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시비와 의혹에 휩싸인 울산 강동골프장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9 11:13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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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녹지 불법 변경·산림 훼손 심각 등 허가과정 문제 투성이
울산환경련 "불법조성 눈감은 행정…감사 청구·형사고발"

“울산 강동베이스타즈CC 골프장(강동골프장)는 인허가 과정에서 현재 공사 진행까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총체적 부실이다. 울산시와 북구청의 특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강동골프장 현장조사에 나선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울산환경련) 사무처장의 지적이다. 이 사무처장은 울산시의원과 민선2기 울산북구청장을 지낸 행정전문가다.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시사저널은 강동골프장 공사 진행과 관련한 자료들을 수집해 의혹의 진원지를 추적했다. 

2022년 3월 준공 예정인 강동골프장은 지난 2월11일 기공식을 갖고 현재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다. 민간사업자가 만드는 골프장 기공식에 송철호 울산시장과 이동권 북구청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앞서 2018년 12월에는 울산시, 북구청, BNK경남은행, 새정스타즈가 골프장 조성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때도 송 시장이 참석했다.

울산 북구 어물동 그린벨트에 들어서는 강동골프장은 총면적 74만2880㎡, 18홀 규모로 사업비 1000억 원이 투입된다. 울산시 1금고인 경남은행은 사업비의 60%인 600억 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했다. 파격적인 지원이다. 사업 시행자인 새정스타즈는 강동골프장 조성사업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으로 아파트 분양업체인 ㈜새정디엔씨 등 4개 사가 출자했다. 새정스타즈는 지난해 5월30일 강동골프장 실시계획인가와 사업자지정을 신청했고, 같은 해 7월4일 북구청은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했다. 이어 새정스타즈는 올해 1월23일 착공을 위한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현재 벌목작업을 끝냈다.

무룡산에서 바라 본 울산강동골프장 조성사업 현장 ⓒ시사저널 박치현
무룡산에서 바라 본 울산강동골프장 조성사업 현장 ⓒ시사저널 박치현

“골프장 불법조성, 보존녹지 16만㎡ 훼손” 

울산환경련은 행정의 묵인 하에 골프장이 불법조성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사무처장은 “허가 당시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보존하도록 지정한 녹지를 사업시행자가 무시하고, 수만 그루 나무를 잘라내 녹지면적 약 16만㎡ 정도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스타즈는 개발제한구역법에 보존녹지 등 형질변경은 면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위치에 대한 별도규정은 없다. 형질변경된 부분도 경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훼손된 면적만큼 다른 곳에 녹지를 추가로 확보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울산환경련은 “전체 녹지면적만 유지하고 개발 위치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불법”이라며 ”허가 조건에 지정된 보존녹지를 유지하라는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따졌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강동골프장 도면에 따르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이미 훼손된 어물동 산 43, 45번지 일원을 생태통로 확보를 위한 보존 전제조건으로 허가했다. 하지만 새정스타즈는 1만㎡ 상당 면적의 나무를 베어내고 반대편에 녹지를 확보했다. 울산환경련은 “세정스타즈가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코스를 만들기 위해서 이 곳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정스타즈가 이 같은 방법으로 위치를 바꿔 개발(형질변경)한 면적이 7만㎡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개발재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르면, 개발자 등이 1만㎡ 이상 형질변경할 경우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북구청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울산시의 긍정적인 의견을 수렴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훼손 부분이 경미하고 전체 녹지면적만 유지하면 문제될 게 없다며 사업시행자와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견해는 달랐다. 국토부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원형보전지로 승인받은 토지를 1만㎡ 이상의 추가 형질변경하는 행위는 경미한 사항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의 해석에 따르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공사가 진행 중인 강동골프장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울산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땅 한 평까지도 추적해 법적조치를 하면서 형질변경 위치가 바뀌었는데도 묵인하는 건 봐주기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울산환경련은 강동골프장의 불법 조성에 대한 감사청구와 형사고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불법훼손된 보전녹지 ⓒ시사저널 박치현
불법훼손된 보전녹지 ⓒ시사저널 박치현

토지 상속인 동의 무시하고 사업승인 신청, 허가 받아내

강동골프장의 허가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8조, 시행령 92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전체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고, 매입하지 못한 나머지 토지는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골프장을 지을 수 있다. 북구청은 새정스타즈가 이런 요건을 충족시켜 골프장 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이 사업부지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보니 전체 지주가 109명으로 확인됐다. 최소한 55명의 지주 동의를 받아야 골프장 허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허가 신청서에는 지주 96명 중 51명의 동의를 받아 허가요건을 갖췄다고 돼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사업 부지 내 신현동 산114번지 1만3388㎡의 경우 소유자 손아무개씨는 사망했고, 등기부등본에는 자식 등 5명이 상속인으로 등재돼 있다. 이 땅 주인은 5명이다. 하지만 새정스타즈는 한 명으로 간주했다. 사망자 한 명이 땅 주인이라는 것이다. 민법 제1005조에는 “토지 소유주가 사망했을 때 상속인이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 땅 주인은 사망한 손씨가 아니라 상속인 5명의 공동 소유다. 새정스타즈는 사업승인을 쉽게 받기 위해 토지 소유주 수를 줄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셈이다. 실제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허가가 난 데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서류상 문제가 없어 사업승인을 했고,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강동골프장 조성사업을 위한 MOU체결식에 참석한 송철호 울산시장 ⓒ울산시청 제공
강동골프장 조성사업을 위한 MOU체결식에 참석한 송철호 울산시장 ⓒ울산시청 제공

