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쟁] ‘중국 때리기’ 대선 이후도 계속된다
  • 김원식 국제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8 10: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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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미·중 전쟁’ 장기화 전망

“중국의 부상과 패권 확보를 막으려는 미국의 필연적인 몸부림(struggle)이다.” 서로 상대방의 총영사관까지 폐쇄하는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대결에 관해 한 외교 전문가가 내놓은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미국과 중국이 지난 2018년부터 주로 무역을 매개로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상당히 깊다는 말이다. 즉 세계 초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을 그냥 놔두고 볼 수만 없다는 미국의 절박함이 숨어 있다는 의미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중(對中) 무역적자와 지식재산권 문제 등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 국내의 정치적인 요소만 놓고 본다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중국 때리기’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부터 최근에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앱인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까지 예고하는 등 가능한 역량을 전부 동원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3년 12월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EPA 연합

바이든의 대중 정강·정책,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켜 현재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비해 열세인 지지율을 만회하겠다는 재선 전략의 일환이다. 따라서 미·중 전쟁의 1차 원인은 트럼프의 대선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을 단순히 트럼프의 대선 전략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미·중 사이에 깊이 잠재된 갈등을 끄집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 지금의 G2 구도상 미·중 갈등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끝내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가 11월 대선에서 당선돼도 미·중 갈등은 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정강·정책만 보더라도 잘 드러난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하면 경제·안보·인권 등 모든 면에서 중국 정부를 일관되게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환율조작·불법보조·지식재산권 절취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서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강조해, 최소한 중국 문제에 관해서는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욱이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이나 대만관계법·홍콩인권법·위구르인권법 등을 철저히 집행하겠다고 밝혀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대중 강경 노선은 그대로 지속할 것임을 드러냈다. 외교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맹 강화를 내세우면서도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 복원을 강조해 이를 기반으로 대중 견제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듯 미국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불문하고 중국이 경제나 군사 모든 측면에서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는 것은 눈뜨고 지켜볼 수 없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급부상이 막을 수 없을 만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경기 침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중국은 미국·유럽 등과 달리 크게 타격을 입지 않고, 오히려 더욱 굳건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방 선진국에서 실업자가 속출하며 양적 완화 등 각종 경기 부양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향후 세계경제는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중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훨씬 더 놀라운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돌파했고, 이는 미국이 과거 자신들을 추격하던 일본을 무릎 꿇게 했던 때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중국이 미국 GDP의 70%를 크게 웃돌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세계 경제대국으로 중국이 성장할 전망이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흔들려 위안화로 몰리고, 대규모 항공모함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군사력 우위마저도 점점 위협받는다면, 미국으로서는 차마 상상하기 어려운 미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미국이 혼신의 힘을 다해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이유다. 중국의 급부상은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정치적 위상과 지위도 위협하는 현실적인 변수로 다가오고 있다.

미·중 어느 쪽이 망가져도 세계경제는 치명타

관세 전쟁을 포함한 무역전쟁에서 시작한 미·중 갈등은 이제 상호 영사관 폐쇄에 이어 남중국해 등에서의 군사적 충돌도 우려되는 양상으로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상호 핵무기를 가진 억제력으로 인해 전면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양국 갈등을 바라보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좌불안석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도 전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은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바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역으로 미·중 전쟁의 승패를 떠나 어느 한 국가만 망가져도 세계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내부적으로도 불평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인종 갈등, 지역 간 갈등 등 구조적 모순이 심화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그 원인을 그동안 세계경제를 받쳐온 자유무역 시스템 탓으로 돌리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역시 사회주의 체제로 인해 아직 내부적 문제가 분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과연 중국이 세계경제나 질서를 장악하고 리드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남중국해 인근 국가와의 분쟁과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체제가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잘 융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미·중 패권전쟁은 11월 미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이는 향후 수십 년간 우리 삶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변수로 이미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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