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코레일 비리, 수장들이 앞장섰다
  • 송응철·오종탁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1 14: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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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비리·취업 비리·법인카드 유용
윗물 흐린데 아랫물 온전할까

그동안 코레일에선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코레일유통·코레일로지스·코레일테크·코레일네트웍스 등 계열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리 유형을 보면 입찰·채용 비리가 가장 많았다. 최근엔 한 계열사에서 법인카드를 유용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각 비리 유형마다 코레일 및 계열사 수장이 빠짐없이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윗물부터 맑지 않았던 셈이다.

대전 동구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

입찰·채용 비리로 연이어 ‘홍역’

실제 입찰 비리와 관련해서는 2016년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구속됐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였다. 검찰 수사 결과 허 전 사장은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던 측근으로부터 사업 수주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1억7600여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결과 문제의 폐기물처리업체는 기존에 아무런 실적이 없었음에도 100억원대 폐기물 처리 용역사업을 수주했다.

이후에도 코레일에선 입찰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허 전 사장 구속 이듬해인 2017년 8월 코레일은 160억원 규모의 ‘유니폼 디자인 공모 및 제작·구매사업’ 입찰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부산역 어묵 베이커리 매장 운영권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입찰 내정금액과 최저매출액 정보 등 내부 정보를 흘린 혐의로 코레일유통 직원 2명이 입건된 일도 있었다.

그다음 해인 2018년 4월엔 코레일 물류 계열사인 코레일로지스에서 입찰 비리가 터졌다. 코레일로지스 지역사업소 물류팀장을 맡은 직원이 협력업체에 입찰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직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사업소에 하역장비를 임대하는 업체에 업무 편의와 입찰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 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직원은 이 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코레일의 입찰 비리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8월11일 코레일유통 임원이 코레일 철도역사 내 매장 입찰 정보를 지인에게 유출한 대가로 고급 승용차를 받은 사실이 적발돼 구속됐다. 코레일유통의 매장 입찰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재직하던 해당 임원은 매장별 낙찰 예정가격 등 내부 정보를 건설시행업체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업체 대표는 4개 철도역 매장을 낙찰받았다.

채용 비리도 입찰 비리만큼이나 빈번하게 벌어졌다. 채용 비리에도 코레일 계열사 수장이 연루됐다. 지난해 12월 채용 비리로 해임된 반극동 전 코레일테크 대표가 그 장본인이다. 그는 코레일테크 공무직 채용 과정에서 내부 심사위원 업무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지인의 청탁을 받고 특정 인사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위원에게 ‘평가를 잘해 주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문제가 됐다. 이후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반 전 대표는 올해 4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건 반 전 대표뿐만이 아니다. 곽노상 전 코레일네트웍스 대표도 채용 비리에 얽혔다. 2018년 2월 국토교통부 감사에서 코레일네트웍스 고위 임원들의 채용 비리가 적발돼 무더기 징계가 내려졌다. 당시 감사에선 2017년 2월 KTX 운수관리원과 2016년 12월 역무직 채용 과정에서 임원 10명이 서류전형 결과를 조작(5명)하거나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최종합격자를 선발(5명)하는 데 관여한 사실이 밝혀져 ‘경고’ 조치를 받았다.

곽 전 대표는 이 중 KTX 운수관리원 채용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탈락한 응시자 중 한 명을 2위로 올려 합격시키도록 한 것이다. 곽 전 대표로부터 지시를 받고 서류전형 결과를 수정한 임원은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곽 전 대표에게는 아무런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다. 당초 해임 권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당시 곽 전 대표가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이어서 이런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2018년 5월엔 코레일이 최대주주(41%)인 수서고속철도(SR)의 대규모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져 전·현직 SR 직원 11명이 불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비리 혐의자 대다수는 코레일 출신이었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신입·경력 공개채용 때 특정인의 서류 점수를 조작하고 면접 점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았다. 부정 채용자는 임직원 친인척부터 임원 단골식당 주인 자녀 등 다양했다.

2016년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의 용산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였다. ⓒ연합뉴스

“비리 계속되는 건 솜방망이 처벌 때문”

이런 가운데 최근엔 강귀섭 전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이 법인카드를 유용한 사실이 밝혀져 해임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법인카드로 가족 여행비용과 생활비는 물론 개인 정치활동 비용도 충당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강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2018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여 개월 동안 7400여만원에 달했다. 그는 특히 사적으로 사용한 법인 자금을 업무 목적인 것처럼 허위로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사장의 해임과 맞물려 코레일네트웍스 내부에선 이번 일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관행이라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 노조는 “회사 임직원들은 술값과 개인 식대, 개인물품 구입에 운영비를 쓰고,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감염국가로 분류된 나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임원이 감염법 위반 사실을 감추려 법인카드를 비정상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하며 청와대에 조사를 촉구했다.

빈번하게 벌어진 비위·비리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2018년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던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전 5년간 비위·비리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은 코레일 직원은 618명에 달했다. 박 의원은 코레일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들었다. 문제의 직원들에게 내려진 처분 대부분이 경징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코레일 임직원의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비위 및 비리 내용을 면밀하게 따져 이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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