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조직 통폐합’에 담긴 의미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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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조선·해양 부서 통합, 조직 슬림화로 경쟁력 제고
카타르 LNG선 100여 척 건조 슬롯 계약, 내년 이후 수주 반영
노조, 기업 분할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해 합병 반대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무 조직을 통합하고, 축소한다는 게 골자다. 제계는 현대중공업의 조직 축소 및 통합은 조선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7월 1일자로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가 통합해 조선해양사업부로 재편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개편은 대규모 구조조정의 출발점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향후 또 다른 조직 개편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위기 탈출을 위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사옥 전경ⓒ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 사옥 전경ⓒ현대중공업

우선 전체 부서의 20% 가량을 축소하는 조직 슬림화 작업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성명서를 통해 “기업의 생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올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경영 목표 달성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이러한 조치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선박금융을 확대하고 조선산업에 5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이후 진행됐다. 이는 한국수출입은행이 조선사 및 중소협력사 지원을 위해 당초 계획한 3조8000억 원보다 1조4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주요 조선업체와의 만남에서 “조선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은행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조직 슬림화로 위기 탈출 시도

현대중공업이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은 코로나 여파가 올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46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나 급감했다. 코로나19와 미·중무역갈등으로 세계 물동량이 급감했고, 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발주마저 줄고 있다. 올해 1~5월 한국의 누계 수주 실적은 90만CGT(32척)에 그쳤다.

이런 여파로 현대중공업은 사업 부문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조선 부문에서는 165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해양과 플랜트에서 각각 335억 원, 46억 원의 적자를 냈다. 그나마 조선 부문도 올해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유가 급락으로 당초 예상됐던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등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발주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기존 사업부의 규모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 전반에 걸친 과제로 규모 축소를 통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조선해양사업부 통합을 통해 실적 부진을 포함한 경영 위기를 극복을 위한 조직 슬림화 작업에 착수했다ⓒ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 통합을 통해 실적 부진을 포함한 경영 위기를 극복을 위한 조직 슬림화 작업에 착수했다ⓒ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사업부 통합을 통해 실적 부진을 포함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비교적 실적이 양호하고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잠재적 수주라는 호재 요소가 있는 조선사업부가 해양사업부를 끌어안는 형태로 경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은 생존을 위한 위기극복이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시기"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하반기를 조선, 해양은 물론 엔진과 경영지원 등 전사 조직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입해 경영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잭팟' 터트린 카타르 LNG선 건조 슬롯 계약, 내년 이후 수주 반영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잭팟'을 터트린 카타르 LNG선 100여 척 건조 슬롯 계약은 내년 이후에나 수주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됐기 때문에 당분간 조선업계는 한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타르발 LNG 건조 슬롯 계약도 과거 사례를 참조해 보면 폭죽을 터뜨리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2004년에도 카타르는 한국 조선소와 LNG선 90여척 슬롯 계약을 했지만 실제 발주는 53척에 그쳤다.

국내 조선사들이 카타르 LNG선 100여 척 건조 슬롯 계약했다ⓒ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사들이 카타르 LNG선 100여 척 건조 슬롯 계약했다ⓒ현대중공업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조선사의 수주가 지속적이지 않으면 ‘수주절벽’을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가)2022년 확보한 일감은 약 400만CGT로, 올해 중 2022년 인도계약분으로 최소 500만CGT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량 감소, 일감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고용 불안정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의 조직 통폐합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극심한 조선업 침체와 미래의 불투명한 전망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양사 합병(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진행)에 대비한 선제적인 구조조정 목적도 함께 내포돼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조직을 줄이고 있는 마당에 대우조선해양의 일감을 제대로 수주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기업합병을 반대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노조 측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업 분할, 이에 따른 구조조정을 우려해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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