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양수산부 보조금 횡령 의혹…선주 2명 피소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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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안했는데 돈 들어와”…횡령·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선주 고발
한국수산회, 관리·감독 부실 의혹…해경, 선박 출·입항 감시 ‘구멍’

인천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장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한 인천닻자망협회 소속 일부 선주들이 정부보조금을 부정하게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한국수산회가 바다청소작업에 참여한 선원들에게 직접 정부보조금을 전달했지만, 이를 인천닻자망협회 소속 일부 선주들이 되돌려 받아 가로챘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바다청소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선원이 “한국수산회가 내 계좌에 돈을 넣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는 선박 승선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해양경찰의 선박 출·입항 감시업무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해양수산부 청사 전경. ⓒ해수부 제공
해양수산부 청사 전경. ⓒ해수부 제공

“바다 청소작업 한 것처럼 허위문서 작성”

24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8일 인천닻자망협회 소속 선주 A씨 등 2명이 공금횡령과 사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됐다.

고발인은 “피고발인들은 해양수산부가 시행하는 바다청소작업 어선으로 지정된 후 바다 속에 버려져 있는 폐그물이나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자신들의 어구를 손질했다”며 “그러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바다청소작업을 한 것처럼 허위문서를 작성해 바다청소작업 비용을 수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발인들은 이 정부보조금을 바다청소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선원에게 전달했다가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정부보조금을 가로챘다”며 “최근 5년간 이런 수법으로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을 기망해 불법으로 수령한 바다청소작업 비용이 수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은 이런 고발내용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녹취록에서 선원 B씨는 “나는 (바다청소작업) 안한다고 했는데, 한국수산회가 내 통장에 133만원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랏돈 해먹으면 공금횡령 아니냐. 이게 형사법에 걸린다”며 “연안부두 실태가 이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B씨는 피고발인들 중 1명이 운영하는 선박의 선원이다.

해양경찰청. ⓒ이정용 기자
해양경찰청. ⓒ이정용 기자

한국수산회, 올해 인천닻자망협회에 약 2억5000만원 지원

사단법인 한국수산회는 2013년부터 매년 6월말과 7월초에 해양수산부로부터 위탁받은 ‘한·중·일 협정수역 어장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매년 약 26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휴어기에 어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바다 속에서 폐그물과 바다쓰레기를 수거해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수산회는 올해 인천닻자망협회 소속 선박 10척에 약 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선박 1척당 약 2500만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여기에는 어선 사용료와 유류비, 선원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선주는 약 170만원, 선원은 약 13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6월24일부터 7월3일까지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장환경개선사업을 진행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주들의 부정수급과 관련된 얘기가 나돌아 현장에서 하역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며 “선원들의 인건비는 한국수산회에서 직접 지급하기 때문에 세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 “선주들, 허위 승선명단 제출해도 행정처분 뿐”

어장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선원이 정부보조금을 받았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해경의 선박 출·입항 감시업무에도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선안전조업법 상 선주나 선장은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들의 변동사항을 해경의 파출소나 출장소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선주는 1차 경고, 2차 어업정지 10일, 3차 어업정지 15일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사실상 선원들의 변동사항 신고를 선주의 양심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선주들이 허위 승선 명단을 내놓아도 법적 한계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검은 현재 이 사건의 배당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장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한 선원들의 명단을 넘겨받아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휴대전화기의 위치를 확인하면 선주들의 정부보조금 부정수급 여부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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