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모빌리티,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반쪽보험”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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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세워진 자전거 넘어져 차량 파손 사고 발생
카카오T바이크 도입 과정서 ‘운행 중 보험’만 가입
피해보상에 80일 걸려…“주·정차 보험 가입할 예정”
“재산권 침해당했는데 카카오모빌리티‧연수구 뒷짐”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전기자전거를 공유하는 ‘카카오T바이크’ 사업을 진행하면서 반쪽짜리 보험에 가입했다는 눈총을 사고 있다.

카카오T바이크의 대물배상 보험이 ‘운행’ 중에만 적용되고 ‘주·정차’ 등 대기 상태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주·정차된 전기자전거로 인해 차량이 파손된 차주가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사고가 터진 지 2개월 20일 만에 피해자에게 피해보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합의를 요청했다.

카카오T바이크 모습.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카카오T바이크 모습.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운행 중 보험만 가입…주·정차 상태 사고 무보험

21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5월29일 오전 7시쯤에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의 한 골목에 세워둔 카카오T바이크 전기자전거가 넘어져 A씨(49)의 스타렉스 조수석 뒤쪽의 범퍼 등이 파손됐다. 

A씨는 당시 이런 사실을 인천 연수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전기자전거가 스스로 넘어지면서 차량을 파손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이튿날 연수구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피해보상에 대해 문의했다. 하지만, 연수구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문의해야 한다’며 피해보상 문제에서 한 발작 물러섰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A씨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이 세워 둔 전기자전거가 아니라면서 피해보상을 거절했고, 운행 중 보험만 가입됐기 때문에 보상해 줄 방법이 없다면서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카카오모빌리티 측으로부터 연락이 없어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사에서 ‘사고 상대방이 없는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로 처리하는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A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사는 ‘자차 처리에 20만원 상당의 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천시 연수구는 지난해 3월6일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카카오T바이크 전기자전거 400여대를 도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사고발생 80일 만에 피해보상 협의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8월19일 A씨에게 전기자전거 주·정차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 합의를 요청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80일 만이다.
 
합의문에는 “회사가 운영하는 공유 전기자전거가 넘어져 피해고객의 차량이 손상된 사고와 관련해 약 150만원의 손해보상금을 10일 이내에 계좌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공유형 전기자전거 보험의 특성과 한계로 인해 주·정차된 전기자전거에 대한 대물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있어 보험사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주·정차로 대기하는 상태의 전기자전거에 대한 대물보험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사고는 보험적용 여부를 떠나 사고원인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일방적 정황 진술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민원인의 불편한 상황을 고려해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T바이크 사업을 도입한 연수구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전기자전거로 인해 재산권을 침해당한 상황인데도 연수구와 카카오모빌리티 모두 경찰이 파악한 내용을 외면하면서 석달 째 뒷짐만 지고 있었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입한 반쪽짜리 보험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정차된 전기자전거에 대한 대물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더라도, 자전거 대여료가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T바이크의 이용 요금은 최초 15분간 1000원이다. 이후 5분에 500원씩 추가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인천시 연수구와 서구 등 전국 7곳의 도시에 약 3000대의 카카오T바이크 전기자전거를 배치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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