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렇게 극복하세요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4 17: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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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생활습관 개선하기 3개월 만에 정상 생활 회복한 사례

42세 고미나씨(가명)는 직장에 다니는 싱글 여성이다. 아프면 노모 말고는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아프지 말아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몸에 좋다는 것을 챙겨 먹고 퇴근 후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헬스클럽에 가서 강도 높게 운동을 한다.

그런데 매일 피곤해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무엇보다 피곤한데도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점이 가장 힘들다. 밤 11시쯤 잠자리에 드는데 한두 시간 뒤척이기 일쑤이고 잠을 자도 새벽에 두세 번은 깬다. 퇴근 후에 운동을 세게 하는 이유도 몸이 힘들면 잠을 잘 것 같아서다.

수면의 질이 나쁘니까 아침에 일어나기가 버겁다. 출근하기 바빠 아침은 먹지 못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출근한다. 첫 끼는 점심인데 배가 고프기도 하고 하루 한 끼라도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양껏 많이 먹는다. 즐겨 먹는 점심 메뉴는 칼국수, 수제비, 탕수육, 짜장면이다. 저녁 운동 전에 빵 한 개와 우유 또는 삼각김밥 한 개를 먹는다. 간식으로 사무실에 있는 과자를 먹고 커피믹스를 한두 잔 더 마신다. 남들과 비교해도 크게 특별하지 않은 일과다.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매일 피곤한 점이 걱정이어서 고씨는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딱히 아픈 곳은 없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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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네 가지를 개선하는 처방

그러다가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라이프스타일 의학(lifestyle medicine) 전문가다. 라이프스타일 의학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분야다. 김 교수는 고씨에게 약 대신 네 가지 생활습관 개선을 처방했다. 커피 줄이기, 아침 먹기, 저녁 먹기, 운동은 오후 8시 이전에 마치기다.

커피 줄이기: 커피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각성제이기 때문이다. 몸에 들어온 카페인의 반감기는 12시간이다. 오후 4~5시에 마신 커피가 그 효과를 다하는 시간은 새벽 4~5시이므로 너무 피곤한데 카페인의 영향으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잠에서 자주 깨는 것도 같은 이유다.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잔다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해도 카페인은 머리를 자극한다. 뇌를 자극하면서 자려고 하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카페인을 끊으면 처음엔 조금 힘들지만 날이 갈수록 머리가 맑아진다. 자신이 커피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분 전환을 위해 마실 것이 필요한 경우가 흔하다. 그렇다면 커피 대신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시면 된다.

수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카페인 음료를 마신다면 점심 시간 이전에 한두 잔만 마실 것을 권한다. 아침에 잠에서 깨려고 커피를 마시고 커피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아침 먹기: 아침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하루의 리듬을 정돈하기 위해서다. 숙면을 위해서도 아침식사는 중요하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어야 뇌가 아침이 왔음을 인지하고 깨어난다. 뇌는 첫 씹는 활동을 한 후 16시간 지나면 잠을 자야 한다고 알려주는 수면 사이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아침식사란 잘 자고 잘 일어나기 위한 시작 버튼과 같다.

출근하기에도 바쁜 아침에 어떻게 밥을 먹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침 밥상을 대단하게 차릴 필요는 없다. 사과 한 개, 바나나나 귤 한 개, 두유나 우유 한 잔, 통밀빵이나 식빵 한 쪽, 전날 저녁에 삶아놓은 계란 한 개면 훌륭하다.

저녁 먹기: 저녁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오렉신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저녁을 먹지 않아 배고픈 상태가 되면 우리 몸에서 오렉신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는 식욕을 올리는 호르몬이지만 뇌를 깨우는 각성 물질이기도 해서 밤잠을 방해한다.

운동은 오후 8시 이전에 마치기: 운동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몸의 긴장감을 낮추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운동 중에 각성 호르몬인 코티졸이 증가해 수면을 방해한다. 고씨가 아침에 유독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잠을 잘 자려면 코티졸이 줄어들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따라서 8시 이전에 운동을 마쳐서 뇌에 잘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한다.

 

3개월 후 만성 피곤에서 벗어나

고씨는 이 네 가지 처방을 받아들였다. 의사와 상담한 후 네 가지 중에서 한 가지만 먼저 실천하기로 했다. 커피 줄이기다. 김 교수는 “네 가지 모두 한꺼번에 실천하려면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하기 십상이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는 한 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운 것 하나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씨는 아침 공복에 커피를 마시지 않고 우유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가능하면 통밀빵, 귤 한 개나 바나나로 아침을 먹는 것까지 도전하기로 했다. 꼭 우유가 아니더라도 카페인이 없는 음료로 커피를 대신하는 것에 집중했다. 커피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았지만 막상 해 보니 일주일 중 3일은 커피 없이도 생활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운동은 반드시 헬스클럽에서 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신체활동을 늘리는 쪽으로 시도했다. 점심식사 후 20~30분 회사 주변을 산책하고 사무실에 올라갈 때 계단을 이용했다.

생활습관 개선을 처방받고 실천한 지 3개월 만에 고씨는 아침이 달라졌다고 했다. 가장 큰 고통이었던 밤잠을 잘 자게 됐고 아침에 눈이 잘 떠졌다. 출근 시간에 쫓기지 않아 아침을 챙겨 먹는 습관이 생겼다. 김 교수는 애초에 커피 줄이기에만 집중하기로 했지만 아침 먹기와 운동 습관까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개선됐다고 판단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씨는 생활습관을 고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처음에는 못 할 것 같았는데 하나씩 하다 보니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이게 동기부여가 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매주 만나서 고씨의 생활습관 실천을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했다. 그러는 사이에 고씨는 자신도 모르게 생활습관을 고쳤고 지금은 피곤하지 않고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1년에 건강검진 때 한 번만 만나 생활습관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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