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부터 인정받은 ‘50만 년 청정자연’ 품은 한탄강
  • 윤현민 경기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5 08:00
  • 호수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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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포천, 국제적 지질생태 관광도시 도약 꿈꿔

경기 포천시 유역의 한탄강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선정됐다. 50만 년 유구한 역사가 빚은 청정의 자연생태 가치가 입증된 셈이다. 경기도 내 최초이며, 지난 5년간 인접 지자체들과 함께 일군 괄목할 성과다. 포천시도 지역 명소 보전 노력으로 경기 북부권 발전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포천시는 이를 발판 삼아 국내를 넘어 국제적 지질생태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7월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0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한탄강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경기도 최초이며, 제주도·청송·무등산에 이어 국내 네 번째다. 지난 2015년 12월 국가지질공원 인증 이후 올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위원회 서면평가와 현장실사를 거쳐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경기도 포천·연천, 강원도 철원을 흐르는 한탄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가장 넓게 분포한 포천시 유역을 포함해 총 1165.61㎢이며, 여의도 면적의 400배 규모다. 이곳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화산과 하천 지형이 공존하는 게 특징이다. 다른 화산 세계유산, 세계지질공원과 비교해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약 50만 년 전 용암 분출로 형성된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으로 인해 만들어진 한탄강 비둘기낭폭포 ⓒ포천시 제공

지역 명소 발굴·국제학술대회 등 노력 성과

우선 형성 과정을 보려면 선사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약 50만 년 전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남쪽으로 흘러 용암대지를 만들었다. 그 위를 한탄강이 흐르면서 현무암 절리를 깎아 40m 높이 주상절리 협곡을 만들었다. 또 비둘기낭폭포 같은 침식지형과 베개용암·하식동굴 등 다양한 지질구조도 형성됐다. 모두 내륙에서 보기 힘든 화산지형으로 현재까지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번 세계지질공원 인증과 함께 한탄강 유역 26곳이 지질명소로 지정됐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포천시 유역 일대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구체적으론 비둘기낭폭포, 화적연, 아우라지 베개용암, 포천 아트밸리, 대교천 현무암협곡, 고남산 자철석광산, 지장산 응회암, 교동 가마소, 멍우리협곡, 구라이골, 백운계곡과 단층 등 11곳이다.

한탄강이 원형 가까이 보전되기까진 개발규제도 한몫했다. 이 일대는 1992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행위가 금지됐다. 그 결과 수달·어름치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식물 10여 종이 서식할 수 있었다. 당초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함께 지질생태학적 가치를 지켜온 셈이다. 하지만 2011년부터 광역상수도 공급 등의 이유로 상수원보호구역이 해제됐다. 이에 포천시는 한탄강 보전과 활용을 위한 장기계획을 세워 선제대응에 나섰다. 일단 한탄강 자체 조사와 내부 보고회를 통해 향후 구체적 활용방안을 모색했다. 그 일환으로 2011년 한탄강 명소 8곳을 발굴해 ‘포천 한탄강 8경’으로 지정했다. 대교천 현무암협곡, 샘소, 화적연, 멍우리협곡, 교동 가마소, 비둘기낭폭포, 구라이골, 베개용암 등이 그것이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지질명소로 꼽힌 11곳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한탄강 지질공원 인증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3년 타당성 조사 후 2015년 환경부로부터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이듬해 들어선 인접 지자체와 세계지질공원 인증 공동 추진에 나섰다. 경기도·강원도·연천군·철원군과 상생협력협약을 맺고 손을 맞잡았다. 이후 시는 매년 전문가 초청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한탄강의 지질학적 가치를 알렸다. 일본과 지속적으로 공동 학술세미나 개최, 지질공원해설사 교류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4월엔 한탄강 지질공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탄강의 역사와 지질생태학적 가치가 담긴 전시·체험 공간이다. 국내 최초·유일의 지질공원 전문박물관이며 시가 114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2840㎡ 규모로 건립했다. 주요 시설은 지질생태체험관, 4D 협곡탈출 라이딩 영상관, 세미나실, 강당, 야외학습장 등이다.

이곳에선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질학습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알록달록 지질 케이크 만들기, 화산폭발체험, 현무암 팔찌 제작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가족 단위 치유 프로그램인 한탄강 지오파티가 참가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또 최근 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창작동화 《한탄강에서 소곤소곤》도 출판했다. 이 밖에 오는 2022년까지 실감형 디지털체험관도 새로 조성할 예정이다.

박윤국 포천시장(왼쪽 네 번째)이 시 관계자들과 함께 한탄강지질공원센터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포천시 제공

“주변 인프라 넓혀 세계적 생태관광도시로”

이번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포천시에 또 다른 기회다. 시는 세계적 생태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 조성에 돌입했다. 우선 한탄강 홍수터, 지질명소 관람시설 등을 새롭게 정비 중이다. 또 연천~포천~철원을 잇는 한탄강 119km 구간에 주상절리길이 조성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16년 경기도와 강원도가 상생협약을 맺고 함께 추진 중이다. 경기 지역에 308억원, 강원 지역에 279억원을 각각 들여 탐방로를 만드는 내용이다. 포천은 전체 53.1km 구간 중 33.6km는 조성을 마쳤고, 5km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14.5km는 내년에 예산 30억여원을 투입해 마무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시는 지역발전과 관광산업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우선 탐방객을 위한 지질교육과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관광사업 교육과 컨설팅도 준비하고 있다. 시민 스스로 관광자원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기반을 조성하려는 취지다.

국립수목원·산정호수 등 지역 명소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 생태관광도시로 한 계단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세계지질공원은 4년마다 재인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앞으로 한탄강의 지질학적 가치 입증을 위해 학술연구와 지질명소 정비에 힘을 쏟겠다”며 “나아가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만들어 한탄강을 포천 관광의 상징 브랜드로 키우고 대내외 경쟁력을 높여 세계적 생태관광도시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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