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보다 앞서 1:N 로봇 충전 시스템 개발했다"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8.30 14: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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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기업 CEO 인터뷰] E-Bus 충전 스테이션 시장 점유율 1위 김성두 ㈜모던텍 대표이사

[편집자주] 신기술에 목마른 기업인들이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우리나라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신기술 기업 CEO 인터뷰를 게재한다. 그들의 사업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경제 미래를 탐색해 본다. 

“우리는 R&D에 집중합니다. 이는 재무적인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인 성과에서 나옵니다.”

김성두 ㈜모던텍 대표이사는 8월24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던텍은 명실상부한 국내 E-Bus 충전 스테이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모던텍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0’에도 참가해 1:N 로봇 충전 시스템을 공개하면서 ‘BEST of MIK Award’를 수상했다. 경기 침체로 ‘벤처기업 위기론’이 제기되지만 ㈜모던텍은 예외다. 2003년 회사 설립 이후 2020년 현재까지 전체 직원 중 R&D 인력을 50% 이상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모던텍의 선방은 스타트업 정신에서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R&D에 집중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기업 지주회사가 벤처투자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벤처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모던텍은 달랐다. 

㈜모던텍 김성두 대표이사가 R&D 부서 직원들과 함께 제품 성능을 논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모던텍 김성두 대표이사(가운데)가 R&D 부서 직원들과 제품 성능을 논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주)모던텍은 2016년 전기차 충전 시스템 관련 신기술(NET) 인증을 획득했다. 

“전기자동차용 동시 멀티 충전을 위한 전력 분배 제어 기술로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충전기는 동시충전, 순차충전, 용량가변 즉 유니버셜충전 방식이 있다. ㈜모던텍이 그 기술을 적용한 충전기를 개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기술인가. 

“예를 들면 50㎾ 충전기 4대를 설치하려면 계약 전력이 200㎾ 필요하다. 하지만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력이 낭비된다. 이를 대기전력이라고 하는데, ㈜모던텍은 대기전력이 발생했을 때 다른 차량이 충전할 수 있는 동시충전 기술을 개발했다. 또 전력에 피크가 걸렸을 때 충전 요구 차량이 나타나면 그 차량은 순차 대기로 들어간다. 첫 번째 차량의 전력 충전 비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면 그때 다른 차에 충전할 수 있는 순차충전 기술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완속, 중속, 급속 충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용량가변 충전 시스템도 개발했다.”

동종 회사 제품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기술과 품질이다. ㈜모던텍은 공작기계 전력 제어 기술과 로봇 자동화 가동률 향상 기술을 접목해 제품을 개발했다.”

㈜모던텍 기술의 특징은 무엇인가. 

“2009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동시충전, 순차충전, 용량가변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와 관련한 원천기술 특허는 미국 테슬라에 비해 2년 정도 앞선 2011년에 공개됐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이 특허가 등록돼 있다. 이미 유수의 기업으로부터 검증받은 차별화된 기술이다.”

㈜모던텍의 ‘지능형 파워뱅크-디스펜서 충전기’는 업계에서 유명하다. 

“기존 자동차 충전기의 일체형 시스템을 전력부인 파워뱅크와 충전부인 디스펜서로 분리했다. ㈜모던텍의 독자 전력분배 제어 기술을 적용해 전력을 최적 분배했다. 기존의 일체형 충전기는 추가로 설치할 경우 최초 설치비와 비슷한 비용이 든다. 하지만 ㈜모던텍의 지능형 충전기는 전력분배 기술 덕택에 계약전력의 증설 없이 기존 전력 내에서 설치할 수 있다. 파워뱅크 1기에 최대 50기까지 디스펜서를 설치 가능한데, 이때 디스펜서 설치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상용화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2017년 한전 제주본부에 20채널 전력분배 충전 스테이션을 보급했다. 2018년 한전과 신재생 에너지 ESS연동 시스템 실증을 완료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창원시청 등 공공기관에 4채널 전력분배 충전 스테이션도 보급했다. 무엇보다 지능형 멀티 충전 시스템은 국내 전기차버스 충전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CES 2020’에서 소개한 1:N 로봇 충전 시스템이 주목된다. 

