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조짐…집단감염에 무너진 방역선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8.1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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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확진 279명 폭증해 사흘간 548명…수도권 ‘비상’
사랑제일교회-우리제일교회 확진자 규모 커져
전파력 높고 깜깜이 환자 늘어 전국 확산 우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16일 오전 출입 통제 및 집회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 16일 오전 출입 통제 및 집회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 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동시에 터지면서 16일 일일 확진자 수는 200명 후반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규모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1차 대유행'이 이어지던 지난 3월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확진자가 폭증한 서울·경기지역은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했지만, 이동량이 많은 광복절 연휴와 전날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 등이 기폭제로 작용해 전국적인 유행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신규확진 지역발생 267명…161일 만에 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79명 늘어 누적 1만5318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8일(367명) 이후 161일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전날 신규 확진자 수(166명)보다 113명이나 많다.

지난 2∼3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으로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1차 대유행기에 근접한 수치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4~15일 이틀 연속 100명대를 기록하다 200명 후반대로 치솟았고, 사흘간 548명의 환자가 쏟아져 나왔다. 

신규확진자 279명의 감염경로는 267명이 지역발생이며 해외유입은 12명이다. 지역발생 확진자 수 역시 3월8일(366명) 이후 가장 많다. 전날 지역발생 확진자(155명)보다 112명이나 많은 것이다.

이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전환할 때 기준으로 삼는 지표 중 하나인 '일일 확진자 수(지역발생 기준) 100∼200명 이상'에 해당한다. 또 3단계 시행의 또 다른 지표인 '일일 확진자 수가 배로 증가하는 경우가 1주일 이내에 2회 이상 발생'에 근접한 것이다. 

지역발생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141명, 경기 96명 등으로 두 지역에서만 237명이 나왔다. 나머지는 인천 8명, 광주 7명, 부산 6명, 충남 5명 등의 순이었고 대구·울산·충북·경남에서 확진자가 1명씩 나왔다.

수도권의 경우 교회 예배와 소모임을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193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용인 우리제일교회 역시 교인과 접촉자 등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33명이 추가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는 105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도 롯데리아, 투자 전문기업, 사무실, 학교, 커피점 등 곳곳에서 감염 전파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집단감염이 심각한 상황인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복절 광화문 대규모 집회에 전국에서 참석자들이 모여들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바이러스 확산 기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파력 높고 '깜깜이 환자' 증가

위기 상황에 놓인 수도권에 우려는 더하는 점은 코로나19 전파력과 깜깜이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감염병 '재생산지수'는 1.5 내외, 비수도권은 1 미만인 것으로 각각 추산됐다. 재생산지수란 감염병 환자 1명이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숫자가 1 미만이면 방역의 효과로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게 되지만, 1 이상이면 방역에 구멍이 뚫린 상태여서 계속 늘어나게 된다.

재생산지수 1.5는 환자 1명이 1.5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으로, 신규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지수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서울·경기에서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배로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수도권은 자칫 대규모 집단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 "환자 1명을 조사해 보면 이미 10명, 20명에게 이미 노출돼 감염까지 된 사례가 많았다"면서 "지금의 유행 확산세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고 거리두기 참여 강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큰 위험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방대본은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에서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는 상황도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감염경로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는 최근 14%까지 치솟은 상태다. 여름방학과 휴가, 광복절 연휴가 맞물린 현 상황에서 거리두기 등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한국도 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서울·경기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를 언급하면서 "지금, 이 순간 수도권의 누구라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리라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휴 3일은 향후 국내 코로나19 발생의 운명을 가를 시금석"이라며 "마스크를 벗는 행동을 줄이고 외출·모임을 자제하는 한편, 거리 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마을회관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15일 오후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마을회관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15일 오후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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