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다고 쓴 100ℓ 쓰레기 봉투, 누군가에게는…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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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ℓ 종량제봉투 규격 줄이기에 소극적인 울산지자체
민주노총 “100ℓ 종량제봉투, 환경미화원 부상 유발한다”

환경미화원들의 노동 환경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 지자체들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규격을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환경미화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가장 큰 크기는 100ℓ다. 그런데 최근 최대용량을 75ℓ로 낮추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거 과정에서 환경미화원이 다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의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22명인데, 이 중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들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15%를 차지했다.

울산 5개구군은 100리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용 중단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울산시
환경미화원이 100ℓ 종량제 봉투를 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시

경남 거제시와 경기도 부천시는 100ℓ 종량제 봉투 생산을 중단하고 75ℓ 봉투를 제작하자는 조례를 발표했다. 이미 용인시와 성남시 등에서는 종량제 봉투 최대 용량을 75ℓ로 하향 조정했다. 경남 밀양, 부산 해운대구, 광주 광산구 등 100ℓ 종량제 봉투 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할 예정이다. 

하지만 울산시와 구·군에 따르면, 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은 100ℓ 종량제 봉투 제작과 판매를 놓고 뒤늦게 환경미화원들과 시민,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또 이와 관련된 원가산정 용역 등을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 다른 지자체들은 조례를 제정해 100ℓ 종량제봉투의 제작과 사용을 중단하고 있지만, 울산 기초단체들의 폐기물 관련 조례 개정 시기까지 고려하면 빨라야 내년부터 75ℓ 종량제 봉투를 사용할 수 있다. 

마상석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조직부장(남구 신정동 환경미화 담당)은 “봉투에 테이프로 쓰레기를 붙이거나 무거운 폐기물 등을 담는 경우도 있고, 병원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압축기를 이용해 최대한 쓰레기를 압축해 버린다”면서 “이 경우 60㎏ 이상 무게가 나갈 때도 있어 두 명이 들기도 힘들고 결국 다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오래 전부터 100ℓ 봉투 사용 중단을 지자체에 요구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미화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울산지역 상가 밀집 지역 등에서 내놓는 종량제 봉투 절반 가까이가 100ℓ짜리다. 대부분 환경부가 권고한 기준 25kg을 지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 건축폐기물까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도로변에 방치하는 사례도 잇다.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울산에서 100ℓ종량제봉투는 4779장이 판매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 1536장, 2017년 1570장, 2018년 1673장이 판매됐다. 환경미화원들의 부상이 잦은 것은 100ℓ 종량제봉투 사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환경미화원의 건강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100ℓ 종량제 봉투 퇴출과 함께 근무환경 개선 등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상석 조직부장은 “근무환경이 열악한 위탁업체 근무자는 3인 1조 근무가 아닌 2인 1조 근무를 해 근무시간에 쫓겨 더 많이 쓰레기를 옮겨야 하며, 다치더라도 제대로 치료를 받거나 산재로 인정받기도 힘들어 실제 부상사례는 해당 통계보다 많은 게 현실”이라며 “환경미화원 건강권과 산재 방지를 위해서는 본질적인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와 기초단체들의 소극적인 쓰레기 종량제 행정에 환경미화원과 수거업체들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수거업체 관계자는 "이른 새벽부터 지역곳곳을 돌며 쓰레기봉투를 수거하는데 100ℓ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어떤 건 너무 무거워 환경미화원 두세 명이 달라붙어 경우 들어 올리는데 울산도 종량제봉두 규격을 줄이지 않으면 환경미화원들은 항상 부상과 질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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