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분양사기 논란” 점입가경, 다인건설의 두 얼굴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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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이자 떠안은 입주예정자들
오피스텔 5000가구 공사 중단, 다인건설에 무슨 일이?
"다인건설을 처벌하라" 국민청원 잇따라

다인건설은 2012년에 설립된 건설회사로 토목건축사업, 실내건축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 등이 주력 사업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인 ‘다인로얄팰리스’로 유명하다. 그런데 다인건설이 분양 사기 의혹을 받으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점입가경이다.

다인건설이 울산 번영로에 시공하고 있는 다인로얄팰리스는 공정률 60~70%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2019년 3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짓다 만 채로 현지까지 방치돼 있다. 400여 명의 수분양자(계약자)들로 구성된 '울산 번영로 다인로얄팰리스 준공추진위원회'는 “다인건설이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받아놓고도 공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사기 혐의로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률 60~70%에서 공사가 중단. 방치돼 있는 울산 번영로 다인로얄팰리스ⓒ다인건설
공정률 60~70%에서 공사가 중단. 방치돼 있는 울산 번영로 다인로얄팰리스ⓒ다인건설

오인수 준공추진위원장은 "다인건설은 우리에게 받은 돈을 공사비로 쓰지 않고 타 지역에 땅을 사거나 다른 곳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또 "시공사는 단층으로 설계 승인을 받아놓고, 분양할 당시에는 복층인 것처럼 홍보하는 등 불법을 자행했다“고 강조했다. 다인건설은 2017년에도 경기도 시흥시 목감택지지구와 배곧 신도시에 무허가 일반 상가를 투자자들에게 복층 상가라고 속여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추진위는 "입주 예정일에 맞게 집을 내놓은 분들이 대부분인데, 준공이 1년 이상 지연되는 바람에 친척집에 얹혀살거나,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다인건설을 상대로 형사고발 3건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이 같은 피해가 울산뿐 아니라 부산, 대구, 양산 등 타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다인건설의 비리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다인건설이 이런 방식으로 짓다 차질이 생긴 부산, 양산, 울산, 대구 등 영남권 오피스텔만 5곳, 총 5000여 가구, 피해 금액만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 중구 옛 호텔아미고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던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22층 713실)도 2018년 말 공사가 멈춰 입주예정일(2019년 4월)을 14개월이나 넘겼다. 

대구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22층 713실)는 2018년 말 공사가 멈춰 입주예정일(2019년 4월)을 14개월이나 넘기고 있다ⓒ다인건설
대구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22층 713실)는 2018년 말 공사가 멈춰 입주예정일(2019년 4월)을 14개월이나 넘기고 있다. ⓒ다인건설

청와대 게시판에 다인건설 청원 글 잇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다인건설 오피스텔 분양사기, 수많은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분양사기에 대한 안전장치를 만들어주시길 청원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현재 해당 청원글은 3000명에 육박하는 청원동의를 얻었다.

해당 글의 청원인은 대구시민이라고 소개하며 “지난 2016년 7월 높은 복층의 ‘아파트+오피스텔’ 모델을 광고한 다인건설의 28평대 아파텔을 분양받았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중도금 대출 이자를 시행사가 내준다는 조건으로 은행 돈을 빌려 계약금과 중도금 까지 냈지만 준공일(2019년 4월)이 지났음에도 공사는 중단돼 완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청원인의 피해는 울산 번영로 다인로얄팰리스 수분양자들과 판박이다. 이 두 사례는 모두 완공예정일이 1년 지났기 때문에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행사는 돈이 없어 해지해도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줄 수 없다.

 

다인건설의 두 얼굴, 피해자대책위 법적 조치 경고

사기분양 논란의 주체인 다인건설은 윤리경영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다. 또한 정기적으로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고취를 위해 온·오프라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월에는 비리제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 노력을 인정받아 대한건설협회가 개최한 ‘2017년도 건설업 윤리경영대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다인건설은 대한건설협회가 개최한 ‘2017년도 건설업 윤리경영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다인건설은 대한건설협회가 개최한 ‘2017년도 건설업 윤리경영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건설업계에서는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다인건설을 두고 쇄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울산, 부산, 대구 등 신도시 옆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 옆에 짓다 만 오피스텔이 방치돼 있다. 이는 모두 도급순위 66위인 다인건설과 그 계열사들이 시공과 시행을 맡은 사업장이다. 이 중에선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곳만 전국에서 5000여 가구에 달한다“고 전했다.

다인건설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수분양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대출해 주고 이자는 다인건설이 책임지기로 분양 계약을 했다. 하지만 사업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이 늘어갔고 2017년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위기에 몰린 다인건설은  수분양자들에게 잔금을 미리 내면 분양가를 깎아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일부 수분양자들은 잔금을 내기도 했다. 결국 돌려막기식 부실경영은 공사중단으로 이어지면서 피해자 양산으로 이어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인건설이 이런 방법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계약금은 물론 잔금까지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도 입주예정자들을 보호할 울타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200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주택법에 따라 분양 보증이 의무화돼 있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은 선택사항이다.

전국의 5000여 가구 다인건설 피해자들은 지역별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민사소송이란 길고 힘든 싸움에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울산 남구에 사는 피해 분양자 A씨는 “오피스텔은 분양보증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악용한 건설사의 사기행각”이라며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분양보증, 토지신탁의 의무화를 법으로 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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