“1:N 무인 충전 시스템은 ㈜모던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로봇 충전 시스템이다. 로봇은 설치된 레일을 따라 이동한다. 이동한 로봇은 영상처리 시스템을 통해 주차된 차량의 종류, 차량 위치를 인식한 후 자동으로 충전한다. 1:N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테슬라의 1:1 시스템보다 경제적인 게 특징이다. 또 테슬라가 차량 전용 충전 방식을 운용하고 있지만, ㈜모던텍은 다양한 차량을 충전할 수 있어 호환성이 뛰어나다.”

㈜모던텍 김성두 대표이사가 올해 1월 열린 ‘CES 2020’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1:N 로봇 충전시스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모던텍
㈜모던텍 김성두 대표이사(오른쪽 첫 번째)가 올해 1월 열린 ‘CES 2020’에서 해외 바이어들과 1:N 로봇 충전 시스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모던텍

2018년엔 카이스트 GCC, 한전 제주본부와 MOU를 체결했는데. 

“(주)모던텍이 2018년 전력부와 충전부를 분리한 유니버셜 충전 시스템을 한전 제주본부에 설치했다. 당시 내한한 코스타리카 한 장관이 이 시스템을 자국에 도입하려고 했다. 이 인사가 전력부를 별도 공간에 두고 충전 시스템만 설치한 제품에 흥미를 느낀 것이다. 당시 코스타리카 진출을 모색했지만, 중소기업이다 보니 수출에 애로가 많았다. 이때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해외 개도국에 진출시키고 조인트 벤처를 만드는 한국과학기술원 글로벌기술사업화센터(KAIST Global Commercialization Center·이하 카이스트 GCC), 한전과 공동으로 코스타리카 수출 협약을 맺었다. 당시 코스타리카 사정으로 수출이 성사되진 않았다. 이후 카이스트 GCC가 인도 시장을 소개했는데, 현재 계약을 앞두고 있다. 올해 인도 델리 등에 설치할 물량은 30억원 정도지만, 내년부터 탄력을 받으면 300억원 이상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창업 전에 대우종합기계에 14년 근무했다. 기술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대우종합기계 R&D 부서에서 14년간 근무했다. 주로 공작기계와 로봇 자동화 제어 설계를 다뤘다. 그 기술을 접목해 충전기를 만들었다. ㈜모던텍의 제품이 품질과 내구성, 가성비가 최고라고 자부하는 이유다.”

공작기계·로봇 자동화 제어 기술이 전기차 충전 시스템에 어떻게 접목됐나. 

“공작기계 제어는 결국 교류전류가 들어가면 직류전류로 변환해 모터를 구동하는 것이고, 충전기는 교류전류가 들어가서 직류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결과는 구동과 충전으로 다른 양상이지만, 앞쪽 부분은 거의 유사한 게 많다. 다만 맹목적으로 변환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 개념도 도입해야 한다.”

R&D에 주력하면서 재무적으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힘들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술적인 성과였다. 신기술이 축적될수록 성취욕이 생기면서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었다. ㈜모던텍의 R&D 인력은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을 쭉 유지했다. 매출이 저조할 때는 거의 R&D만 했다. 직원들 급여를 걱정하는 날도 많았다.”

향후 계획은. 

“여태까지 ㈜모던텍의 R&D에 업계의 관심이 덜했다. 올해 들어 ㈜모던텍이 특허를 내고 제품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자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기술과 시장이 보이는 시점이다. 또 ㈜모던텍의 자체 역량만으론 회사를 일으킬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았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업체와 투자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투자가 잘 성사되면 제품 상용화로 시장을 석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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