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으로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최준영의 경제 바로 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1 12:00
  • 호수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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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전인수 해석…타깃이 틀리니 부동산 정책 엇박자
시장 요구 수용하는 정책 전환으로 안정성 높여야

‘주택’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시기가 다시 도래했다. 최근의 시장 불안은 경제적 범주를 넘어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정당성 문제로 확대되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어느 정부나 주택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주택가격과 전월세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정부는 다양한 제도와 방식을 도입해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를 돌이켜보면 잠잠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본격 상승하는 시기였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며 여러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많은 정책이 나왔는데도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주택을 구입하려고 할까? 여러 답이 있겠지만 이번 정부는 그 핵심 원인을 불안정한 거주 여건으로 판단했다. 

보편적인 주택임차 형태인 전세의 경우 2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잦은 이사로 주거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급격한 전셋값 상승이 나타남에 따라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곤 한다. 이를 몇 차례 겪으면 사람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내 집 마련’에 나서게 된다. 이런 수요가 커지면 주택가격은 상승하고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만약 한 집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고, 임대료도 안정적이라면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안정적인 거주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 가운데 상당 부분은 차단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택시장의 안정과 안정적인 주거 여건 제공이라는 두 개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2017년 중반의 인식이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 주공아파트 단지는 ‘내 집 마련’을 통한 부의 증식이라는 욕망을 잘 보여주는 장소다.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 주공아파트 단지는 ‘내 집 마련’을 통한 부의 증식이라는 욕망을 잘 보여주는 장소다. ⓒ시사저널 최준필

민심 잘못 읽은 文 정부 부동산 정책

이를 위해서는 임대시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 주택 임대시장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임대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필요했다. 주택을 임대한 사람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임대료 상승 한도를 설정한다면 안정된 임대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이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했고 많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임대사업자 자격을 취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공이 건설한 임대주택은 아니지만 수십만 채의 임대주택 물량이 갑자기 공적 영역으로 들어와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주거 안정성을 향상시켜준다. 그렇게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윈윈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예상은 현실과 맞지 않았다.

그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임차인으로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제도를 통한 임대주택에서의 안정적 거주보다는 간섭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주택을 보유할 경우 자산 증식도 기대할 수 있음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8년까지는 매매할 수 없도록 하는 임대사업자 제도 확대를 시장에서 내가 장만할 수 있는 물량이 사라지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임대주택을 통한 주거안정보다는 내 집 마련을 통한 주거안정을 선호하는 경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제도 시행은 2017년 이후 시장 불안정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각종 규제가 가해지는 규제지역의 확대는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불이익을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한도 제한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중저가 주택에 대한 구매 수요로 연결됐다. 잠재적 주택 구매자들의 매수 포기는 전세 수요 확대로 이어졌고, 전세 가격은 상승했다. 당초 목표했던 주택시장 안정과 안정된 주거 여건 제공은 실패했다. 

현재 논의되는 강력한 세금과 대출 제한 등의 조치들은 일시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려는 정책적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을 구분해 거기에 맞는 정책들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중저가 주택의 유지’가 돼야 한다. 성실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장만할 수 있는 수준의 주택들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외곽이라 하더라도 대량 공급을 통해 원하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그러면서도 거주 여건은 평균 수준을 충족시키는 주택을 대량으로 계속 공급해야 한다. 그렇게 비교적 젊은 층의 주택구매 수요를 시기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고가 신규 아파트의 지속적 공급’이다. 소득이 올라가고, 부의 이전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고가 주택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호지역의 재건축이 봉쇄되다시피 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확신을 갖고 이런 주택을 매수하고 있다. 고가 주택의 가격 급등을 우려해 재건축을 막아왔지만 현실적으로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준공 후 45~50년이 되면 별다른 제약 없이 재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상승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신규 아파트가 공급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됨으로써 안정을 찾을 것이다. 

 

‘뉴타운 확대’가 필요한 이유 

마지막으로 중상층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재개발 확대가 필요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뉴타운 확대’다. 뉴타운은 임금은 높지만 자산은 적은 중상층이 선호하는 거주공간이다. 여기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경우 전체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개발 활성화를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구역지정에서 해제했던 곳을 다시 지정하거나, 노후도 조건을 삭제하거나 대폭 완화해 새롭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 

공급 정책은 당장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신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는 데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 동안 시장 불안정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의 정책 전환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주며 중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성을 높여준다. 정책이 시장의 요구와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인식이 확대될수록 시장은 정책과 대립하며 불안정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와 착한 마음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키지 않더라도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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