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법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5 15: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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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도착할 때까지 상태 악화 막는 게 핵심

가끔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응급 상황이 찾아온다. 평소 보호자가 준비돼 있지 않다면 큰일이다. 발만 동동 구르다 골든아워를 놓치거나 상태를 악화시키기 십상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어떤 응급 상황이 닥칠 수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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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호흡곤란 발생 시 대처법이다. 반려동물의 정상 호흡 수는 분당 20~30회 정도다. 호흡은 큰 노력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환기가 잘되지 않을 경우 노력성 호흡을 보이게 된다. 호흡과 관련한 가슴 근육들을 과장되게 움직이며 숨 쉬려 애쓰는 모습을 말한다. 이 밖에 호흡이 가빠지고 입을 벌려 호흡하는 개구호흡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을 보이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호흡곤란을 보일 때는 구강 내에 호흡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이어 최소한의 보정으로 동물병원에 이송해야 한다. 호흡이 어려운 반려동물에 대해 무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호흡곤란을 악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상 체온이다. 반려동물의 정상 체온은 38도에서 39.5도 정도로 사람보다 1도가량 높다. 안았을 때 따듯하게 느껴진다. 이런 정상 체온에서 위아래로 1도 이상 벗어나면 이상 체온으로 판단한다. 

저체온일 때에는 담요를 덮어 체온 소실을 막아줄 수 있다. 좀 더 응급한 상황엔 드라이어로 심장에서 가까운 부분을 따듯하게 데워주도록 한다. 반대로 열이 난다면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주는 방법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체온을 낮출 수 있다. 체온을 빨리 떨어뜨리려고 차가운 물을 적셔 그대로 몸에 대면 반려동물이 놀라거나 불안해할 수 있다. 실온에 가까운 미온수를 적셔 닦아주도록 하자. 물을 적셔 닦아주는 조치는 물의 온도로 낮춰주는 게 아니다. 몸에 적셔진 물이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아 체온을 낮춰주는 원리다. 이 때문에 차가운 물이 아닌 미온수로도 충분하다. 

 

출혈 시 2차감염 주의해야 

그다음으로 경련을 보이는 상황이다. 경련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한 경우와 신경증상으로 인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경련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몸을 심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1분 정도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되 주변에 다칠 수 있는 물건은 치워주는 게 필요하다. 호흡곤란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핸들링으로 병원에 이송하고, 호흡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는지 확인하자. 

구토와 설사도 응급 상황으로 분류된다. 어린 반려동물은 몸에 수분을 보유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한 번의 구토와 설사만으로 체내 수분의 30~40%가 소실돼 치명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발적인 음수가 이뤄지지 않는다. 반드시 수액을 통해 탈수교정이 가능한 동물병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하다. 성견이나 성묘의 경우 한 번의 구토와 설사가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지만,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깊은 상처나 다량의 출혈이 있는 경우다. 이 경우 혈액 소실을 최소화하고 상처 부위를 통한 2차감염을 막는 게 핵심이다. 70% 알코올이나 흔히 ‘빨간약’이라 불리는 베타딘으로 환부를 포함한 주변까지 충분히 소독하고, 오염되지 않은 거즈로 압박 지혈한 뒤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응급 상황 대처의 핵심은 집에서 반려동물을 살리는 게 아닌,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상태 악화를 막는 것이다. 집에서는 위기를 넘길 수 있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추가로 이어지는 응급 상황들에 적절히 대처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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