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상승세, 거품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1 15:00
  • 호수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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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지율 역전 현상, ‘반사이익’과 ‘선거 결집’에 ‘정권 견제’ 심리까지 혼재된 결과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상승세다. 4·15 총선에서 참패한 지 겨우 4개월 정도 지났다. 정치 지형이 바뀐 것일까. 아니다. 부동산 정책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이 와중에 통합당 지지율은 조금씩 올라가 집권여당의 지지율을 넘보고 있다.

먼저 문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총선 전후로 60%대 고공 행진을 했던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조사에서 30%대와 40%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부정 평가는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응과 방역에 대한 긍정 평가로 한껏 올라갔던 지지율은 북한 이슈로 흔들리더니 부동산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강화 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전세 갭투자를 통한 아파트 매매를 못 하도록 대출을 묶어버렸다.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전월세 임대차 3법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28년까지 13만 호 이상을 공급하는 대책까지 추가했다. 그럼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 국면이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비상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통합당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합당의 지지율을 두고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보수정당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다는 반박이 함께 나온다. 지난해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내려갈 땐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이번에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국정운영에 반발하는 유권자들의 결집이라는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세, 과연 거품일까 아니면 결집일까.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8월19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4월 선거 앞두고 서울 지역 ‘결집’ 현상

통합당 지지율의 성격을 분석할 때 ‘선거 결집’은 일어나고 있다. 통합당 지지율이 단지 ‘거품’이라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더라도 얼마나 결집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서울 지역은 ‘결집’과 ‘지속’이 공존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은 반대 입장이다. 내년 4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지지층이고 메시지다. 그런 면에서 내년 4월 선거는 부동산 선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합당 지지율은 서울에서 결집하고 지속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실시하는 정기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선호하거나 약간이라도 호감을 가지는가’ 물어보았다. 서울 지역만 놓고 보았다. 4·15 총선 직후인 4월 4주째 조사에서 민주당은 51.7%로 나타났다. 통합당은 30.2%였다. 약 21%포인트나 민주당이 더 앞서는 결과다. 총선 결과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6월29일~7월3일 조사에서 민주당 31.7%, 통합당 30.6%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8월10~14일 조사에서 통합당 서울 지지율은 거의 40% 가까이 상승했다. 민주당 서울 지지율은 31.2%로 나왔다(그림①). 두 정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은 전체보다 더 역동적으로 변했다. 적어도 서울 지역 통합당 지지율은 ‘유령’이 아니라 ‘현실’이다.

통합당 지지율의 성격에 대한 두 번째 해석은 ‘반사이익’이다.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은 부동산 정책 반발과 내년 보궐선거라는 뚜렷한 이유와 목적이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합당 지지율이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것일까. 정당 지지율은 3가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이념·지역·세대다. 정책이 가장 중요한 정당의 경쟁력이지만 정책 때문에 정당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인물, 한 정당이 걸어온 길, 특정 정당의 핵심 기반 등이 뒤섞여 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만들어진다. 주관적으로 한 정당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면 선호하게 되고, 비호감이 더 높으면 혐오하게 된다. 이념으로 볼 때 보수는 당장에 호감 이미지가 아니다.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더 많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8월4~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통합당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10명 중 7명 정도는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체 평가도 혹독했다. 통합당 지지층에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고작 31%에 그쳤다(그림②). 지지층조차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든 모습이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율 상승은 아직 자발적이라기보다 국정 난맥상에 따른 ‘반사이익’ 성격이 다분하다.

집권 후반기 등장하는 ‘정권 견제’ 바람

통합당 지지율 상승에 대한 세 번째 분석은 ‘정권 견제’로 설명된다. 문 대통령 임기는 4년 차로 접어든지 몇 달이 지났다. 역대 대통령을 보더라도 임기 초반에는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지만 중반을 지난 후에는 점차 하락하게 된다. 차기 대선후보들이 부각되고 관심이 옮겨간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한 긍정 평가로 임기 4년 차에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역주행’을 맛보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 견제’ 바람은 더 커진다. 민주당의 총선 압승으로 대통령의 임기 초인 것처럼 착시 현상이 발생하지만, 임기 마무리의 ‘정권 견제’는 불가역적인 수순이다. 통합당 지지율 상승을 단지 ‘반사이익’으로만 치부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8월11~1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내후년 대통령선거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 물어보았다. ‘여당 후보 당선’ 의견은 41%, ‘야당 후보 당선’ 응답은 45%였다. 선거의 승부를 가르는 중도층은 ‘야당 후보 당선’이 52%로 절반을 웃돌았다(그림③).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등장하는 ‘정권 견제’ 심리다.

민심은 계속 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초기에 확진자가 많아지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그러나 방역 대책을 통해 확산을 막고 외국의 사례와 비교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탄 바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 심리가 ‘정권 견제’ 움직임과 만나 여론을 요동치게 한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에는 ‘반사이익’ 성격이 있고 ‘선거 결집’ 정서도 있다. 반사이익은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 혼란 덕분이다. ‘선거 결집’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의혹까지 포함해 보수 야당 지지층이 모아진 결과다.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정권 견제’ 성격까지 묻어 있다. 통합당 지지율 상승을 ‘거품’이라고 얕잡아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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