토지 쪼개기 방법까지 동원…행정은 묵인

사업 승인을 위한 토지 쪼개기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골프장 부지 내 신현동 산 284번지(658㎡)의 경우, 지난해 5월16일 안아무개씨 소유에서 신아무개씨 소유로 넘어간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5월23일 신씨의 땅은 31명이 공유지분을 가진다. 일인당 소유 토지는 21.2㎡(6.4평), 한 명의 땅 주인이 일주일 만에 31명으로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그리고 새정스타즈는 이렇게 쪼개진 토지 지주 모두에게 각각의 동의서를 받아 일주일 후인 5월30일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인가를 북구청에 접수한다. 토지 쪼개기 동참자 대부분은 시행사인 새정스타즈의 임원 부부와 이해관계자들이다.   

토지 쪼개기를 통한 동의서는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도시개발법 시행령 제6조에는 “토지 소유권을 여러 명이 공유할 경우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은 대표 공유자 한 명만을 해당 토지 소유자로 본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쪼개진 토지는 대표자 한 명의 동의만 유효하다. 하지만 새정스타즈는 31명의 동의서를 첨부했고, 북구청도 이를 인정했다. 시사저널이 북구청에 법적 근거를 묻자 민원인의 이의 제기로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지금은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쪼개기'식 토지분할에 대한 행정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도 있다. 제주지법 행정1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 등이 서귀포시장을 상대로 낸 개발행위(토지분할)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A씨 등이 과수원을 여러 필지로 분할해 개발행위 신청했고 서귀포시가 불허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청주시는 토지 쪼개기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강화된 조례를 만들었다. 필지 당 3필지 이내로만 토지 분할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또 3년 안에 다시 분할하는 것도 금지하고 분할 이후 면적은 1000㎡ 이상으로 강제했다. 경기도 역시 ‘편법 지분 쪼개기’ 토지분양 규제 및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법령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강동골프장의 토지 쪼개기가 문제가 없다는 울산시 북구청과는 대조적이다.

이상범 사무처장은 “강동골프장 허가는 있을 수 없는 행정 특혜의 연속이다. 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봐주기식 묵인 행정이 아니면 불가능한 허가”라고 지적했다. 

 

대중골프장인데도 회원권 판매

강동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이 아닌 대중골프장(퍼블릭)이다.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에는 대중체육시설(대중골프장 포함)은 회원을 모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강동골프장이 회원권을 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사저널은 울산지역의 한 제2금융기관이 지난 5월21일 강동골프장과 체결한 출자약정서를 입수했다. 이 출자약정서에는 '출자금은 10억 원, 상환요청이 있을 때까지 무이자로 차입한다. 출자자 이용특약 : 무기명 1명, 이용횟수는 주중 12회 주말 8회, 그린피는 주중 3만8000원 주말 4만8000원'이라고 기재돼 있다. 

출자약정을 체결한 관계자는 “분양업체의 권유로 출자했고, 실제로는 분양권이 맞다”고 전했다. 또 “이런 형태로 분양권을 구입한 금융기관이 더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 금융기관 임원은 강동골프장과 출자약정을 했다가 문책위기에 처해 있다고 시사저널에 털어놨다. 강동골프장이 회원권을 판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강동골프장은 2005년 민간사업자인 금천레저개발(주)에서 2015년 (주)세화컨트리클럽으로 사업자가 변경되기까지 10여 년간 장기 표류했다 그런데 송철호 시장과 이동권 북구청장이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사업권을 인수한 새정스타즈는 지난해 5월30일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인가를 신청했고, 한달여 만인 6월28월 최종 허가 승인이 떨어졌다. 소규모 집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신청해도 최소한 석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울산시와 북구청은 강동골프장을 ‘패스트 트랙’에 태웠다. 관가에서는 강동골프장 건설이 지역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예타면제 사업만큼 시급한 일인지 의문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골프장 건설은 환경훼손을 동반하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허가도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강동골프장은 인허가 과정에서 드러난 특혜와 편법, 무리한 행정 지원 등으로 수많은 의혹을 사고 있다. 이상범 사무처장은 “강동골프장이 지역 게이트로 번지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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