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손흥민 ‘압도적 질주’…스포테이너들도 약진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0 12:00
  • 호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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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 매체 노출 많았던 김연경·박세리·안정환 신규 진입

‘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1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인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각각 100명씩 총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과 함께 했다.

‘전체 영향력’을 비롯해 정치·경제·언론·문화예술 등 13개 부문에 걸쳐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총망라됐다. 6월22일부터 7월15일까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남성 72.2%, 여성 27.8% 비율이며, 연령별로는 30대 23.6%, 40대 33.3%, 50대 32.9%, 60세 이상 10.3%다. 각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스포츠는 그 어떤 분야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랜 기간 경기 자체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줄줄이 연기됐다. 스포츠 팬들과 스타들 모두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시사저널이 올해 실시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스포츠인 부문 조사가 최근 상황을 고스란히 방증했다. 기본적으로 대표성과 인지도가 높거나 매체에 많이 노출된 스포츠인들이 10위권을 꿰찼다. 

ⓒepa 연합

‘소니’ 70m 골 하나로 대표된 2020년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축구선수 손흥민의 지목률 71.6%는 2018년(43.6%), 2019년(55.0%)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연스레 2위(전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31.4%)와의 차이도 더 벌어졌다. 3위 이후 인물과의 격차는 말할 것도 없다. 양극화가 심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축구선수 이강인, 축구감독 박항서·정정용처럼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고 떠오른 스포츠인이 올해는 보이지 않았다. 배구선수 김연경(4위·14.1%), 전 골프선수 박세리(7위·4.9%), 전 축구선수 안정환(8위·3.1%) 등 새롭게 ‘톱10’에 든 인물은 모두 방송을 통한 대중 노출도가 높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밖에 3위(야구선수 류현진·25.8%), 5위(전 축구선수 박지성·12.7%), 6위(전 야구선수 박찬호·5.7%), 9위(야구선수 추신수·2.8%), 10위(전 축구감독·선수 차범근·2.7%) 등은 지난해 조사에서도 톱10 안에 든 터줏대감들이다. 

안 그래도 국내외적으로 높은 위상을 자랑했던 손흥민은 1년 새 ‘퀀텀점프’까지 이뤄냈다. 70%를 넘는 지목률은 사실상 손흥민이 대한민국 스포츠 그 자체였음을 말해 준다. 처음 지목률 1위에 올라섰던 2018년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월드클래스(전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수준) 축구선수”라는 취재진 언급에 대해 정색하고 이렇게 반박했다. “절대 월드클래스 아니다. (손흥민도 나도)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듯 지내고 있다. 아들에게 ‘이것은 하늘이 젊은 시절 잠깐 주는 기적 같은 기회이기에 은퇴 시기를 한 해 한 해 늦춰가며 집중해서,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년이 지난 지금 아무리 스파르타식 자식 교육을 유지해 온 아버지일지라도 “손흥민은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고 말할 순 없을 듯하다. 손흥민은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숱한 명장면과 기록을 양산하며 명실상부한 토트넘 홋스퍼 에이스이자 월드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소속팀 토트넘의 부진, 오른팔 골절, 코로나19 사태, 기초군사훈련에 따른 공백 등 여러 악조건을 뚫고 이뤄낸 드라마틱한 성과다. 국내외 팬들을 더욱 강하게 매료시켰음은 물론이다. 지난해 12월 번리와의 경기에서 탄생한 ‘70m 질주 골’이 백미였다. 이 원더골은 EPL ‘올해의 골’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EPL은 물론 한국 축구사에도 길이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실제 대기록도 알차게 써나갔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멀티 골을 터뜨려 개인 통산 123골을 달성했다. 차범근의 유럽 통산 121골을 뛰어넘으며 한국인 유럽축구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월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EPL 통산 50·51호 골을 작렬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무대에서 50골을 돌파했다. 

골절 치료,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중단, 기초군사훈련 소화 등을 통해 숨을 고른 손흥민은 리그에서 2골 3도움을 더 올리며 자신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 공격포인트(21개·11골 10도움), 공식전 최다 공격포인트(30개·18골 12도움)를 기록했다. 앞서 아스널전에서 올린 EPL 단일 시즌 10골-10도움 기록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였다.  

‘언택트’로 팬들 만난 스포츠인 다수 순위권 진입 

박지성(지난해 5위→올해 5위)과 차범근(지난해 9위→올해 10위)의 순위 유지에도 손흥민의 활약이 만만찮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고 리그 EPL에서 손흥민이 ‘동양인치고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 팀 에이스 반열에 오르자 앞서 길을 닦은 ‘월드클래스 선배’ 차범근과 박지성의 이름도 끊임없이 등장했다. 유튜브 등 SNS에서 손흥민과 현역 시절 차범근, 박지성의 활약상이 묶여 소비되는 일이 잦았다. 

역시 최고의 무대에서 팀 에이스 대접을 받는 류현진(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은 지난해 지목률 48.1%로 1위 손흥민과 6.9%포인트 차이 접전을 벌인 바 있다. 경이적인 성적을 올리며 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때였다. 이후 류현진은 아시아인 최초 사이영상 수상에 실패하고 빅마켓 구단 LA 다저스에서 캐나다 연고의 중하위권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팀을 옮기자마자 코로나19발(發) 리그 연기 사태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사이 지목률은 20%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이미 2013~14년 시사저널 조사 때 정상을 경험했던 류현진은 올해 다시 비상을 꿈꾸고 있다. 뒤늦게 개막한 리그에서 점점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모습이다. 

현재나 과거의 활약으로 각인되지 않았는데도 톱10에 오른 스포츠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광고·화보 촬영, 대외활동 등에 주력해 온 2위 김연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방송가를 노크했다. 

11년 만에 국내 프로배구 V리그로 복귀한 4위 김연경은 코로나19 때문에 뽐내지 못하는 배구 기량 대신 특유의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매력을 방송에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6위), 원조 골프 여제 박세리(7위), 왕년의 판타지 스타 안정환(8위) 등도 레전드의 무게감을 완전히 내려놓고 친근함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 준다. 특히 프로 방송인으로 진화한 안정환은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서 본업이었던 축구와 예능의 완벽한 시너지를 끌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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