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플러에 ‘선처 없다’ 경고장 날린 김희철…“끝까지 간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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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에 절대 선처 안 하는 선례 남기고 싶다…후배들에 도움 됐으면”

올해 데뷔 15년차를 맞은 원조 K-POP 아이돌. 뛰어난 입담을 자랑하며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는 연예인. 독보적 캐릭터로 두터운 팬층을 만든 방송인. 김희철의 이야기다.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다고 했던가.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만큼 악성 댓글(악플)도 견뎌내야 했다. 그랬던 그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을 고소하며 절대 선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그가 악플러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은 무엇일까.

김희철은 지난 7월6일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강남경찰서에 접수했다. 한 달이 지난 8월5일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정솔 사무실에서 김희철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나에 대한 욕은 참을 수 있지만 후배들까지 욕보이는 행위는 절대 참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악플러들은 범죄자라는 인식이 자리잡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 강남에 있는 법무법인 정솔 사무실에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악플러 고소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5일 서울 강남에 있는 법무법인 정솔 사무실에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악플러 고소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5년 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며 악플을 견뎌 왔다. 이번에 악플러들을 고소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연예인이라면 악플을 견뎌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런데 악플 때문에 (후배들이 사망하는) 안 좋은 일이 생겨나더니 나에게까지 화살이 날아왔다. 내가 욕먹는 건 상관없다. ‘이상한 애들이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이제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또 욕보이는 것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악플이 너무 힘들어서 떠났음에도 여전히 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악플의 화살이 쏟아졌을 때, 이참에 제대로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바로잡지 않고 넘어가면 다른 후배들이 또 피해를 입게 된다. 이제는 한 번 싸워야할 때다.”

 

악플러들에게 선처는 없다고 말했다.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배경은 무엇인가.

“악플러들을 고소하는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까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더라. 악플을 수집해준 팬들, 자료를 정리해준 변호인들이 모두 나를 위해 힘 써줬다. 수사하는 경찰들도 신경을 많이 써줬다. 소속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준 투에이치미디어그룹 측에도 감사하다.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은 상황에서 내가 멈추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선처를 해준다면 악플러들은 더 날뛰고 다른 소속사는 강경 대응할 원동력을 잃을 것이다. ‘악플에 선처는 절대 없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본인 SNS를 통해 고소 사실을 알리자 해당 게시물에 또 악플이 달렸다. ‘돈 많은 연예인이 왜 힘 없는 서민을 괴롭히느냐’는 내용이었다. 

“그 댓글을 단 사람이 악플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굉장히 머리가 좋은 내 팬이라고 생각한다.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었지 않나. 그 글을 보고 위축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뭐야 이건, 짜증나네’ 하며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인 편이다. 혹시나 김희철이 마음 약해져서 선처할까봐 다시 한 번 채찍질을 하고 멈추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악플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여성 연예인들이었다. 악플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남녀 연예인의 민감도가 다르다고 보나.

“성적인 악플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여자 연예인이 받는 타격이 큰 편인 것 같다. 살을 빼면 뺀 대로, 찌우면 찌우는 대로 손가락질 받는다. 미의 기준에 어긋나면 못생겼다고 욕 먹고, 그래서 성형하면 성괴라고 욕 먹는다. 똑똑하면 똑똑한 척 한다고 욕 먹고, 모르면 무식하다고 욕 먹는다. 당연히 걸그룹 친구들은 자신의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우울증을 얻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체계화됐다. 이제는 소속사가 연예인의 정신건강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연예인에게 도움이 되나.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우리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데 있어 철저하다. 전문 상담사도 있고 정신과 상담도 해준다. 그런데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안 좋지 않나.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하면 지라시 돌고 기사 뜨고 루머가 퍼진다. 그래서 상담을 받고 싶어도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두려워 상담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진짜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전반적인 인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악플러 고소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는 김희철 ⓒ시사저널 박은숙
악플러 고소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는 김희철 ⓒ시사저널 박은숙

악플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예인이 늘면서 포털에서는 연예면 댓글을 폐지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에는 댓글 폐지가 ‘모기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대책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칼로 찔렀다고 해서 칼을 없애는 것은 모순이지 않나. 댓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악플러라는 범죄자의 문제라고 봤다. 유쾌하고 기발한 댓글을 통해 활동하는 데 힘을 얻는 순기능도 상당하다. 하지만 고소를 진행한 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댓글란을 폐지한 이후 악플 신고가 현저하게 줄었다더라. 그래서 요즘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다.”

 

가해자들을 만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가해자들을 만나면 마음이 약해져서 선처해주는 경우가 있다더라. 그런데 가해자들의 사정은 들을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해자들이 울며불며 사정하는 걸 꼭 보고 싶을 뿐이다. 그 사람들 우는 거 보면서 ‘응, 선처 안 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범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알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

 

악플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팬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사실 팬들은 아무런 지원 없이 묵묵히 연예인을 사랑할 뿐인데,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빠순이’라며 욕을 먹고 푸대접을 받는다. ‘덕질’이란 것도 취미생활의 일부 아닌가. 어떤 취미는 박수 받고 어떤 취미는 욕 먹는 게 어디 있나. 악플 수집하느라 고생한 팬들이 우리가 뭔가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당분간 악플 제보를 받았던 메일 계정을 닫을 생각이다. 그동안 팬들도 조금은 쉬면서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선처는 없다. 향후 다른 메일을 통해 추가 악플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다.”

 

본인이 악플러에 강경대응을 선포하면서 연예계에 큰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큰 팬덤을 가진 K-POP 아이돌이 악플과의 전쟁에 전면전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좋다. 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내길 바라고, 악플러들은 범죄자란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히길 원한다. 다만 내가 ‘정의의 사도’로 주목받고 싶진 않다.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도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내가 똑같은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하면 대중들은 피로도가 쌓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바통을 이어받아서 악플에 강경 대응하는 문화가 자리 잡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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