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일까 묘수일까…채널A 기자, 한동훈 녹취록 공개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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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부산고검서 나눈 대화내용 공개
이동재 “아파트 찾아다닌다”…한동훈 “그건 해볼 만하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나눈 대화록 전문을 공개했다. 한 검사장과의 사전 공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이 전 기자 측은 해당 녹취록을 근거로 향후 수사심의위원회와 검찰 수사에서의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  

21일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지난 2월13일 부산고검 차장검사 사무실에서 이 전 기자와 동료인 백 모 기자가 한 검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록 내용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취재를 후배에게 전담시키고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주거지를 찾아다니며 취재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사실 저희가 요즘 ○○○를(후배기자) 특히 시키는 게…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라고 말했다. 동석한 백모 기자도 "시민 수사를 위해서"라고 첨언했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며 대화를 이어가자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답했다. 

이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언급이 나왔고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발언했다. 또 이 전 기자가 이 대표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출소하면 팔순이라고 언급했다는 부분도 담겼다. 

MBC는 전날 이같은 발언이 공모의 유력한 정황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이날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동료에게 유 이사장 취재를 전담시켰다는 이 전 기자 발언에 대해 "특정 정치인을 표적한 것이 아니라, 이미 유시민 관련 강연료 의혹이 언론에 제기된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한 검사장 역시 '그런 것은 이미 언론에 제기된 의혹이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신라젠 사건 관련 여권 인사들'만을 취재 중이라고 한 적이 전혀 없다"며 "가족을 찾아다닌다는 말은 '가족의 비리'를 찾는다는 게 아니라 이 전 대표가 중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가족과 접촉이 되면 설득해보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20여 분의 대화 중 신라젠 관련 대화는 20%에 불과하다"며 "녹취록 전체 취지를 보면 '이 전 대표를 협박 또는 압박해 유 이사장의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불법적 내용을 상의하고 공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 일부도 함께 공개하며 피의사실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MBC 보도가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표현과 구도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속영장을 보면 '유시민 등에 대한 범죄정보를 얻고자 한다는 사실', '취재하는 목적과 방법, 그동안의 경과 등을 말하였다', '신라젠 사건 취재방향에 대하여 조언을 구하였고' 등 일부분이 MBC 보도와 유사하다. 이 전 기자 측이 한 검사장을 만나기 전날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에게 취재 방향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는 내용도 구속영장과 MBC 보도 양쪽에 모두 포함됐다.

변호인은 '검찰이 한 달 뒤인 3월10일 오전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도 주목하고 있다'는 보도 역시 이 전 기자가 소환조사 당시 몰랐던 내용으로, 증거관계가 언론에 먼저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전날 이 전 기자를 구치소에서 소환해 피의자로 조사했다. 의혹을 처음 보도한 MBC 장인수(44) 기자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예정된 오는 24일 이전에 한 검사장을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19년 10월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검언유착 의혹'에 휩싸인 한동훈 검사장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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