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국토정책 균형이 필요하다 [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3 13:00
  • 호수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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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는 자족성과 광역교통 갖춰야 대안 수단으로 기능…코로나19로 지역 격차 더 커져

서울 아파트 값을 둘러싸고 혼란스럽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간 상호작용에 따라 움직인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오를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떨어진다. 수요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한다. 수요도 실수요와 가수요 그리고 공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수요와 일반 수요가 있다. 공급 방식에 있어서도 도심부의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 주택정비사업, 그리고 외곽의 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할 수 있다. 2020년 여름, 수요 억제책과 공급 확대책이 한번에 쏟아져 나오니 혼란스럽다. 노태우 정부 시절, 토지공개념이라는 초유의 수요 억제책과 함께 1기 신도시 건설이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종합부동산세라는 초강력 투기 대책과 함께 2기 신도시 건설이라는 공급 확대가 이어진 걸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주택시장, 주택정책이란 것이 이렇게 복합적이고 구조적임을 새삼 느낀다.

필자는 도시계획학자로서 공급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격 안정을 위한 공급정책이 가져올 영향을 살펴보고, 도시정책, 국토정책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거시적 정책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주택 공급을 위해 용적률 상향, 재개발과 재건축 확대, 그린벨트 개발, 신도시 건설 등 공급정책을 채택하는 경우, 이는 도시계획과 도시관리, 그리고 수도권 집중과 지역불균형 성장 등 다양한 차원의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점에 주목한다.

2019년 5월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세 번째)은 제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시사저널 포토

국제도시들은 30km 거리 광역교통망 갖춰

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기존 시가지 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공공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공공재를 공급할 수 있는 도시정책의 보편적인 수단이다. 새로운 개발은 지구 내뿐 아니라 인근 도로와 학교, 상하수도와 공원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교통 처리를 위한 기반시설이 제일 문제다. 서울시의 도로 용량은 지난 수십 년간 큰 변화가 없으나, 철도의 용량과 환승 환경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고속철도와 광역철도가 환승하는 환승역세권은 매우 높은 처리용량을 가진다.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환승역에 대한 규정과 역세권의 범위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이는 또 재건축아파트의 높이 관리와도 연동된다. 경관자원도 기반시설과 같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므로, 기반시설 여건과 종상향이 가능한 범위를 고려해 재건축아파트 높이도 함께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기본계획상의 중심지체계란 이와 같은 고민을 함축한 것이다. 오랜 시간의 거버넌스를 거쳐 이루어진 상위계획의 가이드라인을 존중하는 주택 공급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서울은 행정구역면적 대비 인구밀도로 볼때 런던·뉴욕·도쿄 등 경쟁 국제도시들보다도 높은 밀도를 이미 가지고 있다. 어디를 고밀화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이와 같은 도시관리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집값은 오르다 내리고 또 오르기를 반복할 것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외곽의 신도시 건설도 주택 공급의 대안적 수단이다. 분당과 일산, 판교와 동탄은 1기와 2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신도시로서 만족할 만한 정주 환경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신도시의 만족도는 잘 가꾸어진 주거 환경과 학군, 상권 이외에도 일자리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에 와서는 판교처럼 ICT, 벤처기업 등 성장산업의 일자리 유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에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고속의 광역교통망도 핵심이다. GTX처럼 강남으로 고속, 급행, 직선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을 갖춘 신도시로 사람들이 모인다. 서울과 경쟁하는 국제도시들은 30km 거리에서 통근하는 광역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자족성과 광역교통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경우 서울로의 통근 시간이 길어지고, 역내 경제활동이 취약해 상권이 성숙되지 못하며,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지는 등의 불만이 생긴다. 외곽의 신도시 건설은 이런 조건을 갖추었을 때만이 주택 공급정책의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주택 공급 확대와 지역균형발전 함께 봐야

주택정책과 도시정책 간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도시계획과 관리를 위한 도시정책은 개발이 가져오는 적정한 교통 처리, 학교와 공원 등 공공편익시설의 적정 공급,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 관리, 주택과 일자리의 균형, 취약계층의 주거권 보호, 경관 관리 등의 원칙하에 민관 간, 정부 간에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온 거버넌스의 결과물이다. 주택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이 중요하나 도시정책과의 균형을 얻지 못하면 수요자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고, 가격안정 효과도 미미할 것이다.

주택정책과 국토정책의 균형도 필요하다. 지난달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년간 8만 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는데 80%가 청년층이다. 올해 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벌써 5만 명이 순유입돼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 위기를 K방역으로 극복했고, 경제성장률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데, 지역 격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할수록 새로운 주택 수요가 발생하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할수록 수도권에 더 많은 인구가 집중할 소지가 커진다. 수도권의 주택 공급, 기반시설 공급은 국가균형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그토록 반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는 현실에서 세제와 대출규제 등 수요 억제정책으로만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신도시 건설 등 공급 확대정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가 절실하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함께 보는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주택가격 안정을 목표로 어느 곳을 개발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일은 빠르게 인근 지역, 다른 도시와 지역, 국토 공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격은 늘 변한다. 오르다가 내리고 또 오르기를 되풀이할 것이다. 그런데 국토와 도시는 한 번 바꾸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백년대계라고 한다. 가격을 내리는 정책 목표는 민생경제에 중요한 이슈이나, 백년대계인 도시관리 정책을 패싱해서는 안 된다. 서울 집값, 도시 환경,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 등이 다 얽히고설켜 있다. 주택, 도시, 국토 환경을 아우르는 종합정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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