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재확산 진앙지 된 카페…방역지침 ‘나몰라라’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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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發 확진자 늘어 방역지침 강화했는데
마스크 안 쓰고 주문·대화해도 제재 없어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방역 당국에서는 카페 등 음식점에 강화한 방역지침을 내렸지만,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 8월5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역 인근 카페를 찾아 2시간여 동안 관찰한 결과였다.

8월5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역 인근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대다수 고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 시사저널 조문희
8월5일 오후 서울 성신여대역 인근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에서 대다수 고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 시사저널 조문희

방역지침 무색한 카페 현장…46명 중 8명만 착용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4일 카페 및 음식점에서 지켜야 할 생활방역수칙을 발표했다. △먹거나 마시는 시간 이외에는 마스크 착용하기 △음식 섭취하며 대화 자제하기 △휴대전화 통화 시에도 마스크 착용 등이었다. 할리스커피 선릉역점과 서초구 양재족발보쌈을 매개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이 같은 대책을 내린 것이다. 6일 현재까지 카페 관련 확진자는 전국에서 1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해당 지침을 지키는 고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5일 오후 6시께 방문한 성신여대역 인근 S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종업원을 제외한 고객의 대부분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숫자를 세어 보니, 세 층에 걸쳐 자리를 잡은 고객 46명 중 8명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마스크를 아예 벗어두거나 귀에 건 모습이었다.

다 마신 음료를 앞에 두고 왁자지껄 떠드는 무리 사이에서도 마스크를 낀 이들은 없었다. 팀프로젝트를 하러 온 대학생 4명, 영어 과외를 하는 직장인 2명, 대화를 하러 온 주부 2명 등을 관찰 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지 않았다. 음료 잔은 비워져 있었다. 한 커플은 서로 음료를 주고받으며 같은 빨대를 사용했다. 방역 지침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주문할 때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종업원이 제지하지 않았다. 기자는 음료와 샌드위치를 각각 주문하고 음식을 찾으러 갈 때 등 세 번 모두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반면 종업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또 일부 종업원은 소독약으로 빈자리를 닦았다. 다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하는 고객에게 다가가 제지하지는 않았다.

 

실효성 없는 방역지침…대안은

때문에 방역지침이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사와 대화 시간을 구별하기 어려운 데다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자가 찾은 카페에서 공부를 하던 대학생 장지혜씨(23)는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게 카페를 찾는 이유인데, 한 입 먹을 때마다 마스크를 벗고 쓰고를 반복할 순 없지 않겠느냐”며 “그렇다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기엔 한계가 있을 테고, 그저 개인이 솔선수범해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페에도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90cm 이상 높이의 칸막이 설치 시 비말을 99.9% 이상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전국 약 80만 개 식당·주점·카페 등 영업장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된다면 감염병 확산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이 같은 효과를 인지하고 지난달 1일 식당에 칸막이를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이보다 앞선 6월에는 27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칸막이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지원금 집행 상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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