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는 팔고 외국인은 사고 ‘삼성전자 손바뀜’ 이유는?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0.08.11 08: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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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은 “상승세 더디다”, 외국인은 “실적 견조, 성장세 기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삼성전자를 두고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간의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3월 증시 급락 이후 삼성전자를 줄곧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6월부터 삼성전자를 순매도하고 있고, 그간 강한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반대로 삼성전자를 순매수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엇갈린 움직임은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 차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를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은 반등 폭이 컸던 비대면,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았다. 이에 삼성전자를 일부 차익 실현하고 종목 교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개인, 상승세 강한 비대면·바이오주 선호

반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확산에도 견조한 삼성전자의 실적과 성장성에 기대감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약세에 따라 신흥국 투자의 매력도가 높아진 점과 주가가 크게 상승한 해외 반도체 종목을 대체하려는 투자 수요가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매수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6월 이후 지난달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2조471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6월에는 50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지난달에는 1조968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도세가 거세진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6월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6조원 넘게 순매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매도세는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매수에 열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실제 개인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삼성전자를 4조9587억원어치 사들였다. 4월과 5월에도 각각 4367억원, 59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에 외국인은 개인과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3월 이후 5월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5조44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3월에만 4조9514억원어치를 시장에 내놨다. 2월초까지만 해도 57%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4월 중 54%까지 내려갈 정도였다. 그러나 6월과 지난달 들어서는 각각 4038억원, 2조668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음을 알렸다. 

동학개미운동 시기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최근 매도한 개인투자자 다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저점을 보인 지난 3월19일 4만2300원 이후 지난달 말 5만7900원까지 36.8% 상승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을 넘겼던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하면 상승률은 40%를 넘는다.

다만 삼성전자 주식을 3월 저점에서 사들이지 않았거나 고점에서 팔지 않은 투자자들의 성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증시가 급락하기 전인 3월초에 삼성전자 주식을 5만5000원 수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큰 결실을 맺지 못했다. 증시 급락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다른 테마 업종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아쉬울 수 있다.

실제 지난 3월 이후 비대면, 바이오, 소부장 테마로 분류된 종목들은 삼성전자의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비대면 대장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3월19일 연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123%, 169% 상승했다. 바이오 대표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08%, 114% 급등했다. 소부장 종목 중에서는 8배 넘게 급등한 종목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도는 차익 실현과 함께 새 종목으로 교체하려는 수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언택트와 바이오 관련주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방증이다. 지난 6월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네이버,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비대면 수혜 종목과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종목이 많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제넥신, 휴젤 등 바이오 종목 위주로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담는 3가지 이유

반면에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성장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실제 국내외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글로리아 취엔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코로나19에도 지난해 대비 23% 증가한 2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97조원의 탄탄한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우수한 성과와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안정적인 영업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 환경도 삼성전자 수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들어 심화된 달러화의 가치 하락이 주목된다. 달러 약세에 따라 신흥국 시장인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매수세가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2개월 동안 주가가 44% 급등한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를 대신해 삼성전자를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해외 증권사인 CLSA증권은 일찍이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대만에서 한국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전자 매수를 추천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혼재돼 있는 만큼 순매도로 전환한 개인과 순매수에 나선 외국인 중 누가 웃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돌아온 외국인은 무엇을 사고팔았나

코로나19로 국내 증시를 떠나 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부터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2조1757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귀환하면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지난달에만 2조66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다음은 ‘KODEX200’으로 3057억원 규모였다. KODEX200은 코스피200지수 상승에 수익률이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국내 증시가 상승하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밖에도 포스코(2353억원), LG전자(2035억원), 삼성전자우(1395억원) 등을 많이 사들였다.

반면에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SK바이오팜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SK바이오팜을 831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어 엔씨소프트(3486억원), 네이버(341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056억원), SK하이닉스(2778억원) 순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이들 종목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많았던 종목으로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주가 상승도 가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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