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3단계로 격상해 확산세 꺾어야 한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1 13:00
  • 호수 1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해 코로나19 확산 원인 제공…의료체계 마비 대비해야

“2020년 여름은 난장판이다.” 한 서울 시민은 최근의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1만 명 이상 모이는 집회가 있었다. 그 현장에 있던 경찰마저 감염되는 사태를 맞았다. 서울의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한 확진자만 8월19일 기준 623명 이상을 헤아린다. 치료받던 환자가 병원을 탈출했다가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국에서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인들은 당장 방역 수준을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감염자는 하루 100~200명씩 나오고 있다. 8월14일 103명이던 신규 확진자는 166명(15일), 279명(16일), 197명(17일), 246명(18일), 297명(19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1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3~4월 유행 이후 5월부터 2차 수도권 유행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판단한 바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8월17일 “현 상황은 대규모 유행의 초기 단계다. 코로나19 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수도권 유행은 ‘대구 사태 데자뷔’

2~3월 코로나19 대구 사태를 경험한 국민은 ‘수도권판 대구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 대유행 시기와 현재 수도권 유행은 여러모로 닮았다. 모두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했고 감염자가 약 일주일 만에 1000명을 넘긴 점도 비슷하다. 대구에서는 신천지 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일 만에 100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최근 수도권에서도 서울에 있는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수도권 상황은 대구 사태의 데자뷔다. 그것도 규모가 훨씬 큰 데자뷔다. 2~3월 대구 사태 때는 바이러스의 정체도 잘 몰랐고 병실 부족, 고령 사망자 증가 등 허술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 교훈을 잊은 듯하다. 5월6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면서 국민의 경각심은 ‘리셋’됐다. 그 후 클럽, 물류센터, 해외 유입 등에서 매일 적게는 20명씩, 많게는 100명씩 감염자가 나왔다. 대구 집단감염 때는 20대가 걸려서 고령자가 감염돼 사망했고 지금은 주로 고령자가 감염됐고 2~3주 후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8월18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경(왼쪽 사진). 8월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보수단체 및 시민단체 등의 참가자들이 8·15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작은 대구 사태 때와 비슷하지만 앞으로 양상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수도권에서 확산하는 코로나19 상황을 대구 사태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도권이라는 특수성이 그 근거다. 국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데다 교통량도 상당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에 좋은 환경이다.

또 대구에서는 한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유행했으므로 역학조사로 접촉자를 파악하고 감염자를 진료하기가 비교적 순조로웠다. 그러나 이번 수도권 유행은 교회뿐만 아니라 마을 잔치, 요양병원, 회사, 커피전문점, 놀이공원 등 여러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그만큼 역학조사가 까다롭고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도 증가하면서 통제가 쉽지 않게 됐다.

게다가 대구 사태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 집중된 형태였지만 수도권발 코로나바이러스는 부산, 광주, 강원, 경북, 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방역 당국은 “최근 국내 집단발병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종교시설 관련 역학조사 결과, 종교 활동·모임을 통해 발생한 감염이 비수도권 지역 및 콜센터·어린이집·요양병원 등 다양한 장소로 2차 감염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N차 전파의 위험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행태는 대구 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 사태 직후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의 유행을 예측하고 경고해 왔다. 그러나 이 경고는 공염불에 그쳤다. 정부는 5월6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했고 프로야구 경기 관람, 콘서트, 종교 모임 등을 허용했다. 외식·공연 쿠폰을 발급하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등 소비심리 살리기에 열중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조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코로나19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여름 휴가 기간과 그 후에 그렇게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는데도 정부는 여행이나 외식을 장려하는 행동을 보였다. 선제적 방역 없이는 감염병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가 50명 선을 오르락내리락하던 7월부터 2단계 방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규 확진자를 국내 발생과 해외 유입으로 나눈 후 국내 발생이 해외 유입보다 적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 선제적 방역 경고 무시하고 땜질식 방역

심지어 7월24일에는 교회의 소모임 금지도 해제했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국민에게 방심해도 된다는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의 경각심은 느슨해졌고 여름을 맞아 국내 이동량도 증가했다. 김우주 교수는 “교회는 예배도 하지만 친목을 도모하고 비즈니스도 하는 장소다. 식사도 하고 같이 노래도 부르는 커뮤니티센터 같은 곳이다. 공간도 밀폐됐다. 이런 교회 수는 성당이나 절보다 훨씬 많다. 그동안 교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감염이 꾸준했음에도 정부는 7월24일 교회 소모임 금지를 해제했다. 그 조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다. 정부의 명백한 판단 착오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원인을 제공했는데 국민의 협조만 구하고 있어 국민이 죄책감이 들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8월 중순 5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이라는 특성, 여름철 이동량이 많은 점, 국민의 경각심이 감소한 상황,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증가한 점, 불특정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는 상황, 전국 확산 위험 증가, 가을철 대유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선제적 방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방역 조치를 해도 그 효과는 2~3주 후에 나타나는 상황까지 고려했다.

