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서서히 틈새 벌어지나…與, ‘靑 인사’에 불만 목소리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4 14:00
  • 호수 16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민 실장 유임에 여당서 불만 기색 역력…청와대는 자신감 내비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주도했던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6명 고위 참모들의 ‘일괄사표’ 사태는 노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을 제외한 4명의 수석 교체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 실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문 대통령의 사표 반려가 후임 인선 등을 위한 한시적 유임인지, 연말이나 연초까지 넘어가는 그야말로 ‘유임’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문 대통령은 8월7일 일괄사의를 표명한 노 실장과 김조원 민정수석 등 5명의 수석 중 김 수석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을 각각 김종호·최재성·정만호·김제남 신임 수석으로 교체했다. 김연명 사회수석도 윤창렬 신임 수석으로 바꿨다. 김연명 수석은 김상조 정책실장 산하니만큼 일괄사표 대상은 아니었지만, 김 수석이 1년9개월간 청와대에서 근무해 왔던 터라 피로도 등을 고려해 교체가 검토돼 왔다. 이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초 정의용 전 실장이 3년 넘게 이끌어오던 국가안보실을 서훈 실장 체제로 재편했다. 서 실장과 호흡을 맞출 제1차장엔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을 배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8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靑 내부에서조차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

문 대통령이 지난 7월부터 청와대의 ‘3실장(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8수석(정무·민정·국민소통·인사·시민사회·경제·일자리·사회)-2보좌관(경제·과학기술)-2차장(국가안보실 1·2)’ 체제에서 1실장과 5수석, 1차장 등 7명을 교체한 만큼 사실상 ‘3기 청와대’ 체제로 전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안보실을 제외하고 이번 수석급 인사가 21대 총선 이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집값 폭등에 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및 다주택 청와대 참모들의 주택 처분 과정에서의 잡음 등 악재가 잇따른 데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 실장 등도 일괄사표 제출 이유로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는 청와대 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살려 나가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2기 청와대 참모진’을 상징하는 노 실장이 이번 인사에서 교체되지 않은 만큼 ‘3기 청와대’로 보긴 어렵다거나 ‘반쪽 쇄신’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노 실장이 ‘똘똘한 한 채’ 등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 처분을 둘러싼 논란을 촉발하고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노 실장에 대한 사표 반려는 거센 비판을 야기했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사의표명은 쇼”였다고 반발했고, 여당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는 공개적 비판이 나왔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가장 책임이 큰 비서실장의 사표가 반려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비판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문 대통령이 노 실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시킨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 입장에서 노 실장을 대체할 만한 인사를 찾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노 실장은 취임 이후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사태와 코로나19 사태 등 국가적 위기를 확실한 리더십을 토대로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을 끌고 가는 그립감에선 임종석 전 비서실장보다는 확실히 노 실장이 안정적인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노 실장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비서실장감을 낙점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사람이 없다는 문제라기보단 문 대통령이 터놓고 국정을 의논하고 맡길 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8월1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장감 유지하는 정도의 상황으로 인식”

이로 인해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후임 비서실장을 찾을 때까지 노 실장을 당분간 유임시킨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3기 청와대를 이끌 차기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퇴임까지 함께해야 하는 만큼 쉽사리 선택하긴 어려운 사안이다. 이 때문에 노 실장의 유임을 통해 후임 비서실장에 적임자를 찾는 시간을 가지려는 문 대통령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노 실장이 자리를 지키면서 새로 교체된 비서실 산하 수석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문 대통령이 기대했을 수 있다. 노 실장의 사표를 수리한 채 후임을 찾는 작업을 했다간 자칫 노 실장이 ‘식물 비서실장’으로 전락해 리더십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일단 노 실장을 유임시키는 쪽을 택해 노 실장에게 남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표 반려가 ‘재신임’이 아닌 ‘한시적 유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관측과 무관치 않다.

또 다른 일각에선 ‘국면전환용 인사’나 ‘문책성 인사’를 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노 실장을 현시점에서 교체할 경우, 자칫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데다 부동산 정책 담당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야당으로부터 사퇴 공세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은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 좋지 않은 만큼 이를 차단하고자 하는 정무적 셈법도 노 실장 유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마디로 청와대가 여의도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여당 내 다수를 차지한 ‘친문’ 등을 통한 자신감의 발로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민주당 일각의 불만은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실질적인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집권 4년 차 대통령으로서 여전히 40% 안팎의 탄탄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여권 인사는 “집권 4년 차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대로 보면 아직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체로 40%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보면 높은 편”이라며 “그런 만큼 현 상황을 진정한 위기로 인식하기보단 긴장감을 유지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아마 지지율이 완전히 30%대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이번 인사에 있어서도 대응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짚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