는 지난 2월 알코올 소독제의 품귀현상을 보며 방역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알코올 주조 원료 기부를 결정했다. 이를 위해 행정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국내 최초로 ‘주류 제조용 원료용도 변경 허가’를 받아 알코올 주조 원료 132톤을 부산 16개 구·군과 울산 지역은 물론 코로나19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지역의 지원에도 나섰다. 방역용 알코올에 이어 의료용 알코올의 주조 원료기부도 추가적으로 실시해 의료용 알코올 20톤을 각 의료기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향토기업으로서 지역 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6회 최동원상 시상식에서 (왼쪽부터) 고 최동원 선수의 모친인 김정자 여사, 수상자인 김진욱 선수(강릉고), 두산 김원형 코치(대리수상), 조우현 이사장 등 함께 했다. ©최동원 기념사업회
제6회 최동원상 시상식에 (왼쪽부터) 고 최동원 선수의 모친인 김정자 여사, 수상자인 김진욱 선수(강릉고), 두산 김원형 코치(대리 수상), 조우현 이사장이 함께했다. ©최동원 기념사업회

최동원 기념사업회 새 이사장에 추대돼

야구에 대한 열정이 깊은 조우현 대표는 부산 지역 야구계에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 겸직 금지에 따라 자진사퇴한 박재호 전 최동원 기념사업 이사장 후임으로 조 대표가 새 이사장에 추대됐다. 그는 박 전 이사장의 잔여임기 2년간 최동원 기념사업회를 이끈다. ‘최동원’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조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고인이 되셨음에도 아직까지 부산 시민들이 안타까워 할 만큼 부산 야구계를 상징하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고교야구(경남고 출신) 최고의 스타, 프로야구 1세대인 최동원의 가치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희생’입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연투의 피로에도 ‘마 한번 해보입시더’라는 말로 7차전 선발을 자처했던 팀에 대한 희생정신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공공성의 가치입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화려한 스타지만 선수회 결성을 통한 공공성의 가치를 실천했습니다. 세 번째는 약자에 대한 배려를 들 수 있습니다.”

최동원 선수는 1991년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의회 선거(서구)에 출마한 적이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정책에 담아보려 했던 것이다. 이런 최동원 정신을 ‘최동원상’에 녹여내고, 이 정신을 대선주조를 운영하는 데도 녹여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최동원상은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이다. 외국의 경우 상금 규모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지만 최동원상은 3000만원이라는 제법 큰 상금을 드린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의 사이영상이 그렇듯, 대한민국의 사이영상이라 불리는 최동원상 또한 최동원 선수가 실천하려 했던 정신과 가치를 후배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널리 퍼뜨리고자 하는 것이 최동원 기념사업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최동원상의 권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올해부터는 시상식을 부산에서만 열 것이 아니라 서울에서 하는 것을 강진수 사무총장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최동원 선수가 세상을 떠난 후 부산 시민들이 최동원 선수의 동상을 만들고자 할 때 선뜻 성금을 쾌척하기도 했던 조 대표는 실제 야구가 너무 하고 싶어 사회인 야구 리그 두 개를 뛸 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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