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통공사 경영본부장 ‘연임’ 논란…노조와 갈등
  • 이승준 영남본부 기자 (sisa527@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4 15: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 “인사전횡 당사자, 연임 반대한다”
해당 본부장, “그만 물러나겠다” 입장 밝혀

부산교통공사(이하 공사) 경영본부장 연임을 둘러싸고 계속해서 잡음이 나온다. 공사가 부산시 감사결과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있고, 특정인이 인사 전횡을 일삼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지하철노조(이하 노조)와 부산시의회, 시민단체가 사법당국의 수사까지 촉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교통공사 ⓒ시사저널

논란의 주인공은 공사 P 본부장이다. 2016년 9월 공사의 기획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상임이사를 겸직한 그는 작년 9월까지 3년 임기를 마친 후 연임하면서 인사와 노무를 총괄하는 경영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내달 또다시 연임한다면, 공사 창설 이후 5년째 재직하는 최장수 본부장으로 명실공히 공사의 '터줏대감'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그가 직무수행평가나 업무추진 실적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는 평이 공사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데에 있다. 

공사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설치운영규정’에 따르면, 임추위는 부산시장(2명)과 부산시의회(3명) 및 공사 이사회(2명)의 추천에 의해 총 7명으로 구성돼 있고, 사장·감사·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노조는 성명을 내고 "임추위는 P 본부장 후임으로 올 신임 경영본부장 공모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16일 구성됐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현재까지 회의를 위한 소집조차 한 번도 열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본부장 자리에 오게 될 새로운 사람을 공모·심사하는데 시간이 빠듯할텐데, 회의도 열지 않고 아무런 공모 절차도 진행하지 않는 것은 결국 현재 경영본부장을 연임시키기 위한 꼼수”라며 "규정에 명시된 임추위의 임원추천권은 고유권한임과 동시에 공적인 책임이다. 사장의 ‘거수기’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하루 속히 회의를 열어 P 본부장의 연임 심사를 하든 신임 본부장을 공모하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판 ‘황표정사’ 승진 심사

공사에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는 P 본부장의 인사전횡 논란과 관련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올 1월 30일자에 공사가 발표한 ‘임원보직변경’ 시행문에는 안전본부장과 경영본부장 간 보직을 서로 변경했다. P 본부장이 기획본부장으로 재임 중 직제개편을 주도해 기획파트는 사장 직속으로 분리·이관시키고, 인사담당 부서인 경영지원처는 경영본부로 이관시킨 것이다. 이어 본인이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상호 자리바꾸기를 통해 안전본부장에서 경영본부장으로 보직이동을 했다. 상임이사를 겸직하는 본부장 간에 서로 보직을 변경한 것인데, 이를 두고 노조 관계자는 "이 또한 P본부장 본인이 당사자 중 한 사람인 사안으로 공사 창설 이후 사상 초유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당시 부임한지 1년 남짓된 이종국 공사 사장은 “임원의 인사발령은 사장 고유의 인사권에 포함된다”는 입장으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무마시켰다.

P 본부장은 2005년 공사의 인사팀장으로 승진한 이후 내리 15년 동안 조직의 핵심부서인 인사·노무 파트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내부에서 자타공인 실세 ‘인사맨’으로 통한다. 하지만 P 본부장은 작년 3월부터 올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3급 이상 고위간부직에 대한 정기·수시 승진 심사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켰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2019년 상반기 ‘정기승진심사대상자 추천안’ 문건에는 공사가 ‘추천(안)’ 칸을 만들어 ‘◎’ 표시를 사전에 표시한 후 인사위에 제출했다. 그 결과 총 169명의 후보자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168명이 승진했다. 사전에 작성·표기된 ‘추천(안)’의 ‘◎’ 표시는 인사위원회의 승진대상자 심의·의결 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친 셈인데, 익명을 요구한 공사의 한 임원은 "이 작업을 P 본부장이 주도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인사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에 이어 '현대판 황표정사' 논란이 공사 내부에 급속도로 퍼졌다. 

노조는 "P 본부장 연임에 반대하는 이유는 개인에 대한 호불호 때문이 아니다. 그가 요직을 거치면서 사실상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며 전횡을 일삼았고, 공사 조직을 자의로 뒤바꿔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연임시킬 이유가 무엇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부산시장권한대행 명의의 기관경고장 ⓒ부산시

부산시의회· 시민단체 사법당국 수사 촉구

본지가 입수한 지난 5월 21일 부산시장권한대행 명의의 기관경고장에 의하면, 공사는 고위 간부급 168명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와 관련해 '기관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공사는 홈페이지에 가장 중한 결격사유인 '기관경고' 대신 '주의' 처분을 올렸다. 이 때문에 공사가 고의로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공사 홈페이지에 경고장 문서는 첨부했지만, '기관경고' 문구는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공문서 위·변조 의혹에 한 발 더 나간 입장도 있다. 정상채 부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교통공사의 조직적 인사범죄사태의 주범은 부산시"라며 "사전 ‘◎’ 표시에 의한 승진자 표시심사는 2019년 만의 문제가 아닌 인사권 사유화로 발생한 관행범죄이며, 이에 대해 부산시가 두루뭉술한 '기관경고' 처분을 함으로써 사실상 명확하게 책임소재를 다투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또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도 "인사위는 형식이고, 168명 대상자중 167명이 특정인에 의해 승진됐다면 이것은 공평한 사회를 저해하는 중대한 적폐 행위"라며 "형식적인 조치에 그칠 상황이 아닌 듯하다. 반드시 감사원 감사나 사법당국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21세기 부산판 황표정사(⿈標政事)에 대해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본사와 시청 앞에서 매일 아침 출근 선전전을 진행하고, P경영본부장의 5년째 연임이 과연 타당한지 전 직원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총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P 본부장은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한 점 부끄럼없이 살아 왔는데, 사실이 많이 왜곡돼 억울하다”며 "심신이 지쳐 그만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사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사 최종 인사권자인 이종국 사장의 입장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듣지 못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