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디로 움직이는가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2 12: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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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심각해지는 수도권 집중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정부는 올해 출생아 수가 26만~27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970년대 100만 명에 달하던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수는 545만 명인데 20년 전의 812만 명보다 32.8% 줄어들었다. 2040년에는 402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해는 1차적으로 학생들이 떠안는다. 우선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은 좀 더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0년까지 전남 716개, 경북 537개, 경남 420개 등 2864개 학교가 폐교됐다”고 밝혔다.

2020년은 자연감소하는 첫해 될 것 

전국의 빈집은 120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가구 수 대비 빈집 비율인 공가율은 7.18%다.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닌 듯하나, 도시 지역인 동(洞) 평균 공가율은 5.68%, 시골 중심지인 읍(邑) 평균 공가율은 10.49%이고, ‘시골 동네’인 면(面) 평균 공가율은 14.12%로 치솟는다. 지방의 중소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ʼ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97곳(42.5%)이며, 지역을 세분화해 읍·면·동으로 보면 1503개가 30년 이내에 소멸이 우려된다. 비수도권의 모든 ‘도’ 지역과 비수도권 광역시 중 부산과 대구 역시 소멸주의 단계에 들어섰다. 올해는 소멸위험 지역이 100곳을 넘겨 전체 시·군·구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이 지난 6월29일 내놓은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과 인구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8만3000명이다. 수도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총인구의 절반을 초과했다. 이는 통계청 인구통계에서 처음 발생한 현상이라고 한다. 전국 총인구는 감소하지만, 수도권 집중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10대와 20대 연령층이 대학 입학과 취업을 이유로, 영남과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움직이지 않고 홀로 이동하며, 서울로 이동했다가, 비싼 집값 때문에 경기도로 이주하는 경로를 보인다. 잦은 이주와 비싼 집값으로 이들은 결혼, 출산에 매우 소극적이다. 수도권으로, 대도시로 젊고 교육받은 청년들이 모이고 비수도권 농촌과 중소도시에서는 학생이 줄고 빈집이 늘어난다. 

현생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20만 년에 달하는 대부분의 기간을 채집·수렵 방식의 이동생활을 해 오다가 BC 4000년경에 와서야 모헨조다로 같은 도시 규모의 정주지를 건설했다. 이는 농업혁명이라는 생산방식의 비약적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0년 전 로마의 광역상수도 시설인 수도교(aqueduct)와 광역도로망은 위생과 식량 보급 문제를 해결해 줬다. 인구 100만 명 규모의 도시 로마(Rome)가 있기까지는 토목기술의 획기적 발달이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에 의한 증기기관과 공장제 생산방식은 산업대도시 성장을, 20세기 산업기술혁명과 정보화혁명은 고속교통망 확산과 함께 1000만 명 대도시를 등장케 했다. 21세기의 정보통신혁명은 AI의 발달과 함께 초연결사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국가예산 규모보다 큰 플랫폼기업들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런던과 도쿄로 이동한다. 이들은 혁신인력과 창업가들, 그리고 벤처기업들을 끌어들인다. 이제 대도시는 주변의 광역권을 흡수하는 대도시권(metropolitan area)을 형성해 가고 있다. 수십만 년에 걸친 기술혁명과 도시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행렬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 통계에 따르면 도시 인구는 1990년 23억 명에서 2015년 40억 명으로 급증했다. 인구 비율로 보면 43%에서 54%로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이제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인이다. 1995년 인구 500만~1000만 명 대도시는 22곳,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는 14곳이었다. 20년 후인 2015년에는 이 숫자가 44곳, 29곳으로 각각 두 배 늘어났다. 2030년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고, 세계 도시들의 GDP가 세계 전체 GDP의 8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세기 초반 조선(朝鮮)의 도시화율은 5% 남짓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70년대 들어 가팔라진 경제성장은 농촌 인구를 도시로 흡인해 도시화율이 50%에 이르렀으며, 1990년대 들어서는 90%에 도달했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 사람들은 도시로, 대도시로 이동했다. 최근 들어 총인구 수 5150만 명은 큰 변화가 없고, 도시화율 90%도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지역별로 인구의 증감, 연령 구조와 직업군의 변화가 심하다. 사람들은 어디로 왜 움직이는 것일까 ?

사람들은 항상 이동한다. 좀 더 나은 정주지를 향해, 좀 더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아 움직인다. 인구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다. 수도권에는 성장산업이 몰린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첨단산업, 신성장산업들이 수도권으로 집중한다. 전국에는 총 60만 명의 정보통신업 종사자가 있는데, 이 중에서 48만 명이 수도권에, 그중 36만 명이 서울에서 일한다. 연구개발서비스 전문기업 인력이 2018년 1년간 2만4000명 증가했는데 서울에서 1만 명, 인천에서 900명, 경기에서 1만2000명 증가했다. 게다가 수도권에 증가하는 기업들은 규모가 크다. 벤처캐피털의 93.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창업을 지원하고 진흥하는 액셀러레이터의 집중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시민들이 사당역 환승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수도권 인구 집중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시민들이 사당역 환승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인구와 산업 분포 양극화에 담긴 두 가지 문제

수도권 내의 과밀과 혼잡, 높은 주택가격은 전형적인 대도시권 문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구와 산업이 떠나가는 비수도권이다. 통계청에서는 향후 50년에 걸쳐 지역 격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추세 연장에 의한 추계인데, 어느 한 도시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학교, 공공기관, 도로와 공원 등 수요 기반이 붕괴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지역의 정주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비수도권 대도시에서 빠져나가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린 10대, 20대는 높은 주택가격과 경쟁으로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이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낮은 합계출산율이 그 결과다.

전통제조업이 쇠퇴하고 지식기반산업이 성장하는 일은 전 지구적인 4차 산업혁명의 결과다. 그런데 전통산업은 비수도권에서 쇠퇴하고 신성장산업은 수도권에서 성장한다. 이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격차가 커져 더 큰 갈등을 가져올 것이다. 정부 각 부처는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대책을 펴고 있으나, 대개 공모사업 형식으로, 시도·시군별로 분산 지원한다. 또 각 부처별로 지원이 이루어진다. 지역에 혁신산업의 성장 거점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이런 사업은 부처별로 통합된 융복합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 기반시설이 고루 갖추어진 지역의 성장 거점을 만들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는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도시재생뉴딜, 그린뉴딜에 이어 비수도권에 소수의 혁신성장 거점을 육성하는 균형발전 뉴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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