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그룹 오너 일가 사익편취 논란, 국세청 손보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6 08:00
  • 호수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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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웅 회장 취임 과정에서 여러 의혹 제기돼…최악의 경우 배임 이슈로 확대될 수도

국세청이 세방그룹을 정조준했다. 지난 6월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세방그룹 본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보내 자료를 확보한 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방그룹 측은 현재 세무조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뒷말이 무성했던 세방그룹 오너 일가의 편법 승계 의혹이나 사익편취 논란에 대해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댄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최근 20년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세방그룹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세방그룹의 모태는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이 1960년 설립한 한국해운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소규모 물류 대리점에 불과했다. 1978년 이 명예회장이 로케트 배터리로 유명한 세방전지를 인수하며 그룹의 외형이 급속히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세방그룹의 자산은 3조원대, 매출은 2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전지제조(세방전지)와 물류((주)세방)를 두 축으로 부동산과 IT, 소재, 철강, 해운 등을 아우르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것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2013년 이상웅 회장 취임 전후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세방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회사는 물류회사인 (주)세방이었다. 창업주인 이의순 명예회장은 이 회사를 통해 세방전지와 세방산업, 세방하이테크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해 왔다.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뉴스뱅크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뉴스뱅크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내부거래 증가

하지만 2세 승계를 앞둔 2009년 세방하이테크는 SI(시스템 통합) 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이앤에스글로벌을 설립한다. 이상웅 회장(당시 대표)이 8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여동생인 상희씨와 (주)세방이 나머지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상 오너 2세들의 개인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회사로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가 시작됐다. 내부거래를 통해 현금을 확보한 이앤에스글로벌(옛 세방하이테크)은 (주)세방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앤에스글로벌의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93%로 전년(66%) 대비 27%나 증가했다”며 “재벌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사정기관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도 내부거래를 줄이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오너 2세인 이상웅 회장을 주목한다. 한때 이 회장이 보유한 (주)세방의 지분은 6%대로 아버지(16.79%)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2세 승계를 앞두고 이 회장 역시 (주)세방의 지분을 집중 매입했다. 현재는 아버지(8.64%)를 누르고 개인 최대주주(9.81%)가 된 상태다.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이앤에스글로벌의 지분(18.52%)까지 합하면 28.33%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지분을 매입하는 데 든 비용 중 상당수가 이앤에스글로벌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6년 동안에만 50억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이 회장의 지분율(80%)을 고려할 때 40억원이 그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돈으로 (주)세방의 지분을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세방그룹의 지배구조는 창업주인 이의순→(주)세방→세방전지→나머지 계열사에서 2세인 이상웅→이앤에스글로벌→(주)세방→세방전지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처음 이앤에스글로벌(옛 세방하이테크) 지분을 매입할 때 지불한 8억원으로 자산 3조원 수준의 그룹을 넘겨받은 것이다. 국세청이 최근 세방그룹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재벌기업의 승계 구도를 세방그룹이 그대로 답습했다”면서 “국세청은 현재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2세 승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사익편취는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방그룹 2세들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성웅 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고, 이듬해 세방그룹은 부동산 임대회사인 세방이스테이트를 설립한다. 축전지 부품 제조사인 세방산업에서 부동산 임대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하는 방식이었다. 최대주주는 (주)세방(40.2%)이다. 하지만 이의순 명예회장과 두 딸인 려몽, 상희씨의 지분이 59.8%로 더 많다.

이 때문일까. 세방이스테이트 역시 매출의 대부분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회사 설립 해인 2014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90%가 넘는 내부거래율을 기록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회사는 굴러가는 구조였던 것이다. 세방이스테이트 역시 이렇게 번 돈으로 매년 거액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 7월 시민단체가 세방산업 1급 발암물질 배출 관련 기자회견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7월 시민단체가 세방산업 1급 발암물질 배출 관련 기자회견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방그룹 “관련 부서 없어 답변 곤란”

세방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명예회장 일가의 지분은 59.8%로 (주)세방의 지분(40.2%)보다 높다. 매년 거액의 배당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배당액은 2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이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로 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문제는 2011년까지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주)세방(68.2%)이었다는 점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상희씨는 주주 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2012년 상희씨가 28% 지분을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세방전지의 지분은 40.2%로 감소한다. 알짜 회사의 지분을 (주)세방이 오너 2세에게 넘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분을 거래할 당시 이 회장 일가가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면 배임 이슈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경영 전문가나 법조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시사저널은 세방그룹과 이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관련 부서가 없어 답변이 곤란하다”고만 답했다. 회사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도 메시지를 남겼지만 8월20일 현재까지 답이 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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