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아베의 패착, ‘Go To 트래블’ 아닌 ‘Go To 트러블’
  • 류애림 일본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9 10: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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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마스크’에 이어 또다시 조롱 대상…지지율 35.4%로 ‘최저’

도쿄에 거주 중인 주부 A씨는 올해 초부터 아르바이트로 일본 국내 투어가이드를 해 왔다. 투어가이드 파견 회사에 등록해 3월까지도 몇 차례 일을 했지만, 요즘은 전혀 일이 없다. 용돈 벌이로 가끔 일을 하는 A씨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다른 동료들은 엄청난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의 ‘Go To 트래블’ 정책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Go To 트래블’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국내 관광 지원책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여행자가 코로나19 때문에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타격을 입은 관광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다. 1조6794억 엔(약 18조8500억원)이 투입되는 ‘Go To 캠페인’ 중 가장 먼저 실시됐다. 지정 여행회사의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거나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숙박 예약을 한 이용자에게는 요금의 반, 1인당 2만 엔(약 22만4500원)까지 정부가 지원해 준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는 정책임에도 ‘승객을 다 태우지도 않은 채 이루어진 발차’(見切り發車·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결정을 내려 실행에 옮기는 일을 빗대는 말)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 여행사와 일본여행업협회, 전국여행업협회 등이 중심이 되어 만든 ‘투어리즘산업 공동제안체’의 위탁운영이 결정되었지만, 정식 사무소도 설치되지 않은 채 7월22일부터 실시되었다. 7월23일부터 시작되는 4일 동안의 연휴에 맞춘 날짜였다. 도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공휴일인 ‘바다의 날’과 ‘스포츠의 날’을 옮겨 만든 대형 연휴기간 동안 소비를 늘리겠다는 심산이었지만, 충분한 준비 없는 성급한 출발이 되어 버렸다. 

한산한 일본 도쿄역 광장 ⓒ연합뉴스

‘Go To 트래블’ 이후 코로나19 감염 확산

8월5일자 아사히신문에는 이 정책의 준비 부족을 실감했다는 독자 투고가 실리기도 했다. 이 독자는 ‘Go To 트래블’이 실시된 7월22일 가족들과 함께 호텔에 묵었는데, 아직 할인 준비가 되지 않은 탓에 이후 신청을 통해 할인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연휴가 끝난 27일에 ‘Go To 트래블’ 업체 사무국에 연락하려고 했지만 서류에 적힌 전화번호는 계속 통화 중. 다음 날이 되어서야 겨우 연결됐지만, 사무국으로 서류를 보내 달라는 안내를 받았을 뿐이다. 아직 사무국 주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이후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내 달라는 말도 함께였다고 한다. 

시작 전부터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를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도쿄에서는 하루 200명 이상의 감염이 확인되고 있던 시기였기에 비판은 거셌지만, 일본 정부는 도쿄만 제외하고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도쿄를 정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세금이 투입된 사업에 특정 지역과 인물을 제외한 것으로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사업은 결국 도쿄를 제외하고 실시됐다. 또한 인기 휴가지인 오키나와와 홋카이도에 관광객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관광객 분산 방안을 마련하지도 않고 시작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많은 사람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일까. ‘Go To 트래블’ 시작 이후에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자체의 발표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캠페인 시작 1주일 전에 비해 7월29일부터 8월4일 사이 확진자가 2.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키나와의 경우 캠페인 개시 전 1주일 동안은 하루 평균 1명이었던 확진자가 7월29일부터 8월4일까지 7일 동안엔 총 58명이나 발생했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인데도 일본 정부는 ‘Go To 트래블’을 계속 추진할 모양새다. ‘Go To 캠페인’ 이외에는 딱히 코로나19 대책이라고 할 만한 별다른 정책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 대응책이라고는 ‘아베노마스크’라고 조롱받는 천 마스크 배포밖에 없다. 7월말에도 보육원과 요양시설 등에 8000만 장을 더 배포하기로 했으나, 비판 여론탓에 결국 포기했다. 사이즈도 작은 데다 두껍기까지 한 ‘아베노마스크’를 쓴 사람을 거리에서 찾아보기란 힘들다.

아베 총리도 8월부터는 ‘아베노마스크’를 벗고 얼굴 크기에 맞는 큰 사이즈의 마스크를 한 모습이 포착됐다. “지금은 가게에서도 여러 마스크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일본 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은 “여러 종류의 마스크는 훨씬 이전부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총리는 우기는 것을 그만두고 솔직히 천 마스크 배포가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는 아베 ⓒ연합뉴스

공식 석상 모습 감춘 아베…내각은 우왕좌왕

아베 총리는 6월18일 이후 한동안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5월25일의 기자회견에서 “불과 한 달 반 만에 이번 (코로나) 유행을 거의 수습할 수 있었다”고 자평하고, 6월18일 감염 위험을 통제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뒤 49일 동안 직접 일본 국민 앞에 서는 일은 없었다. 오랜만의 공식 석상이었던 8월6일의 기자회견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75주년 위령 행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짧은 기자회견 동안 코로나에 관한 질문도 있었지만 새로운 내용 없이 서둘러 답변을 하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탓에 건강 이상설도 제기됐다. 8월4일 발간된 일본 주간지 ‘FLASH’는 아베 총리가 7월6일 관저 내 집무실에서 피를 토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정했다. 아베 총리는 지병인 대장성 궤양염을 이유로 지난 2007년, 집권 1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전력이 있다.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일본 정부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책다운 대책을 내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같은 사안에 관해서도 다른 방침을 국민들에게 전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8월8일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고 오봉(お盆·백중 맞이)으로 고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예정이다. 코로나 확산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코로나 대책을 담당하고 있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은 귀성에 대해 “고령자 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지만,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일률적으로 자제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감염 위험을 강조하고, 한쪽에서는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발언을 하는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모두가 혀를 차고 있다. 

8월3일 발표된 JNN(일본 뉴스네트워크)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35.4%로 최저를 기록했다. 7월보다 2.8%포인트 하락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2.2%에 달했다. 일본 정부의 전체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61%로 7월에 비해 17%포인트나 상승했다. ‘Go To 트래블’에 대해서도 66%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다시 긴급사태를 선언해야 한다는 대답도 61%에 달했다. 8월은 패전과 관련해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때다. 아베 총리가 추락하는 지지율 속에서 총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을지 일본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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