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문재인과 윤석열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7.06 09:00
  • 호수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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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1년 후는 많이 다릅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2년 임기의 제43대 검찰총장이 됐습니다. 당시 《시사저널》 커버스토리 제목은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적폐청산 작업을 상징화하고 공소 유지를 담당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으셨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란다.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부패도 막을 수 있다.” 당시 윤 총장의 인사말은 오늘의 상황을 예견한 듯합니다. “주변에 있는 검찰에 계신 분들은 (제가) 지내온 것보다 정말 어려운 일들이 (제 앞에) 놓일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늘 원리원칙에 입각해 마음을 비우고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겠다. 검찰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여러 정치적 환경이나 사회적 요구에 의해 검찰에 맡겨진 일들이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저희는 본질에 더 충실할 것이다.”

그러나 《시사저널》 분석대로 윤 총장이 ‘양날의 검’으로 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은 ‘계륵(鷄肋·먹을 건 없으나 버리기도 아까운 존재)’이 됐습니다. 그 이후 일은 여러분이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잊을 만하면 ‘윤석열 때리기’가 시작됩니다. 추미애 장관 임명,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으나 사실상 윤 총장에게 사임하라고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참석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월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참석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에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지난 6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에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서로 협력해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대통령 언급 사흘 뒤 법무부는 윤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직접 감찰하겠다고 밝힙니다. 추미애 장관은 자신의 지시를 잘라먹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윤 총장을 직접 비판합니다. 문 대통령의 ‘협력’과 추 장관의 ‘비판’은 결이 확실히 다릅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윤 총장에게 결단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입니다.

이제 두 사람을 임명한 문 대통령이 결정할 때가 됐습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한 명을 택하는 것 말입니다. 지금처럼 윤 총장을 둘러싸고 압박하고 내부 이전투구를 벌이는 모습은 국정운영은 물론 검찰 조직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시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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