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에 휩싸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전날 한 검사장을 소환해 강요미수와 사전 공모 의혹 등 사건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한 검사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의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초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같은 달 16일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한 검사장과 조사 일정을 조율해 왔고, 수사심의위 개최 사흘을 앞두고 첫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2∼3월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캐내기 위해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 다섯 통을 보내 협박하는 데 공모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은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2월13일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이 전 기자를 만나 취재 목적과 경과를 듣고 "그런 건 해볼 만하다. 그런 것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된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 발언이 공모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전 기자 측은 전날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며 '이미 언론에 제기된 의혹이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취지의 덕담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협박 수단이 된 편지의 내용과 발송 시점에 대한 대화가 전혀 오가지 않은 점도 공모가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 발언에 대한 해석은 검찰과 피의자 측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재판에 넘겨질 경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한 상태다. 양측은 우선 오는 24일 예정된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을 놓고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의 타당성 등을 검토할 수사심의위에는 검찰 수사팀과 이 전 기자, 한 검사장이 각각 의견을 진술한다. 이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심을 느꼈다"며 협박 피해를 주장하는 이 전 대표도 직접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4월7일 이 전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들어 이 전 대표를 협박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 검사장도 '성명 불상의 검사'로 함께 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