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달아오르는 주식시장, 어떻게 볼 것인가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7 17:00
  • 호수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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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던 우리 증시가 어느새 전 고점을 돌파하더니 이젠 강한 저항선이라던 2300포인트마저 가볍게 돌파했다. 일각에선 3000포인트를 얘기하기도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코스닥의 상승세는 전 세계 주요 증시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주식 얘기고, 여의도에는 전에 없던 활력이 넘쳐난다.

코스피가 1% 넘게 급등해 연고점을 새로 찍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93포인트(1.29%) 오른 2,279.97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78포인트(0.94%) 오른 835.35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1% 넘게 급등해 연고점을 새로 찍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93포인트(1.29%) 오른 2,279.97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78포인트(0.94%) 오른 835.35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경제는 추락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은 아직도 지구촌을 괴롭히고 있는데, 경제에 선행한다는 주가는 왜 이렇듯 고공행진 중일까. 이제 곧 터질 버블의 시작일까. 아니면 정말 3000포인트 그 이상을 향한 추세 상승의 시작점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식이 꼭 실물경제만을 반영해 움직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 경제 충격은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염병의 창궐로부터 기인한 것이고,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통행을 제한하고 국경을 막았다. 경제활동은 치명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물로 성장률은 사상 초유의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유동성의 확대로 나타난다. 금융위기를 치유하기 위해 미 연준에서 2017년까지 풀었던 유동성에 버금가는 규모의 유동성을 지난 몇 개월간 집중적으로 풀었다는 걸 기억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이해할 것이다. 그도 모자라 미 연준은 앞으로 경기 회복의 신호가 명확해질 때까지 무제한 양적 완화를 계속할 것이며, 기존의 국채나 모기지 증권 위주의 우량채권을 사들이는 걸 넘어 비우량 회사채를 사는 파격적인 조치, 이른바 질적 완화마저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초과잉 유동성의 시대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내년의 성장률 전망은 기저효과를 감안해 플러스 전환이 유력하며, 일부 코로나 수혜 기업들의 주도로 실적에 대한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전 세계 유력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 대세 상승을 위한 삼박자가 맞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장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누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복귀,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 개인투자자들의 기를 꺾지 말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상징하는 증시 부양 의지 반영 등으로 대형주·중소형주 할 것 없이 동반 상승하는 장세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들은 모이면 주식 얘기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제라도 올라타야 하는가를 묻는 걸 보면 상투의 징후가 분명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다. 고래로 과열의 징후가 틀렸던 적은 없고 투자의 세계에서 이번은 다르다는 말처럼 헛된 것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식 활황을 달리 보는 이유는 바로 자산 배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인 상황에서 은행의 예적금에 더 이상 돈을 보관할 수 없으며, 정부의 현실적인 규제로 부동산 또한 대안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당한 규모의 자산가들은 이미 작년 하반기 비핵심 부동산을 처분했다고 한다. 돈은 어쩔 수 없이 수익률을 쫓아가게 되어 있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1%의 이자도 안 주는데, 은행 주식을 사면 배당을 3% 이상 준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적어도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을 경기적인 측면만을 보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부터의 장세는 조금씩 가격의 부담을 가지며 선별적으로 상승 종목이 축소되어 갈 것이다. 성장과 가치의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번만은 다르다고 할 수 없으나, 이번에도 같을 것이라는 확신도 위험한 때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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