서울시가 집회금지명령을 내린 8월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강행한 가운데 도심 내 집회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앞으로 신규 확진자 1000명 넘을 듯”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8월14~15일 각 1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고 급기야 279명으로 불어난 8월16일에야 2단계로 격상했다. 그것도 반쪽짜리였다. 원칙적으로 2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적용되면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집합 금지, 클럽과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운영 중단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그러나 정부는 ‘강제’가 아니라 ‘권고’ 수준의 2단계를 발령했다. 게다가 서울과 경기에만 2단계 방역을 적용했다. 사실상 1.5단계 방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당장 3단계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뉴질랜드나 대만을 모델로 삼아서 짧고 굵게 방역한 후 경제와 학습 활동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어정쩡한 태도로 방역도 못 하고 경제도 못 살리는 형국이 됐다. 하루 확진자가 50명 이상이면 2단계로 올려야 하는데도 해외 유입 대비 국내 발생이 적다는 등의 말장난으로 의료계의 경고를 무시했다. 2단계도 ‘강제’가 아니라 ‘권고’로 정부가 임의로 원칙을 바꿨다. 매뉴얼을 그때마다 바꾸면 어떤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르겠나. 정부는 10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등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 동시에 지난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자 8월1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3단계가 아닌 ‘강력한 2단계’를 발표했다. ‘권고’를 ‘강제’로 바꾸면서 실질적인 2단계로 격상했다. 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 전반으로 범위도 넓혔다. 그사이에 신규 확진자는 8월18일 246명에서 19일 297명으로 불어났다.

2단계 행동지침을 임의로 ‘권고’와 ‘강제’로 나눈 정부는 3단계 격상에 대해서는 기준에 미달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3단계 요건은 최근 2주간 하루 확진자 수가 100~200명 이상일 때다. 2주간 추이를 보고, 감염 경로 불명 확진자 비율, 집단발생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격상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정 총리는 8월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현재 상황은 3단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3단계로 격상 시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등 국민 생활과 서민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선제적 방역을 머뭇거리며 2단계 방역으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모양새다. 박능후 장관은 8월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도권에서는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국적인 감염으로 번지게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전문가와 언론의 진단을 되풀이하면서 현 상황을 ‘중계’하는 듯한 모습이다. 김익환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대구 사태를 경험했음에도 종교적 신념으로 일부 종교인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는 국민의 경각심이 낮아진 것과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심리가 맞물린 결과다. 정부는 당장 3단계로 격상해 국민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연휴가 끝난 8월18일 오전까지도 3단계로 올리지 않은 것을 보면 정부가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출퇴근 시간을 달리해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분산하는 등의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까지 제시하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팀에 따르면 8월 들어 감염재생산지수는 2.83이다. 확진자 1명이 자기 주변 2.83명을 새로 감염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대구 사태 때 감염재생산지수 3.53보다는 낮지만 서울 이태원 클럽 사태 때의 지수 2.69는 이미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지금 확산세가 유지될 경우 한 달 정도 뒤에는 신규 확진자 수가 1만5000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접촉하는 사람 수를 지금보다 30% 줄여도 하루 2500명, 70% 정도 줄이는 강력한 거리 두기를 해야 겨우 하루 70명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익환 교수는 “앞으로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이번 광복절 집회에 있었던 경찰까지 감염됐는데 이는 누가 감염자인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런 사람이 지역사회에 퍼져 깜깜이 감염자로 바이러스를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20일 서울 성북구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 선별진료소의 의료진들 ⓒ시사저널 임준선

병상 부족으로 인한 의료체계 마비 대비해야

의료계는 대구 사태처럼 병상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6~7월 감염자가 약 30명 선에서 유지되자 각 병원에 병상 수를 줄이도록 했다. 그러다가 8월 대규모 확산 사태가 터지자 다시 병상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우주 교수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이다. 임시치료센터는 어떻게 확보하더라도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음압병상 확보는 쉽지 않다. 병실, 의료기기 준비, 의료진 배치 등이 순간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도 속절없이 당하는 형국이다.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 그동안 코로나19 상황을 잘 통제하던 나라도 방심하면서 다시 감염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증가했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정도까지는 되지 않겠지만 그들의 절반만 돼도 의료체계는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다.

김우주 교수는 “대구 사태 때 입원도 못 하고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를 눈으로 보지 않았나. 선제적 방역을 하지 않으면 대구 사태 때보다 피해 규모가 커질 것이다. 도심에 있는 요양병원은 빌딩에 있어 간병인이나 의료진이 확진되면 빌딩 전체가 큰 피해를 본다. 특히 감염자와 만성환자가 뒤섞이는 상황이 오면 대혼란이 생긴다. 항암, 수술, 이식을 못 하는 2차 피해도 생긴다. 과감하게 조치해 지금의 확산세를 꺾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